좋은 글을 쓰는 방법, 글에 붙어 있는 군살을 제거해라?

2014. 5. 19. 11:01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우리의 평소 글쓰는 습관을 들여다 보면 의식하지 못하고 하는 잘못 중 하나가 바로 필요 없는 단어의 남발입니다. 의미가 중복, 중첩 되기도 하고 어법에도 맞지 않기도 하고,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쓰면서 글의 의미 전달을 어렵게 하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산책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그리고’는 반드시 필요한 말이 아니며, 쓰지 않는 게 더 간결합니다. ‘그리고’는 거추장스럽게 보이고 간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문장에서 ‘그리고’, ‘그런데’ 같은 접속사는 기피의 대상이 됩니다. 보도 문장에서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같은 말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이유입니다. 가능한 한 피하라고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처럼 ‘이에 대해’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 빈도를 놓고 볼 때 ‘이에 대해’는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할 정도로 기사에 수시로 등장하는데요. 하지만 유용함을 넘어 습관적이고 형식적일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군더더기처럼 비칩니다. 문장을 늘어뜨리고 읽는 데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럼 예를 통해 한번 알아볼까요? 다음의 ‘이에 대해’는 없어도 문장을 표현하거나 설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래 ㉢에서는 ‘이에 대해’를 줄여 ‘이에’라고 했습니다. 이런 예도 많이 보이는데, ‘이에 대해’라고 하거나 ‘이와 관련해’라고 해야 했지만, 이마저 생략해 부자연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이 문장에서 ‘이에’는 부사어이기 때문에. 이를 받는 서술어가 와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서 어색함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에 대해’라고 했어도 역시 없는 게 간결하고 나아 보입니다.




‘이와 함께’, ‘이와 관련’ 등도 ‘이에 대해’처럼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역시 지나칠 때가 많은데요. 다음 문장 ㉣과 ㉤에서도 ‘이와 함께’, ‘이와 관련’은 빼는 게 낫습니다.






‘조처(措處)’는 ‘조치(措置)’보다 덜 쓰이는 말입니다. 사용 빈도만 놓고 보면 ‘조처’는 남용된다고 보기 어렵지만, ‘조치’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어 일정한 공간에서 ‘남용’됩니다. ‘조치’와 ‘조처’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예는 드문데요. 행정기관에서 주로 쓰이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 점에서 행정용어보도용어라고 이름 붙이는데요. 행정용어는 대체로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 적지 않습니다. ‘조치’와 ‘조처’도 같은 어감을 주고 있죠. 상대적으로 보도용어는 이런 것들과 좀 거리가 있습니다. 할 수 없이 행정기관의 용어나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할 때를 빼고는 대체로 더 쉬운 말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사에서 ‘조치’가 ‘조처’보다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행정기관에서 ‘조치’의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치’가 ‘조처’보다 더 낯익은 단어가 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편에서는 ‘조처’가 일본식 한자라는 말도 있으나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입니다.


‘조치’와 ‘조처’의 ‘조(措)’에는 ‘두다’ ‘처리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치(置)’에는 ‘두다, 마련하다’, ‘처(處)’에는 ‘곳, 장소’ 등의 의미가 있고요. ‘조치’의 사전적 의미는 ‘벌어지는 사태를 잘 살펴서 필요한 대책을 세워 행함. 또는 그 대책’이고, ‘조처’는 ‘제기된 문제나 일을 잘 정돈하여 처리함. 또는 그런 방식’입니다. 두 단어의 의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응급조치’와 ‘응급조처’는 같은 말로 사전에 실려 있기도 합니다.


일상과 달리 이때 행정기관이 선호하는 단어는 ‘조치’입니다. 이러저러한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데, 이를 전달하는 신문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치’ 등을 선택해 사용하게 됩니다.



‘조치’와 ‘조처’는 딱딱함과 무거움을 같이 전하는 말입니다. ㉠에서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에서는 ‘격리하는 일’, ㉢에서는 ‘엄중 처리’ 정도여도 좋습니다. 그러는 게 더 언론의 언어다워 보이기도 하고요. 아래 문장에서는 ‘조치’ 또는 ‘조처’가 군더더기처럼 사용됐습니다. ‘자료’에 있는 대로 전하다 빚어진 결과입니다.




㉣에서는 ‘귀가 조치’보다 ‘귀가시켰다’라고 하는 게 훨씬 나아 보입니다. ㉤에선 ‘출국금지 했다’라고 하면 그만이죠. ㉥에서도 ‘고발하고’면 되는데 굳이 ‘조치’를 넣었습니다.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이처럼 ‘조치’와 ‘조처’는 딱딱함을 주면서 조금 어렵고 때로는 불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출처_ Flickr by AJC1

 

영어공부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문장의 잔가지를 제거하면 핵심이 금방 드러나는 가지치기라는 방법에 대해 아실 텐데요.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던 ‘이에 대해’와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행정식 말투인 ‘조치’처럼 잔가지가 많이 붙어 가지치기가 필요한 글과 말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은 분들이라면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핵심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은 글의 첫 번째 조건임을 항상 생각하며 꾸준한 읽기와 생각하는 습관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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