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대신 온정! 열혈 취준생들에게 권하는 책들

2014.12.09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wallpaperswide.com



딱히 영어를 선호하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우리말의 ‘취업’과 영어의 ‘job-hunting’을 비교할 때, 아무래도 후자 쪽이 좀 더 주도적으로 느껴집니다. 취업(就業)은 한자어 뜻 그대로 ‘일을 구하다’라는 의미이지요. 어쨌든 ‘~를 하다’이니까 능동형이기는 합니다. 여기에 ‘사냥’이라는 개념이 붙으면 능동의 세기가 훨씬 강해지겠지요. job-hunting, 일을 사냥하다. 우리가 보통 ‘취업 준비생’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영어권 나라에서는 ‘일 사냥꾼’인 겁니다. 실제로 ‘job-hunter’라는 표현도 있고요. 물론 일자리를 구한다는 본질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구직난(unemployment crisis)이라는 건 존재하니까요. 다만, 여기서의 취지는 용어만을 놓고 사유해보자는 것입니다. 


일을 ‘구하는’ 것이든, ‘사냥하는’ 것이든, 우좌지간 둘 다 일이라는 대상(혹은 사냥감)을 좇는 행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짧게 끝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취직에 성공했다 하여 그 좇음의 시간이 말끔히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승진도 해야 하고, 생활비와 보험료도 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잘 살아남아야 합니다. 더욱 터프한 사냥철이 시작된 것이지요. job-hunting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사냥꾼뿐만 아니라 사냥감도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너무 뜨거운 여러분! 인생의 모티브를 고민해보세요.

 


이미 많은 인문학자와 예술가 들이 입이 닳도록 조언했을 텐데, 단순히 ‘취업은 해야 하는 거니까 한다’라는 생각만으로 취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자기 내면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머잖아 하게 될 테니까요. 취업은 긴 인생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구간입니다. “성공하고 싶다”, “먹고살아야 한다”, “자아실현을 해보겠다” 등등 취업의 모티브는 저마다 다양합니다.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을 한 편의 스토리라고 보고, 저런 모티브들을 스토리텔링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결코 매력적인 편은 아닙니다. 저런 흔한 모티브들이란, 어디에나 갖다 붙여도 성립되니까요.(회사를 그만두는 모티브도 ‘성공하고 싶어서’라거나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서’일 수 있는 것처럼요.)


자기 인생의 모티브를 고민해보는 일은, 되도록 일찍 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티브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고 확장되거든요. 취업은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어린 시절 생일 파티 때 친구 녀석들이 장난스레 부르던 노랫말,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를 떠올려보세요. 나는 왜 태어났을까? 왜 살까? 왜 살고 싶을까? 만만한 질문들이 아닙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멈춰야겠지요. 지금 여러분은 너무 뜨겁습니다. 잠깐만 좀 쉬면서 ‘열기’가 아닌 ‘온기’를, ‘열정’이 아닌 ‘온정’을 되찾아보세요. 뜨거워지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세상의 차가운 면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시고요. 그러면서 나만의 적절한 온도를 맞춰보는 겁니다. 결국 뜨거운 것들은, 식혀야 합니다. 그래야 만져질 수 있으니까요. 아래 소개해드릴 책들은 취준생 여러분의 온도 조절에 도움이 될 만한 서적 일곱 권입니다. 나 자신이 너무 뜨겁다 싶을 때, 너무 차가워졌다 싶을 때, 한 권씩 꺼내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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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도 조절에 도움이 되는 일곱 권의 책

 


1.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머리로 쌓은 스펙은 머리에서 끝납니다. 온몸으로 쌓은 경험은 전 생애에 걸쳐 약동하지요. 조르바의 경우처럼 말입니다. 


[책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2.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잘 하고 있습니다. 잘 가고 있는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20대에 몹시 힘들었대요. 


