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뉴스이용에 관한 유쾌한 수다 : KBS 톡! 콘서트 <뉴스사용설명서> 참관기

2015.05.13 08:47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공짜 뉴스가 흔하게 쏟아지는 세상


뉴스는 흔합니다. 분신이나 다름없는 스마트폰만 열면 수돗물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게 뉴스입니다. 그것도 거의 공짜로 말이죠. 저는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이라는 짤막한 문장의 1보(사건이나 사고가 났을 때 첫 번째로 보도된 짤막한 기사)를 시간 강의를 하러 원주로 가는 통학버스 안에서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포털의 실시간 뉴스 서비스 덕분이었죠. 예전 같으면 당일 석간이나 다음 날 조간신문, 또는 9시 뉴스까지 기다려야 제대로 된 뉴스를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귀한 뉴스 감별해 줄 ‘뉴스 지침서’ 필요


뉴스는 귀합니다. 전례 없이 풍부한 뉴스를 빠르게 공기처럼 무의식적으로 흡입하지만 제대로 된 뉴스는 좀처럼 없는 것 같습니다. 뉴스다운 뉴스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원인일 테지만 혹시 우리가 뉴스다운 뉴스를 보는 ‘안목’을 잃어버려서 그런 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에겐 좋은 뉴스를 분별하고 이해하며 사용할 줄 아는 능력, 즉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가 이전보다 더욱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친절한 뉴스사용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따금 뉴스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었을 때 길잡이가 되어 줄 등대처럼 따뜻하고 친절한 ‘뉴스 지침서’ 말입니다.


6인의 뉴스 고수들이 만든 <뉴스사용설명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KBS가 그런 ‘뉴스 매뉴얼’을 만든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바로 ‘KBS 톡! 콘서트 <뉴스사용설명서>’입니다. 뉴스 읽어주는 여자, 최원정 KBS 아나운서와 뉴스 안보는 남자, 개그맨 이윤석 씨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뉴스를 읽고 소비하는 데 조언을 줄 수 있는 6명의 ‘고수’들이 똑똑한 뉴스사용법을 주제로 100여 명의 방청객들과 약 3시간 동안 미니 강연과 뜨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라크전 종군기자였던 강인선 기자(조선일보 주말뉴스 부장), <뉴스광장>을 진행하는 강민수 앵커(KBS 기자), 내러티브 저널리즘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안수찬 기자(한겨레21 편집장), 그리고 요즘 가장 핫한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카이스트 뇌과학 전공), 개성 넘치는 파워블로거 민노씨(슬로우 뉴스 편집장), ‘뉴스 리터러시’ 전문가 김성해 교수(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가 합작한 ‘뉴스사용설명서’를 미리 한 번 읽어볼까요?



생각 없이 소비하는 뉴스…과연 괜찮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미디어와 뉴스가 양적으로 급증한 것과 정반대로 종이신문 구독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사거나 두 팔 벌린 어색한 자세로 종이신문을 보던 시대는 갔습니다. 대학생들도 취업 준비를 할 때가 되어서나 종이신문을 펼치게 됩니다. 방송뉴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침뉴스를 시청하는 계층은 주로 60대 이상이라고 하죠. 젊었을 때 뉴스를 안 보던 사람이 나이 들어서 뉴스를 갑자기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뉴스를 흡수하는 역량도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설령 뉴스를 보더라도 동일한 뉴스인데 제목이 왜 다른지, 내가 보는 뉴스를 어디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이 뉴스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프레임)은 공정한 것인지 묻지 않고 그냥 뉴스를 소비하죠. 뉴스가 현실을 반영하는 창인지, 아니면 왜곡하는 렌즈인지도 사실 헛갈립니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


기자보다 로봇이 쓰는 기사가 더 나을까?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기사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뉴스를 통한 객관적 이해나 진실 추구는 어렵다는 겁니다. 인간의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에서 정보의 압축이 발생하고, 오감에 의존한 감각 정보를 해석할 때도 왜곡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언어도 복잡한 현실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로봇이 기사를 쓰면 인간보다 편견 없이 더 빨리 정확하게 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뉴스는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쓰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기사작성 이전에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어떤 것이 뉴스가치가 있는지 ‘선택’하고 취재 대상과 ‘교감’하며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한 번 더 ‘의문’을 갖는 것은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현직에 있는 기자 3명(강인선, 안수찬, 강민수) 모두는 기계나 로봇이 못하는 ‘인간 기자’만의 장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성해 교수도 기자가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면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진실 추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슬로우 뉴스 편집장 민노씨

‘뉴스 대식가’보다는 ‘뉴스 미식가’가 되볼까?


민노씨는 4대 거인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이 지배하는 ‘멋진 디지털 신세계’ 속에서 소비자가 생산도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스마트 미디어처럼 더 현명하고 신중하게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지 되물었습니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을 낚는 연예뉴스 대신 좋은 뉴스를 선택할 수 있는 각오와 실천을 과연 우리는 하고 있을까요? 김성해 교수의 말마따나 좋은 음식을 먹으러가는 길에 배가 고프다고 불량식품(?)으로 배를 채우면 정작 맛있는 음식을 못 먹게 됩니다. 피상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아무 뉴스나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뉴스 대식가’보다는 기자들이 발품을 팔아 시간을 들여 땀으로 쓴 뉴스를 선별해서 소비하는 ‘뉴스 미식가’가 더 어울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뉴스사용법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 필요


작가 알랭 드 보통도 『뉴스의 시대』(2014)라는 책에서 뉴스 리터러시에 둔감한 세태를 꼬집습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뉴스가 매시간 제공하는 언어와 이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오셀로』의 플롯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뉴욕 포스트』 1면을 해석하는 법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간주된다…우리는 언론 매체가 가진 특별한 능력, 즉 우리의 현실 감각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에 대해 전혀 체계적으로 지도받지 않는다.” 뉴스가 흔하다는 것이 무분별한 소비의 근거가 될 순 없습니다. 귀한 뉴스는 뉴스를 보는 ‘안목’이 없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의 말대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KBS가 공동 제작한 <뉴스사용설명서>가 스마트한 뉴스 이용자의 체계적인 안내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5월 17일(일) 오후 5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