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도서관을 두고 카페로 향한 이유는?

2014. 10. 31.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brokelyn



에딘버러에 있는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를 아시나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종종 유모차를 끌고 나와 원고를 썼던 카페입니다. 그녀는 책을 쓰기 시작한 초기에는 하루 종일 이 카페에 죽치고 눌러앉아 집필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에 유모차를 태우고 산책하면서 그녀가 짬을 내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는 해리포터의 엄청난 성공 이후에 ‘해리 포터의 탄생지(Birthplace of Harry Potter)’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답니다.



 카페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처럼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의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일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요즘 카페에 들어가 보면 홀로 또는 삼삼오오 모여서 ‘공부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번화가나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보다는 대학가 근처에서 좀 더 흔한 광경일 텐데요. 이들을 가리키는 ‘대학생 스터디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카페는 이제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에서 그치지 않고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대학교에 있는 도서관을 두고 카페로 나올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커피 값이 밥값보다 싸던 시절은 이제 옛말입니다. 요즘은 커피 값이 밥값보다도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최모씨(22)는 "친구를 만나더라도 커피 값이 너무 비싸서 차라리 내가 밥을 사고 싶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커피 값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나 대학교 도서관 혹은 독서실을 두고 왜 굳이 카페에서 커피 값을 지불하며 공부하는지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출처_ 도미노 인상…가격 안 올린 착한 커피전문점 어디? / 2014.09.06. / 머니투데이



 카페가 ‘그나마’ 낫다


먼저 ‘그냥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좋다’라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독서실이나 도서관은 아무래도 정숙해야 하는 공간이니까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비해서 카페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더불어, 요즘 공부를 여럿이 모여서 스터디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카페에 함께 모여 공부하게 되자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공부하기에 도서관보다는 카페가 더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부할 곳이 딱히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먼저 대학교 도서관은 자리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자리싸움이 치열해서 새벽에도 학생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때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대학가에는 졸업을 하고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많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대학교의 배려가 부족합니다. 실제로 이미 졸업했지만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생들은 따로 출입증을 받지 못하거나 신청기간에 신청을 하지 못하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졸업생 박모씨(25)는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를 하러 가장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따로 돈을 내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말에 약간 서운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대학교 도서관측은 “학교는 원칙적으로 재학생을 우선해야 하고 졸업생까지 모두 도서관 이용을 허용한다면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요즘 극심한 취업난이 사회적으로도 대두가 되고 있는 만큼, 대학 도서관에 대한 졸업생들의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학 측과 재학생, 졸업생 모두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_ goham20  



 진화해가는 카페


이러한 대학생 스터디족에 대해 카페 사장님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물론 초반에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카페에 수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회전율은 만족을 시켜줘야 하나 스터디 족으로 인하여 이러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족이 카페에 앉아 있는 시간은 짧아도 1시간, 길면 4시간 이상 장시간 공부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러한 스터디족 때문에 카페 자리가 없어서 새로 온 손님들도 돌아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소지물을 자리에 그대로 두고 몇 시간을 자리를 비우다가 다시 카페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 근처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씨(43)는 "놓고 간 소지품을 치울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고 고충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카페들은 이러한 난관에 봉착하는데 그치지 않고 변화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서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 고객인 대학생의 카페 문화가 바뀌면서 카페도 그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스터디카페입니다. 최근 대학가뿐만 아니라 강남역과 홍대, 종로 등 서울의 주요 번화가에는 많은 스터디카페가 생기고 있습니다. 조별 과제나 그룹 스터디를 진행할 때 카페는 너무 시끄럽거나 자리가 비좁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카페는 조용한 분위기를 비롯하여, 컴퓨터, 회의 진행 시설 등 스터디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스터디카페의 장점 때문에 대학생들뿐만이 아니고 회사원들의 회의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형태는 바로 시간제 카페입니다. 시간제 카페에서는 이용시간단위로 책정되는 카페 이용료만 지불하면 음료와 간식거리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카페에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제' 카페는 맨 처음 유럽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퍼플랏', 시계 문자판이라는 이름의 카페인데요, 한 시간에 1파운드 80펜스, 우리 돈으로 3천 2백 원 정도를 지불하면 차와 토스트 등을 맘껏 즐길 수 있습니다. 얼마만큼의 돈을 내면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_ YTN 



이처럼 점차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지만 시간제 카페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장소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