[책 속에서]

말하자면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기라는 실체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뭐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 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그 대신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 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나는 학생 때 뭔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던 거야.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7년이라는 세월과 고된 일이 필요했던 거겠지. 아마도.



그리스인 조르바 / 이윽고 슬픈 외국어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3.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야근에 지친 주인공에게 친구가 이렇게 묻습니다. “어쩌다, 프로 따위가 된 거지?” 그러게요. 우리는 왜 그렇게도 프로가 못 돼서 안달인 걸까요? 


[책 속에서]

터질 것 같은 전철 속에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야근을 하거나 접대를 하고, 퇴근을 한 후 다시 학원을 찾고, 휴일에도 나가 일을 하고, 몸이 아파도 견뎌내고, 안간힘을 다해 실적을 채우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그 와중에 재테크를 하고, 어김없이 세금을 내고, 어김없이 벌금을 내고, 어김없이 국민연금을 납부해가며 먹고, 살고 있었다. 쉬지 않는다. 쉬는 법이 없다. 쉴 줄 모른다. 그렇게 길러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른 자식들이 역시나 그들의 뒤를 잇는다. 쉬지 않을수록 쉬는 법이 없을수록 쉴 줄 모를수록 훌륭히, 잘 컸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완벽하고, 멋진 프랜차이즈다. 

 


 

4.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박근영

자기 방식대로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제목 참 어여쁘죠.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책 속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남들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세속적 가치가 오히려 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김주헌은 말한다. 그저 좋고 예쁘기만 한 것은 싫다고. 그건 네온사인 불빛 같다고. _연극배우 김주헌 편


문득 앞에 놓인 노오란 유자차가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 놓여도 제가 지닌 빛깔을 잃지 않고 빛나는 것들이 있다. 허름한 자리에 놓일지라도 자신이 가진 본연의 성질을 잃지 않는 것들. 이런 사물이나 대상을 마주할 때면 알 수 없는 감동이 인다. '나는 왜 아름다운 것만 보면 눈물이 나는가'라는 한 시인의 시가 과장으로 읽히지 않는 것이다. _시인 김일영 편

 


 

5. <사람·건축·도시> 정기용

‘내 집 마련’ 모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만의 ‘집론’을 정립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집’에 대해 그리 깊이 사유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모든 시민들이 살기 위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팔기 위해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것은 늘 이사 갈 준비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이웃과 더불어 살' 시간과 공간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는 사는 것이 아니라 대기하는 것이다. 거주하는 집을 '대합실'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거칠게 얘기하자면, 이 나라 사람들은 집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대합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기하는 대합실 속에서의 삶이란 '임시적'이고 '즉흥적'이며 연속성이 없다. 


 

사람•건축•도시 / 김수영을 위하여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6.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철학자가 쓴 시인론입니다. 회사 들어가기 전에 시인론 한 권쯤 읽어두면 내적으로 든든해질 겁니다. 그 시인이 김수영이라면 더더욱. 


[책 속에서]

사람들이 공명하는 사회, 혹은 사랑이 이는 사회가 바로 그가 꿈꾸던 사회다. 그렇다. 우리 시인 김수영이 꿈꾼 중용의 사회는 단독성이 실현되는 동시에 보편성도 확보되는 사회,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서로 아름답게 때로는 아프게 공명할 수 있는 사회였다. 

 


 

7.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성복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고 노래했던 그 이성복 시인입니다. 통찰력 뛰어난 시인에게서 서늘한 덕담 한마디씩 들어보시지요. 


[책 속에서]

나무가 '되기 위해' 씨앗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된 것들은 또 다른 무엇이 되기 위해, 영원히 무엇이 되지 않기 위해, 끝내는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목적 때문에 생을 망쳐서는 안 된다.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질서와 무체계를 자유라고 생각한다.


새들의 비상은 오직 공기의 저항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 너무도 당연한 것은 쉽게 잊혀진다. 삶이 그렇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