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7.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작년 겨울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상속자들’을 기억하시나요? 상속자들은 고교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청춘 로맨틱 코미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드라마 속 주인공 차은상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꿋꿋하고 씩씩하게 고난을 헤쳐 나가는 ‘캔디형’ 인물이었습니다. 억척스럽게 알바를 해서 돈을 버는데 그런 여주인공을 남자들이 가만히 둘 리 없습니다. 그녀를 좋아하는 훈남 김탄과 최영도는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 와서 사랑싸움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재력을 이용해서 그녀와 단둘이 있고자 카페를 두 시간 동안 통째로 빌리기도 합니다.
우리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이런 달달한 로맨스를 꿈꿀 수 있는 건가요? 하지만 현실은 말합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 실제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많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로맨스 대신 여러 가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지켜지지 않는 최저임금제
우리나라의 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2015년의 최저임금은 올해(5210원) 보다 7.1% 인상된 558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 금액은 OECD 국가 중 임금 수준 최하위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낮은 최저임금제조차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대학가 근처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 구인 전단지에는 대부분 시급 4000원 이거나 ‘협의 후 결정’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정부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전국의 식당과 커피전문점 등 300여 곳을 점검해봤더니, 3곳 중 1곳 꼴로 아르바이트생들의 권익을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고용한 경우가 절반에 달했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수당을 가로챈 곳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최저임금제의 목적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입니다. 서울 한 대학가 앞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모씨(22)는 “최저 임금이 낮은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정해진 돈이라도 제대로 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알바생 잡는 cctv?
요새 어느 가게를 들어가나 천장에 달려있는 cctv 카메라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cctv도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처럼 사업장 등에 폐쇄회로 TV를 설치하여 국가가 아닌 다수 개인이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이른바 ‘스몰브러더스’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편의점에서 2개월 간 일을 했던 박모씨(24)는 cctv를 통한 사장님의 감시가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우거나 화면에서 보이지 않으면 바로 사장님에게 전화 오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사장님한테 딴 짓 하지 말라는 전화가 왔다. 아무리 돈 받고 일하지만 이 정도의 감시는 참을 수 없어서 그만두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범죄의 예방과 안전을 위해서 cctv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안전이 아닌 감시가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이것은 분명히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알바생들의 기본적인 사생활이 침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어요
서비스직 아르바이트에서는 감정 노동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도 견뎌야 합니다. 감정 노동이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말합니다. 특히, 여대생들의 경우에는 카페, 화장품 가게, 레스토랑 서빙 등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인식보다는 우리나라 특유의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더 만연해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진상손님, 즉 블랙 컨슈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애꿎은 알바생들만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등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알바연대 관계자는 “사회의 허점을 악용한 블랙컨슈머로 인해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 같은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알바생 등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강압적인 친절 요구가 근절되는 등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알바생들에 대한 법적 보호체제가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사업장을 신고하면 알바생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 뿐입니다. 그러니 노동 환경이 힘들어도,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도, 진상손님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알바연대’, ‘알바노조’, 그리고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조 ‘청소년유니온’ 같은 많은 시민단체들이 출범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알바생도 누군가의 언니 오빠, 혹은 동생, 혹은 친구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알바생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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