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과 함께 한 언론영화 콘서트 현장

2015.04.30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언론진흥재단에서 개최한 ‘언론영화 콘서트’가 4월 28일 ‘나이트 크롤러’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를 가득 채운 독자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보니 다독다독도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매체로서 진실된 마음으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단순히 영화가 보고 싶어 오신 분도 계셨고 언론과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회 전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언론 영화 한 편에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시민으로서, 다독지기로서 좀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 하루였네요.


영화 제목인 ‘나이트 크롤러’는 방송사가 촬영하지 못한 사고 현장 이야기를 발 빠르게 취재해 TV 매체에 팔아넘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맨홀 뚜껑이나 철조망 일부를 잘라 팔아 생활을 해오던 루이스가 나이트 크롤러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두 시간의 러닝 타임을 훌쩍 넘겨버립니다. 도둑질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념 하에 루이스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의 힘을 빌어 이 직업에 대해 탐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출처_국민일보


어디서 무엇을 하든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회


범죄사건이나 각종 화재, 살인이 일어나는 밤이 되면 나이트 크롤러들이 활동을 개시합니다. 경찰 무전기를 들으며 자동차 속도 위반에도 개의치 않고 각종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고 현장을 카메라에 얼마나 적나라하게 담아내는지에 따라 그들이 찍은 영상의 값이 올라갑니다. 누군가의 사고는 그들에게 하나의 상품일 뿐이며 영상 안에 피해자의 유혈이 낭자하고 보는이에게 자극적일수록 가치는 올라갑니다. 특종을 얻기 위한 나이트 크롤러들의 삶이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돈을 주고 영상을 사는 방송 매체들의 실상은 사회의 경쟁구도를 보여줍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선 누구보다 먼저 앞서가야 하며 몸을 불사질러서라도 일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뉴스는 사실을 근거로 보도 되는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제공하는 언론은 진실을 근거로 한 사실을 제공해야 합니다. 방송사별로 뉴스는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고 국민들은 어찌됐든 보도되는 뉴스가 실제 일어나는 사실이라고 믿게 됩니다. 계속해서 비슷비슷하게 생산되는 뉴스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짐을 느낀 방송사들은 더 자극적이고 놀라운 사건을 찾아 헤맵니다. 결국 방송사들은 정작 중요한 사건은 뒤로 미루고 살인사건이나 대형사고, 화재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 목을 매죠.


언론의 추악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보도국장 니나 였습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2년 계약으로 고용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도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일들도 서슴지 않고 실행합니다. 다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루이스의 영상으로 특종을 내보내게 될수록 니나는 더 자극적이고 불편한 영상을 원하게 됩니다. 그들의 끝없는 욕심은 결국 사건 현장을 조작하기에 이르고 심지어 루이스는 자신의 파트너까지 피해자로 만들어 영상에 담아내는 비극을 만들어냅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배회하는 루이스는 시대와 사회의 현실이 만든 괴물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비즈니스 상대로만 대하는 루이스는 눈앞에 사람이 죽어가도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 여깁니다. 오히려 죽어가는 사람을 클로즈업해 눈 뜨고는 못 볼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사건을 조작해 자신의 성취욕을 채우려는 면에서 도덕성을 상실한 한 인간을 보게 됩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시행하는 언론의 약점을 역이용해 루이스는 꿈에 이루던 개인회사까지 차리게 됩니다. 그가 이룬 성공이 당장은 마지막 장면의 보름달같이 보일지 몰라도 곧 일부는 어둠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자본주의 사회가 계속된다면 루이스 같은 인간이 끊임없이 밤거리를 배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무대에 자리한 정지영 감독은 한 명의 관찰자 입장에서 영화에 빠져들었노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우리도 이런 냉혹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매체의 역할은 사실을 전달해야 하며 그 뒤의 숨은 이면까지 들추고 파헤쳐 보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매체들은 사건들 외면하고 있으며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의 역할을 영화에서 대신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같이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도덕성을 벗어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정지영 감독은 월남전 얘기를 다룬 하얀전쟁이라는 영화얘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소들이 죽어있는 장면을 얻기 위해 돈을 들여 소를 죽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 직업에 대한 사명의식만 있고 생명체에 대한 윤리적인 감정은 없던 때였으며 지금 그러한 장면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 것 이라며 지난 일을 회상했습니다. 


우리 주위엔 이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덕과 언론 사이에서 무엇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도덕성을 저버렸던 적이 있으신가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루이스가 나 자신은 아니였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