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1.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치킨 먹는 날이 네 생일”
이 한 문장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버스 정류장에 광고로 실린 것을 보며 웃음이 피식 났습니다. 특별한 날에 치킨을 먹는 것이 아니라 치킨을 먹는 날이 특별한 날이라는 위 문구는 어이없으면서도 이상하게 웃음을 유발합니다. 이외에도 ‘다이어트는 뽀샵으로’, ‘넌 먹을 때가 제일 예뻐’ 등 음식을 먹어도 자책감이 들지 않게 하는 카피를 여기저기서 보셨을텐데요. 여성들이 가장 많이 공감한다는 위 광고는 국내 1위 배달앱으로 우뚝 선 배달의 민족 광고입니다.
배달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우리에게 배달 문화는 그야말로 축복입니다. 전화로 주문하던 방식에서 이제 모바일을 통한 ‘배달 앱’의 등장으로 더 손쉽게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데요. 집에서는 물론 사방이 탁 트인 야외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달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느 광고에서는 마라도까지 자장면을 배달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배달 문화의 시작은 언제부터 였을까요? 최초의 배달음식은 조선시대의 해장국인 효종갱(曉鐘羹)인데요. 효종갱은 남한산성에서 만들어 밤사이 서울로 보내면 양반들이 새벽에 먹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배달의 문화가 신기하기만 한데요. ‘배달(配達)’은 단군 조선 때 우리 민족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랍니다.
‘한국이 가장 자랑할 만한 문화’로 빠르고 편리한 배달 음식 문화가 뽑힐 만큼 배달의 성장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배달 앱으로 상위권에 이르는 회사들의 방문자 수는 지난 2월 기준 배달의 민족 약 294만명, 요기요 164만명, 배달통 79만명 순서입니다.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여러 경제연구소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외식산업 규모는 10조~13조원에 이릅니다. 아직 배달앱이 전체 외식산업의 10%밖에 커버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은 초기 단계이며 그만큼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외식이 잦아지면서 배달음식이 크게 각광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배달 앱의 확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배달음식점들이 그동안 주로 의존해온 광고수단인 전단지나 책자 등을 모바일 앱으로 대체하면서 한 때는 배달 앱들의 갑질 논란이 문제되기도 했었습니다. 영세한 배달음식점들을 대상으로 2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율을 챙기거나 주문 취소나 환불이 불가능한 업체까지 등장해 큰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지금은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업체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배달 앱의 이용에 따라 매출에 영향 받는 자영업자들은 돈주고 광고를 하면서도 피해를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상권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상황에 몰려 배달 앱에 가입하게 되고 배달앱에 올라오는 평에 따라 매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후기를 보고 음식을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왜곡된 정보 때문에 낚이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로 상생하는 착한 앱 등장
수수료 논란에도 불구하고 배달 앱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붇고 있는 주요 앱 외에도 다양한 사업자가 뛰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수수료 무료를 내세운 ‘착한’ 앱의 출시입니다. 서울대 대학생들이 만든 ‘샤달’과 한국배달음식협회가 선보인 ‘디톡’, 트래퍼닷컴이 만든 ‘트래퍼’ 등이 대표적인데요.
샤달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캠퍼스 안까지 배달해주는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기존 배달앱으로는 이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기존 배달앱은 서울대 배달 여부와 상관없이 관악구의 음식점 정보를 알려줘 학생들이 막상 전화했다가 허탕 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서울대 캠퍼스 안으로 배달 가능한 음식점과 그렇지 않은 곳의 구별이 없어진 셈입니다.
한국배달음식협회는 수수료 대신 월 1만5000원의 회비를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 ‘디톡’을 선보였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소속 음식점들이 최저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배달앱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트래퍼’는 상점에 관리비와 수수료 없는 상점홍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프랜차이즈 상품 등에 대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트래퍼가 기존 배달어플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상점에서 트래퍼 인터넷 전화기만을 도입하면 ‘문자’만을 이용한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될 것 같습니다.
기존 배달앱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인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배달앱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편리하게'를 외치며 배달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업체들은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욕심내는 업체들과 함께 배달의 과열을 부치기는 건 차분히 기다리지 못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문화가 문제 없이 잘 성장하기 위해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네요.
'다독다독, 다시보기 > 이슈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드한 신문 젊은 독자를 도발하다. 한국일보 ‘까톡 2030’ (0) | 2015.06.01 |
---|---|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 우리에게 가져올 이점은? (2) | 2015.05.28 |
5월 18일 성년의 날, 나도 이제 어른이다. (0) | 2015.05.15 |
그림책 속 우리들의 아버지 (0) | 2015.05.08 |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대화의 기술 (0) | 201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