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5.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글쓰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사람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잘 쓰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매일같이 글을 쓰는 것이죠. 매일같이 쓰다 보면 글쓰기의 실력은 늘어납니다. 기술적인 측면이든 내용적인 측면이든 글을 쓰면 쓸수록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지 않게 되는데요,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매일같이 글을 쓴다고 글의 내용이 좋아지고 훌륭해진다는 보장도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 봐야 할 것이 있지요. 열심히 노력하는데 무엇 때문에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지 말입니다.
좋은 쓰기는 좋은 읽기에서 나옵니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의외로 세상은 단순합니다. 훌륭하게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은 글을 쓰기에 앞서 글을 읽어야 하지요. 인풋이 없는데 아웃풋을 바란다는 것은 요행을 바란다는 말과 똑같습니다. 아무리 수건을 쥐어짜도 마른 수건에는 물이 나오지 않으며, 젖어있는 수건은 마를 때까지 물이 나온다는 것이죠. 지식을 총동원하라는 말은 결국, 많은 것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독서만큼 좋은 방법은 없겠지만 그 방법이 꼭 독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현대는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지식 공유 공간이 존재하지요. 인터넷으로 우리는 원하는 모든 지식을 언제든지 접할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잘 구축해 놓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구축한 이들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풋이 여러분에게 들어가서 훌륭한 아웃풋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통한 독서를 가장 권고하는 이유는 가장 체계적으로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지 인류에게 독서를 뛰어넘는 지식 정보 전달 수단은 없어 보이지요. 더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글을 쓸 마음이 없다는 말과 소리는 다르나 뜻은 같은 이음동의어입니다. 좋은 글을 읽지 않았기에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이죠.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결과인데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의 글을 읽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입니다.
독서는 전략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
국내에 '통섭'이라는 개념을 들여왔고 생태과학자이면서도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최재천씨는 '명사들의 문장 강화'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 해요.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으니까요. 독서를 취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독서는 취미가 아닙니다. 일이에요. 독서는 전략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기획 독서를 하세요. 내가 모르는 분야의 책을 사서 씨름하며 읽어도 보고 같은 주제로 연관된 책들을 기획해서 읽어보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내 지식의 영역을 넓히세요. 취미로 하는 독서보다 훨씬 값질 겁니다. 이젠 생존 독서를 하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니까, 이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더라고요.
문학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올 정도인 최재천씨는 어릴 때 한국단편문학전집뿐만 아니라 다독으로 글쓰기 전에 이미 인풋이 가득 찬 상태였습니다. 글로 풀어내는 방법이 부족하여 따로 글쓰기 수업을 들을 정도로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최재천씨도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있는데 전혀 글쓰기가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읽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출처_ ‘은교’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견물생심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물건을 보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는 뜻인데요, 이 말처럼 좋을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좋은 글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든 작가나 작품이 있었다면 바로 그 작가나 작품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내 문장이 아닌 흉내내기 문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만의 문장이라는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국내 프로야구나 프로 축구 선수들의 인터뷰에는 이런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메이저리그나 유럽 축구 경기를 수시로 보면서 자랐다고 고백하는 내용이지요. 그들이 하는 플레이를 보면서 커 왔고 그들처럼 플레이를 하기 위해 흉내 낸 적도 많다고 언급하는데요, 그 덕분에 자신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었고 현재 자신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고백합니다. 어느 누구도 오로지 하루 종일 연습만 한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 것입니다. 프로 선수가 된 지금도 TV 화면을 통해 그들의 플레이를 참고 삼아 관찰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필자 역시도 글을 쓰고 책까지 펴 낼 것이라고는 꿈도 꿔 본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한 것은 책을 읽은 것뿐이었지요. 1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몇 년 동안 계속 읽었습니다. 한 마디로 쉬지 않고 머리에 인풋한 것인데요, 인풋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아웃풋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읽기의 확장이었습니다. 독서로 꾸준히 읽었지만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낀 어느 날 쓰기에 대한 갈증을 나도 모르게 느낀 듯합니다.
읽은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읽는 책이 한 두 권도 아니고 100권을 넘어서다 보니 그때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읽은 것을 무언가를 통해 해소하는 방법이 쓰기였던 듯합니다.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읽기라는 인풋이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더 이상 찰 곳간이 없다 보니 일정 부분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아웃풋이 도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쓰게 되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 것처럼 머리 속에 고여 있는 수많은 지식과 사고들이 더 이상 썩어 냄새가 진동하기 전에 무의식에서 나에게 쓰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었을까요. 머리에서 읽기로 축적되어 어느 순간부터 외친 아우성이 쓰기로 해소된 것입니다. 지금처럼 매일같이 어떤 내용이든 글을 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철저하게 읽기를 통해 쓰기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요. 제 경우에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살아가는 것과 똑같은 의미가 되었습니다.
쓰기의 기본은 읽기입니다. 쓰기의 기본은 많이 쓰는 것보다 읽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써도 늘지 않지요. 뻔하디 뻔한 단어와 문장, 그리고 사고를 갖고 쓰는 글에는 발전이란 없습니다. 이런 저런 단어의 조합과 문장 배치를 하면서 기술적인 측면으로 글쓰기 실력은 늘어난 것처럼 포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가 아무리 유려하고 뛰어난 문장력을 자랑해도 내용이 받쳐주지 못하면, 단지 글의 나열에 지나지 않겠지요. 이런 글은 읽는 것도 고역입니다.
글쓰기가 어렵고 힘들고 막막하면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쓰고 싶은 내용이 저절로 떠오르게 되지요.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글을 읽는다고 꼭 글을 쓰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하지만 글을 쓰려고 한다면 읽어야 하지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호기심이 가득하고 언제나 우리 세상과 삶에 대한 사고로 바쁘다면 읽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쓰게 되었습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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