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PD의 독讀한 습관! 책이 던진 질문을 따라 살자!

2014. 10. 1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문학을 하고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픈 강연에 사회자로 불러주셔서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앞으로 네 번의 강연 동안 설렘을 안고 진행하겠습니다.”


독讀한 습관 강연이 벌써 4회가 됐습니다. 이번부터는 새로운 사회자와 함께 강연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독讀한 습관의 사회자를 맡은 칼럼리스트 박준우 씨는 진행에 앞서서 떨리는 마음을 소감에 담았습니다. 그는 2012년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준우승한 뒤 푸드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고 현재 <올리브쇼> 시즌 4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7회 강연까지 사회자로 함께 한답니다.


이번 강연은 새로운 사회자와 함께 정혜윤 PD의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이어지는 책에 대한 생각을 들었습니다. 재미와 깊이가 모두 있었던 현장 속으로 다독다독에서 다녀왔는데요. 독讀한 습관 네 번째 강연, 정혜윤 PD가 전하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생동감 가득했던 그곳으로 함께 가실까요?





 ‘~처럼’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던 독서


“여보세요? 아! 마이크 되네요.”


이전 강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친근함으로 정혜윤 PD는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라디오PD라는 직업과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 했죠.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음 언론고시를 준비했던 대학교 4학년 때로 넘어갔습니다.


그녀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영어 공부를 위해 타임지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타임지를 보면서 해석은 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찰리 채플린처럼 걸었다.’ ‘빅토리아 왕조처럼 느껴졌다.’와 같은 표현을 볼 때면 도대체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주변에 가장 가까운 ‘종로서적’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처럼’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찾아서 보고 이해를 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서 서점으로 달려가는 시간이 언제부터 재미있어져서 그 이 후로는 책을 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읽을수록 확장되는 책의 세계, 그리고 사람


정혜윤 PD의 강연은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끊임없이 이어져서 중간에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보면,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계속 확산되어 갔죠. 그녀는 “사람은 태어났을 때 DNA를 통해서 축적되어 있는 지식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과를 먹고 어떻게 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아니라면 살면서 뇌에 모두 기억 할 수 없어요. 책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에요. 그래서 책에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지혜’가 담겨 있죠. 그리고 그 책들을 모아서 보관하자는 취지에서 도서관이 만들어졌죠.”라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책과 사람의 공통점 두 가지를 언급하죠. 


사람은 중간 부분이 펼쳐진 책과 같아요. 과거의 이야기는 읽어서 알고 있고, 현재는 열린 페이지만 볼 수 있으며,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는 궁금증과 무엇이 담겨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모든 내용을 100% 이해하며 읽지 않아요. 잘 읽어야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처음에는 누군가를 100% 이해하며 만나지 않죠. 하지만 점점 알아가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집니다. 여러 번 읽은 책이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사람도 많은 부분을 이해한 사람이 더 기억에 남죠.“


마치 마술처럼 이야기는 책이 만들어진 것부터 시작해서 사람과 책의 관계까지 연결되었습니다. 물 흘러가듯이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아서 서로를 채워주고 끌어주며 이어졌답니다.





“책과 우리가 서로 닮은 점이 또 있어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면서 관계가 확장되죠. 책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책을 읽으면 인용문이 나와요. 인용문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서 또 다른 책을 보게 되고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죠. 그렇게 책을 읽으면, 책은 한 권 한 권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밀한 것이라는 것을 알죠. 확장 속에 구체적인 어떤 작가의 생각을 계속 만나게 되니까요.”


그녀는 책을 통해서 누군가의 고뇌와 사유를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책에서 자신이 살면서 느꼈던 생각을 언어로 명료하게 표현해줄 때도 있고, 때론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과정이 자신을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덧붙여진 나의 생각


“전 토요일에는 정말 못 일어나요. 그런데 한 번은 경기도의 한 도서관에 강연을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갈 때, 도서관에서 준비해준 차를 타고 갔죠. 그런데 기사 분을 보는 순간, 모든 감각기관이 ‘친해져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분이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집에 가는 길에 배고프다고 김치찌개를 먹고 가자는 것이었어요. 오후 스케줄이 있었는데 말이죠. 거절하기도 그래서 밥을 먹으러 갔어요. 그런데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소주를 시키시는 게 아니겠어요? 이때부터 앞으로 펼쳐질 저의 동선을 그리고 있었답니다. 저 아저씨가 취해서 내가 다시 도서관으로 차를 운전해서 데려다 주고  택시타고 집에 가는 모습을요.


