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노래한 ‘소격동’은 삼청동 그 자리에

2014. 10. 22.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서태지, 어릴적 놀던 ‘소격동’ 왜 노래에 담았나? / 2014.10.11. / 한겨레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거에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5년 만에 컴백하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사로잡은 가수 서태지. 그가 발표한 신곡 ‘소격동’은 발표되면서 이슈를 낳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복고 감성은 마치 그 당시의 소격동으로 가 있는 느낌을 주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옛 향수를 쫓아 소격동의 소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소격동’ 노래를 들으면서 발걸음을 옮겨 소격동으로 가보겠습니다.



출처_ 서태지, 어릴적 놀던 ‘소격동’ 왜 노래에 담았나? / 2014.10.11. / 한겨레



 작아서 지나치기 쉬운 서태지의 유년기 추억의 장소


‘소격동’은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서울 경복궁의 동쪽에 자리한 작은 동네입니다. 행정구역으로 삼청동에 속해 있어서 이곳을 지나면서 삼청동 골목으로 알고 걷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풍문여고 정문 좌측으로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가로지르면, 정독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부터 소격동은 시작됩니다.


조선시대에 있었던 국가적인 제천의식 등을 주관하던 관청 소격서가 있었던 곳이라 소격동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곳에는 가수 서태지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동네 주민도 있습니다. 그 당시 이곳에는 그의 할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살고 있었다고 하네요. 낡고 구불구불한 모양의 골목과 한옥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래 가사에 나오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라는 부분은 가수 서태지의 회상이자 그리움일지 모릅니다. 


이곳 주민들은 약 10년 전부터 관광지처럼 카페와 상점이 늘어가면서 변해버린 모습에 아쉬워합니다. 동네 곳곳을 뛰어다니며 놀던 유년 시절 추억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런데요. 지금도 밤 산책을 하며 조용했던 주택가를 떠올리던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도로명 주소로 바뀐 주소보다 소격동이란 이름이 더 좋아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출처_ 서태지 ‘소격동’ 디렉터스 컷 뮤직비디오 오늘(11일) 정오 공개 / 2014.10.10. / 세계일보



상점들에 밀려난 지금, 그리고 군사기관이 있던 과거


“이웃이 집 앞을 지나가면, 집으로 불러서 커피도 먹고 감자도 먹고 그랬어요. 지금은 그런 이웃이 없어졌어요. 다들 집을 팔고 동네를 나가고 그나마 계시던 어르신들도 돌아가셔서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줄고 있어요.”


시골 마을 정서가 넘치던, 그래서 가족 같이 정을 나누던 소격동은 최근 갈수록 사람 살기 불편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카페와 상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꼭 필요한 시장도, 이발소도, 약국도 없어졌기 때문이죠. 관광지 이전에 사람 살던 동네였던 그 모습에 대한 추억도 밀려나고 있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상업화로 치여 살기 전에는 군사시설인 국군기무사(전 보안사령부)가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회색빛 담벼락은 당시의 군사정권의 이런저런 폭력에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소격동 주민들의 아픔과 함께 했었죠. 그래서 서태지의 뮤직비디오에는 기무사에 끌려간 한 소녀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는지도 모릅니다. 



출처_ 서태지, 어릴적 놀던 ‘소격동’ 왜 노래에 담았나? / 2014.10.11. / 한겨레



 다시 이어진 사람들의 발걸음은 노래와 함께


소격동에는 90년대 후반부터 각종 아트센터와 화랑들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들의 발길이 잦아졌죠. 게다가 2008년 기무사가 과천으로 이동한 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면서 예술이 숨 쉬는 동네로 거듭났습니다. 이후에는 카페와 상점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죠. 


“여기가 소격동이에요?”


최근에는 카페와 상점이 가득한 공간을 만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서태지의 ‘소격동’을 듣고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하네요. 가사 속에 담긴 내용을 따라 발길을 옮기며 과거의 소격동을 묻는 사람도, 가게에 앉아 소곤소곤 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_ YouTube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의 소격동의 모습은 또 다시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에 사람이 살던 조용한 주택가 소격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서태지의 ‘소격동’은 잔잔한 대답처럼 그 골목에 가득 울리고 있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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