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북소리 현장을 울린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독讀한 습관

2014. 10. 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는 커다란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파주북소리’인데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책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장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답니다. 지난번에도 소개해 드린 독讀한 습관 강연이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렸죠. 이번에는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강연이었는데요. 나날이 인기가 더해지고 있는 독讀한 습관 강연을 듣기 위해서 2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읽을거리에 목말랐던 어린 시절과 현재의 읽기 모습


독讀한 습관 강연의 시작은 낭독이었습니다. 이번 강연까지 사회를 맡은 소설가 정이현 씨의 담담한 목소리가 전달됐죠. 매번 강의에 시작을 알리는 낭독은 독讀한 습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팟캐스트에 녹음된 내용이랍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강연이라 녹음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다고 해요. 그래서 매주 어떤 내용을 선정할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하네요. 


이어서 본격적으로 문학평론가 황현산 씨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첫 이야기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자신이 자란 고향에는 제대로 시설을 갖춘 도서관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을 배우고도 제대로 읽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적었다고 해요. 다행히도 마을 회관에 있던 얼마 안 되는 읽을거리가 유일한 재미였죠. 


그중에는 국어 학술 논문이 있었는데, 학교에 아직 다니지 않는 어린 아이가 읽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글이었습니다. 그나마 중간에 예시로 적어놓은 소설과 시 등 읽을 수 있는 내용만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감동받았던 내용이 있었고 ‘나도 누군가에게 글을 써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삶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그에게 있어서 그 시절은 늘 읽기에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었던 시기였죠. 그래서 가끔씩 글이 막힐 때면, 그때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고 하네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고 “현재는 모든 사람이 축복 받은 시대입니다.”라며 “읽을거리가 풍성한 시대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부럽답니다.”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 변화가 많고 무엇인가 깊이 배우려 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을 배우고 있다는 핀잔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늘 새로운 것이 찾아오는 시대에 살게 됐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늘 뒤돌아보기 힘들고 쫓겨 사는 느낌으로 사는 사람이 많아졌고, 눈앞만 보고 주위를 보지 못하며 사는 안타까움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읽을거리의 대표적인 것으로 뉴스가 있는데, 불과 10년 전만해도 신문이 단연 압도적이었다고 합니다. 기사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관련된 사설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사고의 깊이를 채우는 것이 더욱 좋았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 수많은 기사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내용을 읽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찾아보기도 전에 또 다른 이슈가 만들어져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되면 ‘피상적’으로 세상을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충 아는 사건에 대한 지식을 갖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그만큼 얕은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되어 가고 있다고 하네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상을 경영하기 위한 토대


그는 인문학과 철학적인 소양을 쌓을 때만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데에도 깊이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하면 활자에 대한 반항이 생겨 더디게 읽힌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츰 책 속에 자신을 몰입해서 책과 자신을 연결하면서 부터는 속도가 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바로 책에 몰입하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거나 인생을 돌아보는 생각과 만난다는 것이죠. 이것은 일반적으로 하는 잡념과 다른데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이면서, 묵은 상처가 있으면 어루만지고 시간이 지나 놓쳤던 것을 다시 찾아 삶의 방향도 돌아보게 하는 생각이죠. 이 생각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깊이를 만들고 그것이 진정한 강함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책을 읽을 때 ‘인생을 경영한다.’라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떻게 풍요로워질까를 생각하면서 삶을 사는데요. 그러한 경제적인 관심보다 중요한 것이 ‘인생을 어떻게 살까?’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라는 고민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평범한 가장이 있다고 합시다. 정말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해 돈을 벌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해보죠. 그러면서 돈이 중요하니 가족과의 시간과 대화를 뒷전으로 했다고 하면, 퇴직 후에 집에 있어도 자리가 없습니다. 직장에서 사람을 대하듯이 가족을 대하니 마찰을 낳고 마음과 달리 멀어지죠. 또한, 일에만 시간을 쏟느라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점점 외롭습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죠. 이렇게 되면 가족에게 가장이 아니라 짐이 되어 버립니다. 얼마나 씁쓸한 일이겠습니까?”


그는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그것을 인생에 넣어 경영을 할 줄 알아야 그것이 진정한 읽기라는 말로 강의를 마쳤답니다.





 질문과 답변 속에 깊어지고 단단해진 강연


강연을 마치고 쉬면서 정이현 사회자와 청중들에게 웃음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일정상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바로 이어진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시간도 값진 시간이었죠.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지만, 그중에 몇 가지 재미있고 알찬 질문을 뽑아봤습니다. 


 제가 책을 읽자고 가족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권해도 읽기를 시작하지 않던데, 혹시 그들이 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저도 없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그렇다고 그 행동을 멈출 필요는 없겠네요. 우리 집만 해도 제가 아들과 딸에게 책을 권해도 읽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인 제가 쓴 책을 아예 보질 않아요. 그래서 읽지 않으니 어쩔 수 있나 싶었는데, 우연히 딸의 글을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내가 쓰는 문체와 딸이 쓴 문체가 닮아 있더군요. 내 앞에서는 책을 보지 않았지만, 분명 책을 읽었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읽을 기회가 있어서 배우게 된 것이죠. 


책을 읽는 다는 행동은 분명히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꾸준히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어느새 가족과 직장 동료의 손에 책이 들려 있을 겁니다. 알게 모르게 책을 읽는 모습이 마음에 남을 테니까요.





 책을 읽기 위한 습관을 하나 추천해주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책을 읽겠다!’라는 마음이 생겼을 때, 실천으로 바로 옮기는 것이죠.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어요. 또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정독’이냐, ‘다독’이냐 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책을 읽는데 보냈느냐가 중요하죠. 그러니 책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세요. 틈틈이 읽는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도 ‘피상적인 삶에서의 탈피’라는 강연 주제가 강연과 함께 여운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독讀한 습관 강연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매주 진행됩니다. 홈페이지에서 강연자와 시간을 확인하셔서 신청하시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답니다. 다음 강연부터는 새로운 사회자인 칼럼리스트 박준우 씨와 4회부터 7회까지 함께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정혜윤 PD, 김경주 시인, 정지영 이화여대 교수,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강연도 있으니 다독다독과 함께 명사들의 강연에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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