그런데 기사분이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강사님은 책을 왜 읽으세요?’ 동선을 생각하느라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답변을 얼버무렸는데 그분은 ‘책은 사람에게 생각을 해주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건네셨어요. 그래서 자꾸 사람들을 만나면 질문을 하게 된다고 말이죠. 


그 순간 18년 전 제가 종로서적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을 읽으면서 만난 ‘당신이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주겠다.’라는 글귀를 읽으며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과 겹쳐졌답니다.


“하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라디오 다큐멘터리를 준비할 때였는데, ‘무지한 스승’이라는 주제였거든요. 학력이 높진 않지만,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깊은 의미를 던질 수 있는 조르바 같은 사람을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통영에 내려갔죠. 그곳에서 한 어부를 소개받았는데, 그분은 남이 있건 없건 지킬 것은 지키면서 사시는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군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었죠. ‘요즘은 살면서 고생 안하고 사시나요?’였어요. 이 질문도 앞의 이야기와 닿아 있어요. 그것은 그들의 삶에는 ‘질문’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세 가지 이야기가 공통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런 질문은 때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도 현재를 돌아보게도 한다고 해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대답’을 정해놓고 그대로 움직인다고 해요. 그래서 ‘질문’처럼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했답니다. 


질문처럼 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꼭 필요한 요소라고 했는데요.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때론 그 질문에 걸려 넘어지게 되어 멈출 수 있기 때문이죠. 책을 읽다가 갑자기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들어오면, 한동안 멈추고 고개를 들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죠. 과거에 대한 기억,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등이 붙어서 생각을 확장 시킵니다.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나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고, 이것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데 큰 힘이 된다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장을 채운 열기만큼 뜨거웠던 질문과 답변


강연장에는 220여 명의 청중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고개를 끄덕이며 정혜윤 PD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열정적인 강연이 있은 후여서 질문 또한 많은 사람이 참여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했답니다.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몇 개의 질문만 받았지만, 질문과 답변 모두 강연처럼 알찼답니다.


 요즘은 거리를 걷거나 일상에서 책이나 신문과 같은 활자 매체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DMB를 많이 보는데요. 이곳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기 충분합니다. 그런데 왜 꼭 활자 매체인 책을 읽어야 할까요?


 일단 세상이 좋아져서 기기가 나오는 것에는 그런가 보다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무한대의 공간은 오히려 사람을 무능하게 만들죠. 그저 만들어진 링크를 따라만 가게 되니까요.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죠. 그것은 자신이 링크를 만드는 사람이 됩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면,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면, 밑줄을 그으면, 그것이 모두 링크가 됩니다. 자신만의 링크를 만드는 사람과 그저 만들어진 링크를 따라만 가는 사람의 삶은 다르겠죠?





 평범한 회사원이라 항상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죠. 그래서 여행을 종종 하는데요.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일상의 집 같은 안락함을 더 찾게 됩니다. PD님은 삶을 여행처럼 사시는 것 같은데, 혹시 안식처 같이 편안한 곳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것을 딱히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아요. ‘서식지’라고 부르는데요.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그런 공간, 또는 그런 대화 속에 있을 때 안식처 같은 편안함을 느껴요. 그래서 그런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서 많이 다니게 되네요. 그래서 특정한 공간은 없어요. 어떤 사람과 있는지가 안식처를 정하죠.


 저는 책이 잘 맞아야 읽는 조금 ‘편협한 독서’를 하는데요. 이런 편협한 독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안한 것을 추구해요. 그래서 독서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자신이 읽으면서 편안 책은 한 번쯤 ‘의심’을 해야 돼요. 그러면서 현실세계에 무엇을 빛내게 하고 무엇의 빛을 잃게 하는지를 책의 내용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잘 읽히는 책을 찾는 습관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이번 강의를 통해서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답니다. 방문했던 분은 자신의 삶을 바꿀 질문을 하나씩 가져갔으리라 봅니다. 다음 강연은 10월 15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김경주 시인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읽기 문화가 더욱 퍼져 나가길 다독다독에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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