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책 읽는 장그래’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2015. 2. 24.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책 읽는 직장인이 기업 미래 이끈다… 독서동아리 전국모임 5월 16일 발족 / 국민일보 / 2014.05.14.



설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설은 새해맞이에 들뜨는 1월 1일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해돋이를 보러 가는 이들은 없지만, 고속도로는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모두 가족과 함께 하고 싶어 매년 길을 나서는 모습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일종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을 만나고 떡국을 먹었다고 어제와 다른 해가 떠오르는 건 아니겠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라 연휴가 지난 뒤에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자신을 바꿔나갈지에 대한 소망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그 중에 독서 계획을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필자는 본격적인 독서가로 살아온 것이 만 10년 차입니다. 10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월의 독서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3월이 가까워오지만 아직까지 계획이 없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해 동안 집중해 읽을 분야를 정하고, 매달 도서구입비를 책정하고,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며, 한달 독서량을 조절하는 것, 독서가라면 구상해 봐야 할 일입니다.



 독서에도 계획을 세우세요.


10년 독서를 되돌아보니, 매년 그 패턴이 달라집니다. 어느 해는 양을 중요시 하다가도 어느 해는 질을 중요하게 여겼죠. 이럴 때 참고가 되는 것은 명사들의 독서 방법입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일정한 방법을 따라 해보는 것이죠. 이렇게까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독서를 통해서 얻어지는 간접 경험이 직접적으로 경험을 하기 전에 시행 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독서량 중심의 독서는 시간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독자들에게 좋습니다. 하지만 단점으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게 될 수 있답니다. 독서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독서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 차분하게 읽는데 적합합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을 선별해서 읽으면, 더 효과적입니다. 단점은 한해 6만종의 책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자칫하다간 시대에 뒤쳐지는 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서 계획을 세우면 독서량을 중심으로 책을 읽을 지 아니면 독서의 질을 중심으로 책을 읽을지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해 동안 일정을 적절하게 분배해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때론 책과 연인처럼 가깝게 지낼 수도 있고, 반가운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조절할 수 있으니 여유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



출처_ katelog   



 꾸준한 독서는 스마트 리더가 되는 길


어떤 일이라도 열정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습니다. 독서도 멈추지 않는 열정을 갖고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 10년 차 독서가인 필자도 독서에 있어서 양과 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멈추지 않고 뚜벅 뚜벅 독서의 길을 걸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죠. 


종종 젊은 시절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몰락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른 성공에 도취되어, 초심을 잃고 실패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경우일수록 더욱 크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서에도 성공했다는 독서 방법이 종종 소개되는데, 그 중에는 하루에 1권씩 1년 동안 365권을 읽는 것을 목표로 실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소화할 수 있는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 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눠서 적절하게 꾸준히 해야 할 운동을 하루에 몰아서 다 한다고 몸에 좋은 것이 아니듯 말이죠. 


실제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직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자도 청년백수 시절에 1년 동안 책만 읽은 적이 있지만 하루에 한 권은 고사하고 3일에 한 권 읽는 것도 쉽지 않았답니다. 훌륭한 독서가들을 본받을 필요는 있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은 방식을 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느 순간, 저는 책의 분량 따윈 잊고 독서하게 됐습니다. 토끼의 뜀박질 같은 속도감이 아니라 거북이의 느린 우직함이 독서에선 더 중요한 가치임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 독서철학은 ‘우보천리(牛步千里), 소 걸음으로 천리 가자!’입니다. 10년간 빠듯한 직장생활 가운데 한해 3~40권의 책을 읽고 그만큼의 서평만을 썼습니다. 생활에 부담이 안 되는 독서였기에 10년 동안 계속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스마트 리더가 되는 길은 무턱대고 많이 읽는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한계와 능력에 알맞은 독서 방법을 발견하고 독서를 삶과 일치시키며 꾸준히 하는 것에 있습니다. 



 책 읽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가지


인간은 환경의 영향과 조정을 받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 외에 필기구를 준비해서 메모를 해보고 밑줄도 그으며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필자는 책을 읽을 때 항상 필기구를 준비합니다. 그래서 메모와 밑줄을 긋는 것이 습관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펜을 손에 쥐지 않고선 책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할 정도지요. 아주 작은 환경을 만든 것이 독서에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출처_ ruhrblogger



이렇게 독서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세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녀가 학생을 벗어나기 전까지 따로 공부방을 만들어 주죠. 하지만 부모를 위한 또는 다 큰 성인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다 큰 어른에게 왜 그런 공간이 필요해?”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책을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서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메모도 할 수 있고,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두면 더욱 효과적으로 독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둘째, 책을 보관하고 정리할 서재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서재를 따로 방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거실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아이들만의 서재를 마련하고 맞은편에 부모를 위한 서재를 마련해서 서로 책을 채우는 경쟁을 하는 것도 좋은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책 읽는 시간이 있다면, 도서관에 굳이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책 읽는 습관을 키울 수 있죠. 아이에게 강요하기 보다 직접 책을 소중히 관리하고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진짜 독서교육이 아닐까요?


셋째, 독서 블로그를 운영하면 독서에 대한 열정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SNS매체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데 유용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는 것을 블로그에 남긴다면, 자신만의 콘텐츠가 생기게 되죠. 또한, 독서 후에 정리되지 않는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한 편 두 편 블로그에 글이 모이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글쓰기 실력도 늘어갑니다. 이런 과정에서 깊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답니다.





 `책 읽는 장그래’, 우리가 꿈꾸는 미래


2014년 최고의 히트작은 `미생'이었습니다. <미생>은 웹툰, 출판물, 드라마를 휩쓸었지요. 주인공 `장그래'는 요즘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였기에 많은 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왔습니다. 고졸 출신에 비정규직이 유명 종합상사의 최고 엘리트들과 함께 경쟁하며, 직장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의아했지만 현실의 장그래는 아마도 남모르게 피나는 노력과 공부를 해야 그 전쟁터에서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고졸에다 무스펙인 장그래가 드라마처럼 상사와의 인간관계만으로 그 거친 정글을 해쳐나갈 순 없었을 테니까요. <미생>은 ‘직장인의 완생이 가능한가?’라 고 묻는 작품입니다. 누구도 직장에서 `완전한 삶'을 쟁취할 순 없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지고 능력 위주의 평생직업 개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직장 내에서 승진의 정점은 이제 완생이 아니라 명퇴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인을 편집을 잘하는 교양인의 지위로 격하시키며, 지식인의 문턱을 낮춘 <에디톨로지>의 저자 김정운은 "사회적 경력, 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며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출판계의 거목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소 소장은 "학력도 몰라요, 이름도 성도 몰라요, 아는 것이라곤 오직 넷 상의 별칭과 글쓰기 재능"뿐이며, 그것이 필자를 섭외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내겠다고 출판계를 노크하는 예비 필자들은 많지만, 정작 출판계에선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합니다. 필자들은 많지만 쓸만한 글을 써내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세상이 명함이나 간판 혹은 스펙이 아닌 `능력 있는 장그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에 대한 설렘와 열망을 갖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바로 사회 구석구석에서 소리 없이 책을 읽고 내공을 키워가는 독서가들입니다. 2015년엔 허황된 꿈은 접고 빳빳한 책이란 현실을 넘겨 봅시다. `책 읽는 장그래들'이 가득한 직장과 학교와 사회는 이제 우리가 꿈꾸어야 할 단 하나의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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