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전해지는 낭독의 울림

2015.04.10 16:2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내 마음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위의 시는 서정주 시인의 「동천(冬天)」이라는 시입니다. 화자는 임의 고운 눈썹을 겨울 밤하늘에 새기며 자신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와 그에 도달하는 인간의 숙명적 한계를 함께 그려내고 있습니다. 흩날리는 벚꽃 아래서 읽는 짧은 시 한편은 봄이라는 계절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뜬금없이 시를 소개한 것은 시가 좋기도 하거니와 시나 책을 더 깊이 공감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낭독 독서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낭독이란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음독(音讀)의 하나입니다. 위의 시를 그냥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과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마음에 새기는 것은 다릅니다. 낭독하여 읽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남고 이해도 더 잘되지요.




낭독의 필요성과 효과


어렸을 때 소리 내어 외우던 구구단은 평생 잊혀지지 않습니다. 구구단을 소리 내어 외우게 한 건 낭독이 지닌 효과 때문입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구절의 리듬이나 템포가 몸에 스며들면서 신체에 활력을 줍니다. 시각으로만 기억하는 묵독에 소리를 듣는 청각의 기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책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지요. 또한 낭독은 입을 통해 몸으로 전해지는 일련의 활동이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음독을 해보면 글의 어법이나 문법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글을 읽다가 문장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건 분명 문법이 잘못됐을 확률이 큽니다. 운율이 살아있어 읽기가 편하다면 그것은 잘 쓰여진 글입니다. 낭독은 주의력이 높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읽다가 빠트릴 수 있는 문장도 지나치지 않고 기억하게 됩니다.  




낭독에도 방법이 있다!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낭독하기 위해 낭독 독서법을 알려드릴게요! 낭독이라고 해서 그저 보고 읽는 것은 아니랍니다. 기본적으로 자세를 편하게 잡으시고 낭독물이 얼굴을 가리거나 목소리를 막지 않도록 위치를 잡고 시작해보세요. 첫 번째로 큰 소리로 읽습니다. 자신이 낸 소리가 청중이나 자신이 듣기에 또박또박 잘 들릴 정도로 읽어야 도움이 된답니다. 두 번째로 적당한 속도로 읽습니다. 지나치게 빨리 읽다보면 읽는 것에만 집중해 내용을 놓치게 되고 또 너무 늦게 읽다보면 지루해져 쉽게 그만두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끊어 읽기를 제대로 합니다. 운율에 따라 글의 구절에 따라 끊어 읽어야 할 곳이 따로 있기 때문에 쉼표에서는 쉬고 마침표에서는 잠시 쉬었다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낭독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낭독을 잘하면 모든 공부의 기초가 되고 좋은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낭독도 꾸준히 거르지 않고 연습을 하면 익숙해지게 됩니다. 



출처_서울신문


낭독 프로그램 소개


<책 읽어주는 라디오>

낭독의 효과가 전파되면서 문화·예술 공연을 낭독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습니다. 그 중 책 읽는 라디오 EBS FM의 <낭독>은 메인 낭독자와 성우들의 입체적인 문학 작품 낭독을 통해 보다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작품이 주는 감동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낭독>의 청취자들은 혼자 책을 읽을 때보다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재미와 감동이 더 많이 전달되고 읽기 어려웠던 책들도 낭독을 통해 들으면 이해가 더 쉽다고 합니다. 



<10분 희곡 낭독공연 수요일엔 빠알간 희곡을>

‘수요일엔 빠알간 희곡을’에서는 한 작품을 압축하여 10분 가량 낭독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선보이는 작품들은 서울연극센터에서 발행하는 연극전문 웹진 ‘연극in’의 화제코너 ‘10분 희곡 릴레이’에 참여한 작품들로 구성됐습니다. 10분짜리라고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10분 안에 관객을 매료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찾은 소재로 공감을 얻고 잘 정리한 내용으로 단숨에 주제를 파고듭니다. 



출처_헤럴드경제


책이 귀하던 시절엔 사람들이 모여 책을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책 한 권을 돌려가면서 필사해 읽곤 했습니다. (참고자료: 빌려서 베끼고, 돌려 읽고, 외우고, 낭독하고) 하지만 인쇄술의 등장으로 누구나 책을 갖게 되면서 낭독 독서법은 사라졌습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몸에 대한 탐구에서 나온 새로운 공부법으로 낭송을 내세웠습니다. 마무리로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에 나온 구절을 인용하면서 끝내겠습니다.


“귀가 열리면 그 때부터 내적 공명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 무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극의 호흡을 찬찬히 따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존재의 무게 중심은 눈이 아니라 귀,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하여, 존재의 평형수를 채우려면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고미숙,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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