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퀴즈 퀴즈지존이 말하는 독서의 힘이란?

2011. 7. 26. 13:3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우리나라 퀴즈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프로그램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장학퀴즈’를 쉽게 떠올리실 텐데요.

1973년 처음 시작해 올해 1900회가 넘었다고 하는 장학퀴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국민 퀴즈프로그램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퀴즈를 푸는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맞춰보고 우승자가 탄생하기까지 가슴 졸이며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었던 추억은 누구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렇게 역사를 자랑하는 장학퀴즈이지만, 지금껏 퀴즈지존은 단 세명 뿐이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얼마전 퀴즈지존에 네번째 이름을 올린 학생이 있어 화제가 됐었는데요. 바로 서대전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황순 군이었습니다.

장학퀴즈는 본선 및 파이널 라운드를 거쳐 결정된 우승자가 전회 우승자와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7연승을 거두면 퀴즈지존이라는 영예를 안게 됩니다. 장학퀴즈 역사상 김황순군을 포함해 총 4명만이 나왔을 정도로 퀴즈지존이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우승 후 퀴즈지존이 되기까지 김황순군은 독서의 힘이 컸다고 밝혔었는데요. 그를 만나 퀴즈지존이 되기까지 책이 어떻게 도움이 됐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가족들과 즐겨보던 장학퀴즈, 당당하게 그 주인공이 되다


EBS의 장학퀴즈에서 7승을 하며, 퀴즈 지존에 등극했는데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장학퀴즈에서도 보기 드물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4대 퀴즈지존이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그리고 장학퀴즈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선은 무엇보다 정말 기뻤어요. 1승을 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는데요. 사실 그 뒤로는 이길 때마다 비교적 담담했었어요. 그래서 막상 7승을 하니 조금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다시 방송으로 보니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흐뭇했고 7승을 했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우리가족은 일요일 저녁마다 TV 앞에 모여 장학퀴즈 문제를 같이 풀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시간이 맞지 않아 가족끼리 모여 TV를 보는 경우가 드물어지더라구요.

가족끼리 즐거운 공통의 화제가 거의 없기도 했구요. 그러던 중 학교 게시판에 장학퀴즈 예선 공지가 올라온 것을 보고 ‘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습니다. 장학퀴즈에 나가면 중학교 때처럼 우리가족이 TV앞에 모여 제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교감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도 지금 장학퀴즈 덕분에 공통의 화제가 생기고 가족애가 더욱 돈독해졌어요.



장학퀴즈에 처음 도전 하면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많은 격려와 응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말들이 큰 힘이 됐고, 가장 많은 도움을 줬던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지 알고 싶은데요.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에요. 담임선생님께서는 제가 장학퀴즈에 처음 나갈 때부터 7승 챔피언이 될 때까지 항상 ‘가서 즐기고 오라’라고 하셨거든요. 그런 말씀이 정신적 부담을 덜어 줬어요. 덕분에 저도 차분한 마음으로 퀴즈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라면 너무 많아서 딱히 누구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요. 그래도 조부모님, 부모님, 동생 등 가족 모두가 저에게 도움을 줬어요. 특히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은 어머니와 할아버지입니다.

저는 평소에 어머니 차를 타고 등 • 하교하는데요. 차 안에서 저는 읽은 책 이야기를 자주 해요. 그 때마다 어머니는 제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데요. 어머니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질문이나 반대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런 대화가 아마도 제가 지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한 할아버지는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데도 제가 장학퀴즈를 녹화할 때마다 서울로 올라오셔서 옆에서 저를 힘차게 응원해 주셨어요. 방송에는 안 나갔지만 제가 위기 상황일 때마다 할아버지께 응원을 부탁했는데, 그 때 짧고 굵게 ‘파이팅!’이라고 해주시는 말씀이 굉장히 힘이 되었습니다.





퀴즈대회 우승 후 아무래도 학교에서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반응이 어떤가요?

제가 7승을 하니 친구들이 놀랍다며 많이 기뻐해 주었어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졸업한 선배님들은 학교를 빛냈다고 칭찬해 주셨구요. 7승을 한 뒤로 친구들이 저를 이름 대신 ‘지존’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우승하기까지 책의 도움이 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책을 자주 읽는 편이며 평소 자신만의 독서습관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주로 역사, 문화, 그리고 과학에 관련된 책을 읽어요. 제 독서 습관은 침대 옆에 작은 책장을 마련해 놓고 관심이 가는 소재를 가진 책들을 골라 쌓아 놓고 읽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요즘 저는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십자군과 그들이 활동했던 중세 시대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책을 사거나 빌려서 책장에 쌓아 두고 읽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십자군이라는 단순한 소재만이 아니라 그들이 활동했던 중세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주제가 머릿속에 연결되고 각 내용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요. 그렇게 하면 한 작가의 의견에만 치우칠 수 있는 상황을 같은 소재의 다양한 책을 읽음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도 가질 수 있는 것 같더라구요. 



책을 많이 읽으면 학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책 읽기가 학업에 어떤 도움이 됐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독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제 경험에 의하면, 독서를 많이 하면 처음 접하는 교과내용이더라도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함이 많이 있어서 이해가 빨라지는 것 같더라구요. 이는 학업에도 정말 중요한 도움이 되는 것이겠죠?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장점은 첫째, 독서를 위해 들인 시간, 돈 등은 언젠가는 더 큰 것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독서는 다다익선이에요. 저는 이것을 장학퀴즈를 통해 더 확실하게 알았어요. 또한 독서는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독서는 가만히 앉아서 타인의 생각이나 활동을 경험하는 아주 경제적인 즐거움이에요. 독서만큼 다양하고 깊은 즐거움을 주는 활동은 없다고 생각하구요.




사회의 저명인사들은 한결같이 책을 많이 읽었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평소 책을 자주 읽는 김황순 학생 역시 사회의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만, 혹시 구체적인 장래희망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문화콘텐츠 관련 CEO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의 훌륭한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고 또한 외국의 훌륭한 문화를 국내에 들여오는 문화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특히 관심 있는 문화콘텐츠는 주로 각 나라의 고유한 사상인데요. 주로 학문적 영역에서만 다루어지는 주제를 보다 대중적이고 친숙한 콘텐츠로 바꾸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꼭 이런 일을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정 감명 깊었거나 혹은 다른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지 궁금합니다.

많은 책들이 있는데요.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3권을 소개하고 싶어요. 첫 번째 책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조선 후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조선 후기의 사상과 그 시대를 살았던 정약용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요. 가장 조선 후기 지식인답게 살았던 정약용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책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같은 조선 후기를 살았지만 정약용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간 ‘박지원’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를 보면서 당시 사회를 풍자하고 양반사회의 가치를 웃음으로써 무너뜨리는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인데요. 우주는 인간에게 무엇보다도 매혹적이고 경외를 일으킨다는 말은 이 책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서적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더라구요.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우주를 평소에도 보다 쉽게 상상하고 느끼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 권의 책에서 만나는 문장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를 하고 무한한 지식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고 하죠. ^^ 책을 즐겨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그들만의 특별한 지식세계가 있음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김황순 군 역시도 책 속에서 배우고,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진정한 리더(Reader)였습니다. 이렇게 항상 책을 곁에 두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이기에 앞으로 세계의 문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꼭 이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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