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는 예능 프로그램, 농촌으로 가는 이유는?

2014. 11. 13.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SBS 모던파머 



혹시 ‘애그리테인먼트’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애그리테인먼트는 농업(agriculture)과 오락 (entertainment)를 결합한 말이랍니다. 최근 유난히 귀농이 자주 등장하는 분야가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예능입니다. 농촌은 TV 브라운관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블루오션입니다. 요즘 소재고갈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예능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왜 이처럼 농촌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촌만의 특색은 무엇일까요?



 현대인들의 판타지, 농촌에서 밥해먹기


케이블 TV tvN의 ‘삼시세끼’SBS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 등이 최근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삼시세끼’는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해 보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입니다. ‘삼시세끼’는 도시보다는 어떻게 보면 정적일 수 있는 시골 예능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먹방’(먹는 방송)의 요소도 함께 접목했습니다. 나영석 PD는 “시골 예능은 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삼시세끼’의 경우 요리와 토크쇼를 접목하고 다큐멘터리성 예능에 가깝게 만들어 단조로움을 피할 예정” 이라면서 “도시의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 씨 뿌려서 밥을 해먹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판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_ tvN 삼시세끼  



실제로 ‘삼시세끼’에서 밥 한끼 해 먹기는 도시인들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수많은 노동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배우 이서진과 2PM의 가수 옥택연이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현대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저 마트에 가면 가지런히 놓여진 식재료를 사오거나, 음식점에 가서 온전히 다 차려진 음식만을 보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삼시세끼’에서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보여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수많은 반찬 중의 하나인 고추 장아찌 하나도 ‘삼시세끼’에서는 직접 고추를 재배하고, 양파와 마늘을 함께 넣어 간장, 식초와 함께 독에 넣고 무거운 돌을 위에 얹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서진은 장아찌 위에 얹을 무거운 돌 하나 찾는 데에도 이상하리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출처_ ‘삼시세끼’ 이서진 옥택연, 요리 삼매경 ‘요리왕 서지니’ / 2014.10.08. / 한국경제



이처럼 ‘삼시세끼’는 예능의 재미도 갖추었지만 시청자에게 ‘한 끼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저 밥을 먹는 행위는 그저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닌 수많은 노동과 과정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삼시세끼’는 막연하게 도시인들에게 그야말로 ‘판타지’로 존재했던 귀농은 그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농사짓는 락커들


SBS의 ‘모던 파머’는 지난 10월 18일에 방영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드라마입니다. 농촌으로 귀농하게 된 4명의 록밴드 멤버들의 유기농처럼 맑고 청정한 꿈과 사랑, 우정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나가는 휴먼 코미디 드라마 입니다. 하지만 농사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록밴드 멤버들이 왜 갑자기 농촌에 왔을까요? 


그 이면에는 젊은이들의 절박한 상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록밴드를 하던 청춘들이 배추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농촌에 내려오기로 작정한 것은 취미나 호기심으로 온 것이 아닌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절박한 심정을 온 것 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밴드 멤버들인 비정규직 회사원 유한철(이시언)은 직장상사의 구박에 못 이겨 그만둬야 했습니다. 또 한기준 (곽동연)은 공무원 수험생이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이민기 (이홍기)는 빚을 갚기 위해 배추 농사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배추밭을 팔기로 결정했지만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배추를 키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일단 이러한 소재나 설정 측면에서 신선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연출자 오진석 PD는 “농촌에 간 ‘무모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열정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기획의도를 말했습니다. 앞으로 청춘과 농촌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어떻게 엮어 갈지 기대가 되는 드라마 입니다. 



출처_ SBS 모던파머 



  농촌은 예능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트렌드


귀농귀촌은 예능뿐만이 아니라 현대 우리 사회의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3월 농림축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귀농, 귀촌 인구는 5만 6천여 명이라고 합니다. 이는 2012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귀농, 귀촌 가구 수는 2001년 약 900호에서 2013년 3만 2000호로 10여년 사이에 30배 이상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획일적인 도시 생활을 벗어나 독자적인 생활 양식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노년층의 열망이 합쳐지면서 최근 귀농, 귀촌 움직임은 조심스럽게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귀농을 한 그 많은 인구가 모두 다 농촌 정착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농촌에 대한 이해 없이 먼저 터를 잡아 사는 경우 3~5년 이내 고비를 맞고, 10년 후에는 떠나게 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농촌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귀농해서 실제로 농촌 생활을 할 때 겪는 어려움이 많고, 아는 이웃이 없어 외로움을 겪는 점 등이 농촌 정착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남발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귀농 가구의 농촌 이탈 원인은 개인 사정(255가구, 68.5%), 자녀 교육(59가구, 15.9%) 금전문제(42가구, 11.3%), 지역민과 불화(16가구, 4.3%)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출처_ 진짜 귀농•귀촌을 꿈꾸십니까? / 조선일보



농촌문제의 해결방법으로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기술 교육 프로그램 운영, 도시와의 문화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 공동소득 창출사업 발굴 등 귀농.귀촌인 유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책이 마련되었을 때 귀농이 현실과 동떨어진 예능이나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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