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뜬다

2015.04.09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아버지는 늘 볼 방송이 없다며 TV 앞에서 투덜대셨습니다. 9시 뉴스나 스포츠 경기를 보실 때 빼고는 험담 아닌 험담을 늘어놓으며 결국 TV를 끄곤 하셨죠. 반대로 어머니는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를 보시며 하하 호호 혼자 TV 속으로 빠져듭니다. 두 분이 같이 보는 프로는 하나도 없던 셈이지요. 부부 사이를 갈라놓은 시초가 방송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억지스러울까요. 


여성들이 모이면 주로 가십거리나 각자의 생활에 관련된 얘기를 주고 받는가하면 남성들은 군대 얘기나 자동차 얘기를 주로 한다지요. 그러나 최근엔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남성들이 방송을 따라 요리를 배우기도 하고 어젯밤에 본 프로그램 얘기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남자들의 군대 얘기가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선 꾸준한 인기를 얻는가하면 성별에 따라 극심하게 갈리던 프로그램 선호 현상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군대 생활, 잘 들어봐


2013년 MBC 일밤에서 첫 방영을 마친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들이 실제로 군대에 입대하여 병영체험을 하는 리얼 입대 프로그램입니다. 군대 얘기는 여자들에게 그저 그런 무용담으로만 듣게 되지만 남자들에게 군대 얘기는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이며 드라마입니다. 남자들은 전역 후 말하길,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겪더라도 군대는 꼭 다녀와야 한다며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해 볼 것을 당부합니다.


이미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군대생활을 TV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니 좀 의아했지만 진짜 사나이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군필자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미필자에게는 군대생활이 어떤 건지 간접체험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연예인들이 체험하는 5박 6일 동안의 빡센 생활체험기에 시청자들은 색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평소 멋진 모습의 배우들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훈련에 초췌한 모습을 하고선 기진맥진해 했고 한계에 도전하면서도 자신의 동료를 챙기는 모습에 전우애와 깊은 감동을 느끼게 했습니다. 진짜 사나이는 연령과 성별 상관없이 시청할 수 있었고 특히 남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눈치 보며 했던 군대얘기를 조금 더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할 수 있었고 여성들에게 군대는 건강한 이미지로 인식됐습니다. 



출처_헤럴드경제


남자에게 자동차란 움직이는 집과 같다


남자라면 첫 차에 대한 로망이 있으실 겁니다. 자동차는 남자의 자신감이며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지 오래입니다. 자동차를 애마라고 표현할 만큼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남자들이 환호할만한 방송 채널 XTM의 ‘더 벙커’는 자동차에 대한 모든 정보와 함께 자동차 옥션 경매로 남성들의 필수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입고 나온 의류나 가방에 여성들이 관심을 쏟는 것처럼 ‘더 벙커’에 나온 자동차들은 남성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더 벙커’는 자동차 부품 교체시 필요한 정보나 광택, 복원 등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셀프 관리법 등 자동차 관련 상식을 챙겨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동차를 구매 예정인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제 남성들도 TV를 보면서 쇼핑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자기만의 시공간이 필요한 남자들


MBC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싱글 남성의 삶에 밀착해 그들의 일과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화려한 연예인의 삶이 아닌 평범한 남성 연예인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비슷 비슷한 삶을 싱글남들은 거부했습니다. 싱글이라고 해서 연애를 안 하거나 결혼을 기피하는 건 아닙니다. 그들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립니다. 때로는 씻지도 않은 채 궁상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행으로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남자에게 원하는 역할은 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이자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능력자였습니다. 최근 경기도에 사는 한 어린이가 쓴 두줄짜리 시가 화제였습니다. 그 짧은 시엔 밤의 장점으로는 아빠가 와서 좋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녁도 아닌 밤. 일하느라 매번 밤 늦게 들어가는 가장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요. 퇴근한 아빠와 함께 저녁시간을 같이 보낼 수 없는 어린 딸은 또 어떻구요. 세상의 모든 남성들에게는 자신만의 공간과 가족 또는 혼자 누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갈증을 TV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짚어 보여준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에 우리는 공감하고 재미를 느낍니다. 볼만한 방송이 없다고 투덜대던 아버지도 진짜 사나이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훈련 받는 걸 보면서 은근히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남자들이 여자친구에게 듣기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군대 얘기, 재밌어~”라는 사실 아시나요. 대한민국 남성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귀 기울입시다. 남성 코드를 알아야 TV 프로그램도, 연애도, 사회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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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쮸뗌2015.04.09 14:46 신고

    영화도 요즘은 남성영화 중심이죠. 여자 중심의 영화가 별로 없고, MC도 다 남자들 중심이고.... 대중문화에서 여자들이 밀려있는듯...
    소비의 주최가 여자라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