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4.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누구나 삭막한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존재합니다. 그만큼 농촌으로 이사를 가는 젊은 청년층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귀농이 요즘 추세인 만큼 긍정적, 부정적인 사례들을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귀농해서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생활을 하겠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행복해질 거 같다.”며 무턱대고 농촌으로 간다면 너무나 힘든 경험만 하고 돌아올 확률이 크다고 합니다.
과연 농촌에서의 삶이 자신과 정말 맞는지, 귀농으로 인해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을 해야 더 나은 농촌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도시생활이든 농촌생활이든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를 넓게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젊은 청년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한 일본 청년의 귀촌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귀촌과, 삶의 시점을 다르게 보여주기 때문에 다독다독분들과 나눠보려 합니다.^^
귀촌 프로젝트 청년 '테츠야 모리'
테츠야 모리는 돗토리현에 독립출판사 및 헌책방을 내고 싶어 하는 87년생 일본 청년입니다. ‘헌책방?’이라 하면 저희는 먼저 먼지가 쌓인 오래된 상가에 있는 가게로 생각되지만, 테츠야 모리는 도시에서 떠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헌책방을 내기 위해 귀촌을 결심합니다. 아침엔 농사일을, 점심부터 저녁까지 헌책방 관리를, 그리고 부업으로 버려진 자전거를 고쳐주는 일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그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의 눈빛 같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헌책방, 집, 작업장 그리고 밭을 모두 DIY로 짓기로 하는데요, 필요 자금을 위해 평상시 미장공사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귀촌 프로젝트에 투자를 3년 동안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정착하는 모습을 보며 확실히 폭주기관차처럼 변화를 빨리 추구하는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2014년 귀농․귀촌, 44,586가구, 전년대비 1.4배 증가 (정책뉴스 2015.03.19.)
“정착하려는 게 아닙니다, 내 성장의 끈 찾아갑니다” (한겨례 2015.03.31)
소유에서부터 벗어나자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을 피해 이주를 결심하는 등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테츠야 모리도 그들 가운데 하나인데요. 그는 도시의 생활이 소비로 시작해서 소비로 끝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무엇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귀촌을 선택했다 합니다.
저희도 거리를 걷다 보면, 주위에 온통 광고와 제품들이 널린 곳에서 매일 어떤 것을 고르고 ‘소유’할지 고민을 합니다. 저렴한 음식에서 고가의 음식까지, ‘다이소’를 갈 건지 ‘백화점’을 갈 건지 등등, 우리는 오로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삶을 위해 살고 있는지 싶습니다. 테츠야 모리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촌을 택했겠지만, 우리도 과연 ‘소비자로써 소비만’하는 삶만을 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헌책방’이 꿈이라니
그는 그저 책을 사랑하는 청년입니다. 그의 꿈은 ‘정보를 교환하고 대안문화를 소개하는 ’인포샵‘을 겸비한 ’헌책방‘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도시에선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돗토리현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옆에 창고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빌리고, 그 뒤에 자신의 집을 짓겠다는 일념 하에 버는 돈을 자신의 귀촌 정착금에 투자합니다. 귀농/귀촌을 농업으로만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른 시점으로 보게 해주는 것이 신선합니다.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써 귀농을 선택하는 청년의 수가 증가하긴 합니다. 농업으로 ‘수익’을 많이 내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농사를 지으러 간다면 현실에 부딪쳐 서울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각박한 농업생활과 각박한 도시생활이 별다를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신의 진정한 바램’이 뭔지 천천히 계획하고 귀농, 귀촌을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돈’을 벌러 가는 것보다 자신의 ‘삶’을 살러 간다 생각하고 계획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농촌 라이프 그리고 나만의 ‘라이프’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천천히 만든 견고한 꿈
달아오르고 있는 탈도시 감성에 찬물을 끼얹는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책 내용을 살펴보면, 농사나 지을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사란 모름지기 농사로 잔뼈가 굵어진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인 것을 웬 낭만 타령이냐는 독설을 합니다.
어렵게 고생해 농사가 잘 돼도 그 수확물을 내다 파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것인데요.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모임, ‘명랑시대’ 카페지기인 유희정 씨는 “청년들이 도시의 무한경쟁을 피해 새로운 삶을 꿈꾸며 농촌으로 내려가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고민도 깊게 하고 천천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을 합니다.
테츠야 모리의 일상을 보면 돗토리현의 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동네 이웃들을 돕고, 주말에는 헌책방에 들어갈 책들을 공수해옵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수고로 인해 농촌에서의 정착을 천천히 시도해나갑니다. 주변에서도 과연 그가 헌책방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주민들에게는 그는 그저 이방인이었으나, 서서히 터를 잡아가는 그를 보며 마을 사람들은 이제 의문보단 응원을 하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앞서 소개한 마루야마 작가는, 도시가 주는 허상의 포장에서 벗어나, 자연 앞에 벌거벗겨진 채 자신의 한계와 약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기에, 시골이 도시보다 홀로서기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 한계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연의 한 부분인 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대부분 도시 탈출을 막는 내용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삶을 사는 것은 같습니다. 지금 만약에 당장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 해도 행복이 바로 찾아올지는 의문입니다. 테츠야 모리의 3년간의 귀촌 여정처럼, 행복은 아무래도 자신의 힘으로 일궈내는 것이 길고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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