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6.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나의 동지 개그우먼 이국주가 얼마 전 SNL에 출연해 현아의 ‘빨개요’ 춤을 췄고 이는 큰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이 동영상만 해도 조회수가 7만이 넘었지요. 저는 이러한 이국주의 활약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그리고 지금도 뚱뚱한 여성에 대해 가지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거의 비슷비슷하거든요. 나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이었거나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었거나, 어쨌든 살면서 모두가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살 안 빼냐’, ‘저렇게 뚱뚱한 애들은 자기 관리 안 하는 애들이야’, ‘취업하려면 다이어트 해야지’, ‘어이고 덩치 보니 잘 먹겠다’, ‘저런 몸으로 저런 옷을 왜 입는 거지? 민폐야’… 무대에 오르는 뚱뚱한 개그우먼이 별다른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까르르 웃을 수도 있지요. 아 뭐, 사실 이제는 익숙해요. 이국주를 비롯한 다른 개그우먼들만 봐도 그들이 예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면 다들 웃잖아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그냥 웃잖아요. 그런데 전 그럴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SNL에 출연해 현아의 ‘빨개요’를 추는 이국주
출처 : SNL KOREA
남이 아닌 내가 말하는 나의 몸
대세 이국주 덕분인지 요즘 SNS나 인터넷에 뚱뚱한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와요. 여기서 동지 의식을 느끼게 해준 우리 이국주의 매거진 인터뷰와 해외의 뚱뚱한 여성, 오하이오 주립대학생 에린 맥켈(Erin McKelle)이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한 글을 보면서 계속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GQ KOREA / 국주론 INTERVIEW <어마어마한 덩치로 '으리으리'를 외쳐도, 이국주는 예쁘다>
여성의 몸, 특히 뚱뚱한 여성에 대해 엄격한 한국 사회에서 이국주는 누구보다 아픈 말들을 많이 들어왔을 거에요. 이국주가 말한 것처럼 한국에서 개그맨들은 뚱뚱해도 그다지 불쌍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뚱뚱한 개그우먼은 좀 다르지 않나요? 자기관리 못하고 못생기고 불쌍하고 게으르고 식탐 많은 ‘사랑 받기 좀 어려운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국주는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요즘 한창이라고 누드는 안 찍어도 되냐고 매거진 인터뷰에서 너스레를 떠는 우리의 이국주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누가 그랬잖아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다이어트를 통해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서 이국주는 누구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합니다. “너도 예쁘고 싶지 않니?” 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이국주는 ‘나는 아닌데!’라고 대답합니다. 내가 뚱뚱하든 말든, 살이 찌든 말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으로 비난 받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얼마나 사랑스럽습니까!
그리고 여기 사랑스러운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에린은 자신이 뚱뚱한 걸 누구나 다 알지만 이 뚱뚱함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옷도 잘 입어요. 그러나 종종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기도 해요. “몸도 뚱뚱한데 감히 네가 그런 옷을?!”의 시선은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에린은 스스로 ‘뚱뚱함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동시에 사람들도 뚱뚱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뚱뚱한 사람을 존중하며 우리와 소통하기 위해 에린은 다섯 가지를 이야기 합니다.
1. 남에 대한 신경을 꺼라.
2. 나를 뚫어지게 보지 마라. 난 인간이지 무슨 눈요기가 아니다.
3. 당신의 (특히 부정적인) 발언은 속으로 하라.
4. 뚱뚱하다는 것을 트집잡아 창피를 주려는 행위는 금물이다.
5. 나도 가끔은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눌러 기사 전문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이국주와 에렌은 스스로의 몸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의 뚱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압니다. 이국주와 에렌 덕분에 저는 부끄러움도 느끼고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항상 저 스스로보다 타인이 말하는 시선에 맞추려고 했거든요. 먹고 싶지만 뚱뚱해지기 위해 먹지 않고 굶어서 살을 빼고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싶어도 참고, 늘어난 몸을 보며 자기 관리 하지 않은 게으른 내 탓이라 스스로 꾸짖고…….
‘나의 몸은 아름답다’
여기, 우리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가 학내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여러 가지 글과 사진을 전시하고 설문조사도 열었는데요, 우연히 지나가다 보았는데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그 전시를 연 분들 가운데 한 분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이번 전시의 이름은 ‘나의 몸은 아름답다’입니다. 요즘 세상에서 아름다움은 정형화되어 있고 강요되잖아요. 그 가운데에서 아름다움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보자는 취지입니다.
전시에 우리 국주의 사진도 있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국주 같이 뚱뚱한 여성들은 항상 희화화 되곤 하잖아요. 특히 개그우먼들 같은 경우에 자조적으로 자신의 몸을 비하하면서 웃음을 유도하구요. 그런데 이국주는 자조적으로 자신의 몸을 비웃기보다는, 내가 어때서? 이게 어때서? 라는 태도에서 출발을 합니다. 자기최면을 걸지 않는 거죠.
자기최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아름답지 않다고 뻔히 생각하면서 당신은 아름다워요 혹은 나는 아름다워요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거죠, 이국주는. 뚱뚱함이라는 속성을 기존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억지로 우겨넣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기준을 확장시키는 거에요.
이국주 말고도 전시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전시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자기가 자기 몸을 그대로 바라보고 어떤 상태인지 받아들인다는 거에요, 더 나아가서 그런 몸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죠.
설문조사 결과 중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있다’에 대한 응답이 굉장히 높네요.
일종의 사회적 미에 맞추기 위한 거죠. 아름다움의 기준을 충족시켜 만족감을 느끼려고 하는 건데 실은 이 때 그 기준 외의 사람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어요. 가령 유명 옷브랜드에서는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옷이 없거든요. 없는 사람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국주처럼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동시에 이것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의미가 있어요.
자신의 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사람들은 그 사회적 아름다움의 기준에 자기가 왜 맞춰져야 하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회가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기준 외에도 분명히 아름다움은 존재하거든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대한 긍정이 자기 최면이 되지 않아야 해요.
출처 :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여학생위원회
저는 예전에 항상 제 몸에 대해 불평불만이었고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 같아 늘 부끄러워하기 급급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저랑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국주도 미국에 사는 에렌도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듯이 이게 쉬운 일은 사실 아니잖아요. 어쨌든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니까요. 그래도 자기 몸을 자기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거울 앞에 서서 한 번 스스로를 봐보세요. 내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새삼 놀랄 거예요. 지금 이대로도 아름답고 사랑 받기에 충분하다니까요?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몸은 이대로도 아름답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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