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미생>, 드라마와 웹툰 속 공감 포인트는?

2014. 10. 30.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tvN 미생  



최근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그 인기가 날로 늘어가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미생>인데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장그래를 중심으로 같은 팀 상사들과 회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남들에게는 말 못하는 직장인의 애환이 녹아있는데요.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겪는 것처럼 공감가고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인생교과서’라 불리며 많은 사람에게 읽힌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서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나오는 캐릭터도 유사해 금방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물론이고 웹툰까지 궁금해지는데요. 오늘은 드라마 <미생>를 통해서 원작인 웹툰까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_ 교보문고 (좌) / tvN 미생 (우) 



 내 자리 하나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미생’이라는 말은 바둑용어입니다. 바둑은 두 사람이 서로 번갈아 가며 바둑판에 누가 더 많은 집을 만드는지를 겨루는 놀이죠. 세력을 키우고 전투에서 이기려면 집을 확보하거나 상대방의 집을 부서야 합니다. 바둑에서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두 집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렇게 된 경우를 완전하게 살아 있다 해서 ‘완생’이라 부릅니다. ‘미생’은 아직 집을 확보하지 못해서 놔두면 곧 죽을 세력을 부르는 말인데요. 사회라는 바둑판 위에서 아등바등 사는 직장인들은 모두 미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미생>은 ‘장그래’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직장인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줍니다. 품이 맞지 않아 어색한 양복을 입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보며 전화벨 소리에도 흠칫 거리며 놀라는 모습에서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처음 직장생활을 하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실수도 하고 선배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시키지 않은 일을 벌이고, 칭찬을 은근히 기대하다가 핀잔을 들으면 자괴감에 빠지는 모습도 신입시절의 통과의례입니다. 이런 모습이 어릴 적부터 바둑 세계에서만 살아온 장그래라는 주인공의 일상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 그려지고 있답니다.



출처_ tvN 미생 



옆 팀에 빌려주었던 딱풀 때문에 서류를 유출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장그래. 그리고 이를 발견한 전무가 고성을 지르는 대신 오 과장에게 “잘하자”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는 순간은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아찔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이란 상상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오해가 장그래가 아닌 다른 팀 인턴 때문인 것을 알게 된 오과장이 술을 마신 뒤 “너희 애 때문에 우리 애가 혼났잖아!”라며 소리치는 모습에서 자신을 챙겨주던 선배들의 모습에 감동 받고 힘을 내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그래의 행동과 표정, 말투가 직장에 적응하고 점점 인정받았던 자신과 겹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 <미생> 대사 중



출처_ [간밤의 TV] '미생'을 욕한 자, 후회하고 있나 / 2014.10.28. / 아주경제



 드라마 속 공감은 웹툰이 먼저


드라마 <미생>이 주목 받는 이유는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 곳곳에는 원작을 반영해 현실에 맞도록 각색된 부분도 있고, 원작 그대로의 대사가 나오기 때문인데요. 웹툰 『미생』은 연재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탄탄한 구성과 누구에게나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녹아 있답니다. 그래서 원작을 먼저 만났던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기 전에 웹툰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웹툰에서 봤던 장면이나 대사가 드라마를 통해서 나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랍니다. 


웹툰『미생』은 누구나 읽으면 직장에 대한 많은 생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직장 속에서 겪는 일을 만날 수 있어서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하는 일을 돌아보고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사회생활을 처음 하던 경험에 대한 추억을 선물합니다. 단지 직장에 다니는 사람뿐만이 아니더라도 웹툰 속의 대사는 삶에 도움이 되는 말이 많아 가슴에 울림을 줍니다.



출처_ 교보문고



윤태호 작가는 이 웹툰을 위해서 10년 동안 ‘바둑’이란 소재와 삶의 모습을 연결하기 위해서 고민했다고 합니다. 바둑은 대국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마주 앉아 왜 이기고 졌는지에 대한 ‘복기’를 합니다. 그 ‘복기’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작가는 바둑과 회사원의 조합으로 사회에서 살아남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렸습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었죠. 게다가 6~7명의 종합상사 직원들과의 소통으로 용어 하나까지 허투루 넘어가지 않은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미생』을 연재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자 의견란에 올라오는 모든 의견을 귀담아듣고 반영했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지금도 ‘만화가 아닌 인생 교과서’, ‘직장생활의 교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작품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게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

- 웹툰 『미생』중





한 가지 더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내용과 내용 중간에 1989년 9월 세계 바둑계를 뜨겁게 달궜던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대국은 조훈현 9단이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을 이기고 한국 바둑 역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바로 그 대국입니다. 이 대국은 『미생』의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 바둑계에서 변방에 불과했습니다. 조훈현 9단은 우승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았었죠. 그러나 은인자중하던 조훈현이란 잠룡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국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주인공인 장그래가 직장에 적응하고 자신을 우뚝 세우는 모습에 대한 밑바탕으로 의미가 있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정글 같은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힘들다’, ‘그만 둘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곤 하죠. 하지만 이런 마음을 위로해주는 웹툰 『미생』과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직장생활을 돌아보고 일상의 소중함을 만나보면 좋겠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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