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8. 13: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tochka
광대역 통신 인프라가 전국에 갖춰지면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거의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이 이젠 매우 당연하고도 익숙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정보를 찾기 위해 백과사전을 일일이 찾아봐야했지만, 이제는 정보전달매체가 다변화되고 접근성까지 높아지면서 지식검색에 있어서만큼은 인터넷이 독보적인 속도를 자랑합니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크게 변해버린 현대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지식전달매체인 독서는 과연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는 걸까요?
수동적 사고, 능동적 사고
20세기초 영화·TV 같은 영상매체가 새롭게 출현했고, 20세기말에는 인터넷이 상용화됐으며,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정보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습니다. 예전을 ‘결핍의 시대’로 표현한다면 요즘은 ‘잉여의 시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모르는 정보를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라면 지식의 단순 암기는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이를 선별하여 받아들이고 응용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고, 따라서 요즘은 자기 주도형 학습방식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본인 스스로 현상에 대해 고찰하고 그 이면을 파고드는 비판적 사고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출처_ theconversation
TV나 동영상 등은 이미 모든 것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내용을 되새김질할 시간을 주지 않고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빠른 속도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볼 시간이 부족하게 되므로 사고력 증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TV를 볼 때와 독서할 때 뇌의 활동을 비교한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독서를 할 때 뇌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활동’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책 또한 내용이 이미 제공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영상매체와 달리 우리가 능동적으로 콘텐츠 소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별도의 자료를 찾고 비교해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의 속도 자체를 우리가 결정한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요. 한 문단을 읽더라도 생각해볼만한 문장에 자의적으로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는 독서는 능동적 사고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진정한 자기주도형 학습방법입니다.
출처_ themetapicture
효율적인 책선별과 독서법
시중에는 무수한 신간들이 발간되고 소리 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배제하더라도 동일 주제를 다룬 책들이 수없이 많은 상황 속에서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양질의 책을 선별하고 읽는 방법론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기에, 저의 독서방법을 소개해봅니다.
1. 책을 고를 때
검색을 통해 출판사 신간 소개 등의 정보를 보는 건 기본이지만, 그전에 일단 시간을 들여 제목 및 목차를 정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판사들은 특히 제목을 결정할 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단 하나의 단어·문장에 본문의 정수가 압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라는 소설을 접하면,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이 그림을 처음 언뜻 봤을 땐 일상적인 풍경화라고 생각하고 지나쳐버릴 수 있지만, 밤과 낮이 동시에 보이는데다 낮인 것 같은데 집 앞 등불이 켜져 있는 등 세세하게 들여다볼수록 무언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그려낸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작을 통해 이 소설 또한 자연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운, 현실 속 부조리와 모순을 그려냈으리라는 것을 본문을 읽기 전부터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지요.
그리고 저자와 출판사를 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특히 저자의 첫 작품이 아니라면 기존의 책들을 둘러보면서 저자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알 수 있으므로 내용의 절반 이상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또한 경제·경영이나 사회적 이슈, 문학작품 등에 특화된 회사가 많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믿을만한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온 출판사라면 비슷한 주제에 대한 다른 책을 내놓을 때에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출처_ derekhaines
2. 독서량과 독서속도
제 주변에는 거의 매일 한 권씩 읽는 다독가도 계시고, 한 달에 두세 권 정도만 집중해서 읽는 애서가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보긴 어렵겠으나 저는 다독에 무게중심을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분야에 대한 내용을 자주 읽다보면 유사한 내용을 접했을 때 투입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금융·경제사를 보면 거의 어디에서나 대대적인 시장의 투기과열, 거품 현상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네덜란드 튤립가격 폭등, 영국의 국채투기, 미국의 철도버블, 80년대 일본 및 20세기말 IT벤처 등 거의 대동소이한 역사적 사례들이 거론됩니다. 따라서 한 번 내용을 인지하고 나면 다른 책을 볼 때 해당 사건에 대한 저자의 종합견해만 간추려보는 식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책을 읽을 절대시간이 부족하다면 통독, 발췌독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설명문이나 논설문에 가까운 사회과학서, 경제·경영서의 경우 요체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결론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며 전 이런 분야의 책을 읽을 때 종종 목차, 서문, 후기, 결론을 먼저 보고 본문을 읽기도 합니다. 반면 문학작품의 경우 거의 무조건 순서대로 읽는데, 무엇보다도 리뷰를 먼저 보고 문학작품을 읽지 않길 권합니다. 복선 등이 깔려있을지도 모르는 문학작품의 속살을 먼저 맛봐버리는 건 텍스트를 음미하는 재미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출처_ jeff-wheeler
3. 읽은 책 다시보기
흔히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안보는 일이 많지만 약 10년 주기로 기존에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건 의외로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읽고 느꼈던 감상과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도 제법 많은데, 이런 경험은 그간 조금씩 바뀌어온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옵니다. 내가 어떻게, 왜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책을 ‘재독’하는 방법 또한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출처_ hotelof
4. 감상후기, 독서모임
어떤 내용을 생각만 하지 않고 감상문을 남기는 건 그 내용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정리방식입니다. 각종 서점 사이트나 블로그, 까페 등지에 책에 대한 나만의 흔적을 남기면서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관심이 많다면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식입니다.
글을 남기거나 다른 이들 앞에서 책의 내용을 정리 발표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많은 독서가들의 의견이 일치합니다. 저 또한 약 2년 전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유익한 시간인지라 모임날짜를 늘 기다리고 있답니다.
출처_ 주말 새벽, 독서로 세상과 만나다 / 2010.02.26. / 중앙일보
독서문화의 부흥을 꿈꾸며
매년 각 출판사들의 서적 판매량을 집계한 통계자료를 보면, 학습지 전문 출판사들이 상위에 있고 약 30위권이 되어서야 비로소 낯익은 여타 출판사들의 이름이 보입니다. 거기에 성인 월 평균 독서량이 세계 최저 수준인 0.8권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보면 정녕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실제로 독서를 즐기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휴가철에 유유자적하게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국내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지요.
그렇지만 이런 독서빈곤의 시대일수록 주도적으로 텍스트를 탐독하고 갈구하는 이들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동시에 능동적 혁신적 인재가 필요한 한국에서, 독서에 대한 인식 또한 점진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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