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모아서 책 낸 파워블로거의 신문예찬

2011. 7. 26. 09:1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저는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블로그에서 책 리뷰를 쓴 덕분에 꽤 알려져서 지난해에는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라는 책도 출간하게 되었죠. 이 모든 것을 ‘신문’ 덕분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종이신문을 고집하는 열혈 신문구독자입니다. 




사실 블로그도 신문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2003년 10월 어느 신문에서 “지금 미국에서 블로그blog가 뜬다"는 기사를 읽고, 그 날 저녁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만든 목적은 바로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놓는 ‘온라인 스크랩북’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1995년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복학한 후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신문 스크랩이었습니다. 제대 후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제 현실이 안타까워 전공 교수님께 고민을 털어놨더니 ‘관심이 가는 주제별로 매일 신문을 스크랩하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후 수년 동안 거의 매일 신문을 스크랩했습니다. 4대 일간지와 2개의 경제지를 포함해 나중에는 주간지까지... 늦은 오후 귀가할 때 학과를 돌며 다양한 종류의 신문을 모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식사 후 가져온 신문을 모두 읽고, 관심이 끌리는 기사를 가위로 오리고 딱풀을 발라 주제별로 나뉜 15개의 스프링 달린 연습장에 스크랩 했습니다. 


<스크랩을 기다리고 있는 신문들>



스크랩하는 기사의 기준은 단 한 가지, “끌리는 내용, 모두 스크랩하자.”입니다. 첫 한 달째는 정말 힘이 들더군요. 아는 것이 전혀 없기에 모든 기사에 관심이 가서 모두 스크랩해야 할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 동안은 신문기사를 읽고 스크랩하는데 하루 두세 시간을 바친 것 같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귀찮아서 도중에 포기할까 마음먹은 적도 몇 번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스크랩한 내용을 가지고 나에게 보여야 한다”는 교수님과의 약속 때문이었죠.

스크랩 시작 석 달이 지날 무렵부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스크랩을 하는 기사들이 점점 줄더니 절반이 되어버린 겁니다. ‘어제는 별 일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100일이 넘게 신문을 읽고 스크랩을 하면서 ’세상의 모든 일‘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렇게 한 권 한 권 스크랩한 것이 처음 2년 동안 모두 150여 권이나 되었습니다.

신문 스크랩의 위력은 놀랍습니다. 우선 매일 5-6개의 신문을 한꺼번에 스크랩하니 매일 ‘나만의 신문’을 만들게 됩니다. 그 신문은 두 번 다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매일 신문을 읽고 기사를 오려 스크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두세 번 읽은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기억이 어렴풋하거든 스크랩북을 뒤져서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해에 IMF를 맞아 기업에 취업하는 대신 창업을 했는데, 창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도 신문 스크랩북이 한몫을 톡톡히 해줬습니다. 사업을 할 때도 신문 스크랩은 빼놓을 수 없는 일과 중 하나였죠.

오전에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5-6개의 신문을 대충 훑어보고 관심이 가는 기사가 있는 지면은 따로 찢어 두었다가, 20-30 장 정도가 되면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한 권으로 만들어 외근 중에 읽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TV 뉴스를 따로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할 때도 어느 주제가 되었든 막힘이 없기에 대인관계에 두려움이 없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거워집니다. 성공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매일 아침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신문읽기라죠? 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신문을 스크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블로그에 주제별로 수십 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집에 배달된 신문을 읽다가 관심이 가는 기사를 만나면 온라인에서 제목으로 검색해 복사를 하거나, 링크를 걸어 주제별로 스크랩해 두었습니다.

블로그에 스크랩을 하면 종이신문으로 스크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입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스크랩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신문은 종이 신문로 우선 읽습니다. 왜냐하면 종이 신문은 내 관심사 밖의 이야기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웹으로 읽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이로움이죠.


제가 존경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종이신문 예찬론자입니다. 그 분은 어느 강연에서 ‘종이신문은 편집을 통해 뉴스의 중요도를 짚어주기 때문에, 스스로 사안의 무게를 가늠할 능력이 생길 때까지는 종이신문을 읽으라’ 며 대학생들에게 종이신문을 권했습니다. 


<’리더스 콘서트’에서 강연하는 시골의사 박경철님>


아울러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1위부터 10위 뉴스 중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핵심적 사유가 담겨 있는 게 있습니까? 읽기 훈련을 안 하면 정보홍수의 물결에 떠다니는 통나무 같은 존재가 될 겁니다.”라며 독자적 사고를 해치는 인터넷 정보에 대해서도 지적했죠.


<스마트폰으로 본 신문>



신문과 블로그를 사랑하는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조언은 ‘블로그를 온라인 지식창고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문과 무엇이든 담아두기에 좋은 블로그는 의외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블로그를 여러분의 ‘지식창고’로 만드신다면 머지않아 어제와는 다른 여러분을 만나시게 될 겁니다.

못믿겠다고요? 그렇다면 블로그를 지식창고로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야겠군요. 이 분은 자신의 앎과 배움 그리고 느낌을 일반에게 알리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방대한 자료로 이 분의 블로그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요, 바로 한양대 ‘유영만 교수님’의 블로그입니다.

스스로를 ‘욕망하는 지식생태학자Knowledge Ecologist‘로 부르는 유 교수님(블로그 닉네임-지식생태학자Kecologist)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kecologist)에는 무려 4,000개가 넘는 포스트가 있습니다. 유 교수님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일 보고 듣고 느낀 정보와 지식들을 블로그에 담고 있습니다. 


<유명만 교수와 그의 블로그>


블로그에 있는 50여 개의 카테고리들을 살펴보면 상단에는 ’곡선의 미학‘, ’버킷리스트‘, ’종물고기‘, ’리스타트 핑!‘ 등 제목이 눈에 띄는데요, 이 제목들은 유교수님이 쓰신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분은 카테고리를 쓰고 싶은 책의 제목별로 구분해 놓고 관련된 내용들을 스크랩해 두었다가 이들을 종합해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카테고리에 있는 ’고양이와 혁신‘, ’앎+삶+옳음‘, ’최고에너지경영자‘ 등도 머지않아 출간될 책제목이라고 봐야겠죠?

유영만 교수님은 현재 지난 1월 <버킷리스트>(한국경제신문)에 이어 3월 <곡선이 이긴다>(리더스북)를 공저했고, <경영은 죽었다>(위즈덤하우스), <왜 장사를 하는가>(토트), <The 33>(월드김영사) 등 외서에 해제를 했으며, 거의 매주 강연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교수‘ 중 한 사람으로 통합니다.

이 분이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책을 쓰고 강연을 하실 수 있는 것은 종합해 보면 신문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신문은 힘이 셉니다. TV 뉴스 30분을 다 받아 적어도 유명 일간지 1면의 절반 밖에 안 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인터넷 정보보다 신문에서 접한 정보의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 오래간다는 연구들도 국내외에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로움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신문을 단순히 눈으로 보지(see, 視) 말고 읽어야(read, 讀)합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설렁설렁 읽어서는 신문이 주는 이로움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알고자, 배우고자, 공감하고자 작심하고 기사를 접해야 비로소 그 이로움이 머리와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활용하기 위한 스크랩은 그 다음 이야기겠죠.

단돈 600원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의 하루 이야기인 신문, 보지(see)말고, 읽으세요(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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