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0.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경향신문
자신을 가꾸는 것만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집을 예쁘게 가꾸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셀프인테리어, 홈리빙 그리고 DIY(Do it Yourself)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20-30년 전 21세기에 접어들면 완전한 미래 첨단도시에서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로봇이 모든 것을 해주는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 반대로 저희가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미래 첨단도시’의 아이디어는 영화들이 한몫했었는데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21세기 초반의 시대 배경으로 미래도시를 로봇의 몸속 부품처럼 그려냈었습니다. 대부분 버튼만 누르면 무엇이든지 제공해주는 세상, 주거지들은 차가운 스틸의 느낌으로 만들어졌으며, 집 내부 구조는 무결점의 모노톤 색상으로 이루어져 있었지요.
그래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기계가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가 우리의 미래로 생각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도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인테리어 스타일은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사람들은 뉴욕의 갤러리들처럼 건물들이나 집안 인테리어를 꾸몄었습니다. 산업 고도화를 거치며 우리의 생활주변마저 산업지대처럼 닮아가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DIY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패스트푸드 보다 슬로우푸드, 쉬크보다 따뜻한, 뉴욕 스타일보다 북유럽풍 스타일을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의 공통점은 ‘안락함’과 ‘손맛’, 그리고 ‘자연스러움’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이러한 현상들에 힘입어 스웨덴의 DIY 인테리어 가구점 ‘이케아’가 지난해 말 한국에 상륙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선호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퀄러티의 가구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요.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 1호점이 개장 이후 100일 동안 누적 방문객이 220만 명에 달하게 됐고, 35개국에 260여 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케아에서 출판되는 카탈로그는 성경보다 더 많이 인쇄되고 있답니다. 아무리 저렴하다 하지만 어쩌다 사람들이 로봇의 편리함이 아닌 노동의 불편함을 컨셉으로 내놓은 이케아 가구점에 열광하게 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패션보다 홈리빙
현재 대한국민의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근접하면서 사람들은 옷과 화장품을 구입해 자신을 꾸미고 식도락에 집중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가구와 생활 소품을 고르고 쇼핑하며 집을 단장하는 것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4가구 중 1가구를 이루고 있는 '1인 가구’도 이런 흐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4인 가구와 1인 가구에 필요한 기본 생활용품은 큰 차이가 없어서 경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생활용품의 쇼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사람들의 발걸음은 각종 생활용품으로 가득한 리빙 매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하지만, 3만 달러라고 해도 20,30대 층이 이렇게 인테리어와 가구에 엄청난 관심을 갖는 되는 다른 이유들이 더 있지 않을까요?
출처_경향신문
완제품보다 DIY 선호
DIY는 가정 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 하는 것이며 do it yourself의 약어입니다. DIY는 2차대전 후 영국에서 물자부족, 인력부족의 상황 중에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된다는 사회운동으로 생겨났는데요, 시간이 흘러 DIY 시장은 여가시간의 증대, 인건비 상승, 소비자의 절약의식, 생활 스타일의 변화 등을 배경으로 급속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한국도 같은 비슷한 이유와 함께, 단기간에 걸친 산업화와 근대화의 과정으로 물질문화와 전통적 가치관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면서 소비만 하는 생활에 공허함이 몰리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서 얻는 성취감으로 인해 DIY의 매력에 푹 빠지는 사람이 많답니다.
심리학자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게 된다’라고 했는데요, 이케아는 이 심리를 파악하고 저렴한 가격과 비교적 보장된 품질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DIY라는 개념 자체로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네요.
하지만 재밌게도 미국에서는 이케아의 제품을 ‘남편 킬러’라고도 부르는데요, 부부들 같은 경우 부인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혼자하기엔 버거워서 남편을 시킨다고 하네요. 저도 가끔 이케아 제품을 사고 혼자 조립을 한 다음 뿌듯함을 느꼈지만, 저도 남편이 있다면 조립은 남편한테 시킬 것 같네요.^^
자취생들의 새로운 취미, 셀프인테리어
사람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블로그로 자신들의 일상을 활발하게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자신을 손쉽게 보여주는 수단이 패션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SNS 활동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에서의 생활까지 공개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함으로써 자신의 집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집들을 보면 저도 우리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데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셀프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의 글들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셀프인테리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의 구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작 자신의 집을 당장 꾸미지는 못하겠지만, 낭만적인 집안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왜 사람들이 이케아 카탈로그에 열광을 하는지 좀 알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많은 자취생들이 셀프인테리어를 즐기는데요, 전문가들은 “자취생들에게 월세 집은 잠시 머무는 곳이었으나, 불투명한 미래와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자금을 고려했을 때, 언제 이사 나갈지 몰라 월세라고 해도 자신의 집이라 생각하고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셀프인테리어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저렴한 가구를 찾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여기 저기 다 ‘북유럽풍’
앞서 말한 2000년대 초반 인테리어의 유행이 모더니즘이었다면, 10여 년이 지나 ‘자연주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셀프인테리어, DIY를 검색하면 ‘친환경’, ‘자연스러운’ 그리고 ‘북유럽풍’의 단어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유럽풍 가구가 주목받는 이유로 ‘여유로움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꼽고 있는데요.
FINN 퍼니처(http://blog.naver.com/vincent0505)의 김상언 대표는 “북유럽풍 가구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의 가치가 디지털에 익숙한 바쁜 현대인들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라며, “'내 집에서만큼은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바람이 북유럽풍 가구 열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한국도 ‘빨리빨리’ 문화에서 이제 ‘여유’의 문화로 기울고 있나봅니다.
이케아 제품들은 스웨덴의 홈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을 둔 디자인들이며, 위도가 높은 스웨덴에서의 겨울은 길고 추우며 오후 3시부터 밤이 됩니다. 그래서 바깥의 음울한 날씨와 반대로 밝고 따뜻한 느낌의 가구로 자신의 집을 꾸밈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데요. 20-30대 분석 결과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가격으로이라 하지만, 이케아에 빠져드는 건 따뜻한 삶의 느낌, 충만한 에너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허세 부리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부드럽게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북유럽풍 디자인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저도 북유럽풍 테이블을 갖고 싶었는데요...저렴하고 예쁘다는데 슬슬 지갑을 열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다독다독 식구 분들은 이번 봄에 집안 분위기를 바꿀 계획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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