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당신에게 던지는 신형철의 독讀한 한마디

2014. 11. 4.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앞서 6회나 진행되었던 독讀한 습관 강연. 매주 읽기에 대한 명사들이 들려주는 유익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특별히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 열렸습니다. 대구에 사는 저는 이번에 다독다독 블로그 대학생 기자로 강연을 듣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습니다. 꼭 한 번 듣고 싶던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강연이라 기대가 컸는데요. 현장에서도 많은 사람의 참여로 열기가 뜨거웠답니다. 지금부터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들려주는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 읽기>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롤리타 콤플렉스를 제대로 알려면 소설 <롤리타>를 읽어야


“여행을 갈 때도 주변 관광지를 다니며 움직이는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한적한 숙소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책을 읽는 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죠. 화장실에 책을 들고 가서 읽는 것은 당연하고요,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손에 책이 없으면 불안한 기분이 듭니다. 읽을거리가 무엇이든 손에 있어야 하는 거죠. 읽을거리가 없어서 천장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답답해져 얼른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하하.”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본인의 아주 독특한 독서 습관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읽을거리가 늘 손에 있어야 한다는 놀라운 습관이었는데요.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습관은 아니었지만, 자신 주변에 읽을거리를 늘 둔다면 자연스럽게 읽기에 빠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강연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읽을거리, 보다 구체적으로는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많은 청중은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지만, 읽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무도 대답을 못한 채 신형철 문학평론가를 보고 있을 때, 그는 한 가지 소설을 소개했습니다.





그 소설은 바로 <롤리타>였습니다. 이 속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9살부터 14살의 소녀만을 사랑하는 험버트라는 중년 남자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따와서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것을 만들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다들 ‘롤리타 콤플렉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시죠?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이 그리 유쾌한 생각을 가지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설 <롤리타>도 여러분들의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소설일까요? 제가 드리는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험버트는 소아성애자입니다. 대부분의 소아성애자는 어린 아이들을 제압하는 데에 흥미를 느끼는데요. 험버트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책에서 ‘아저씨를 사랑해줘’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 던지게 될 것입니다. 어떠한 내용을 이해하려면 해당하는 책을 전부 읽어야 한다는 결론이 성립하게 되는 거죠.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


앞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주인공 험버트를 신형철 평론가는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사람이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진행되면서 ‘누가 자신을 정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고 어렵다는 것이라는 그의 강연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이 타인을 짧게는 몇 십분 만에 판단하는 일을 경험하실 텐데요. 그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롤리타 콤플렉스’를 안다고 해서 소설 <롤리타>를 안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식’ 이전에 ‘판단’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으로 판단을 내렸던 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을 ‘책’이라고 생각했을 때, 과연 그 책을 다 읽고 판단을 내렸던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 판단이 맞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인식하기 전에 판단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다 복잡한 사람입니다. 제가 오늘 처음에 말씀드린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의 습득과 긴장의 유지를 위해서 말입니다. 소설책을 읽으며 주인공을 책의 첫 부분부터 판단하려 들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으며 꾸준히 무죄추정의 원칙을 되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이유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과 인간으로 어떤 태도로 임해야 되는지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더 나은 ‘읽기’를 위해 질문을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유익한 강연은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나 싶을 정도로 빨리 마무리 됐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강연에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이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었답니다. 많은 분이 손을 들고 질문하고 여러 질문에 대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질문을 뽑아봤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다독, 다작, 다습’ 외에 창작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 지 궁금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문학작품에 대한 평론을 쓰는 일이라 창작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으로는 소설에는 천재가 없습니다. 인생처럼 말입니다. 삶을 많이 알고, 깊이 아는 사람이 더 잘 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많은 소설을 읽어서 다양한 소재와 만나보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되겠네요.


  ‘읽기’를 시작해보려는 단계에 있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읽기를 시작할 때에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를 찾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중요한 테마와 관계된 책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분명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강연을 들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질의 응답 시간이 끝나고도 많은 분이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섰답니다. 강연이 유익했던 만큼 많은 사람이 조금 더 가까이 강연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서 있는 사람들 중에 강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질문을 하던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독한습관 ‘신형철 문학평론가’ 강연을 들으셨는데,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강의가 인간과 문학에 대한 이해 위주로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많은 특강을 듣고 있는데, 이번 독한습관 강연이 취업에 대한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고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즐거웠습니다.



 평소 읽기를 즐겨하신다고 하셨는데, 본인만의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보자면 어떤 것이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읽기를 좋아하는 저도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물며 읽기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은 시작하기를 어려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강연자 선생님 말씀처럼 ‘필요’를 느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기 삶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책을 통해 채워나가는 느낌으로 읽으시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독한습관 강연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추후 강연도 참여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서울에 가게 된다면 꼭 참여해볼 것 같아요. 더욱이 전라도 내에서 열린다면 얼마든지 ‘오케이!’에요.



대구에서 광주까지의 오가는 시간의 힘듦도 무색할 만큼 즐거웠던 독讀한 습관 강연이었습니다. 읽기가 사람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이번 강연 취재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11월 5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사회자인 문지애 아나운서와 안미나 배우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강연은 계속 있으니 참여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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