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5.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4년 8월호>에 실린 SBS 편성본부 홍보국 PR팀 차장대우 / 이일환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방송사에도 홍보팀이 있어요?” “보도국이 있는데 굳이 홍보팀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방송사에서 홍보 업무를 막 시작했을 때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있죠”라고 대답해놓고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과연 방송사에서 홍보팀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까요?
방송사 홍보팀 춘추전국시대
지난 2005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황정민은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멋진 밥상을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는 이른바 ‘밥상소감’으로 모든 이들을 감동케 한 바 있습니다. 이를 살짝 바꿔서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멋진 프로그램을 저는 재미있다고 알려야 한다”라고 패러디해서 보니 방송사 홍보팀의 역할이 됩니다.
방송사의 주요 콘텐츠가 드라마나 보도, 예능, 그리고 교양, 라디오 등의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되는데, 제작진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친 뒤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하는 역할이 바로 방송사 홍보팀의 주된 업무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방송사고 등에 대처하는 위기관리와 제작발표회, 기자 간담회 시행에다 방송, 문화, 연예부 기자들과의 유기적인 관계 유지 등 무수히 많은 일들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방송 생태계는 기존의 지상파뿐만 아니라 종편, 케이블 방송사 등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TV와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온에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방송사나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가 아닌 개인 혹은 저예산으로 제작된 짧은 분량의 웹, 그리고 모바일용 드라마도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사가 늘어난 만큼 각 회사들의 홍보팀 또한 예전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이른바 ‘방송사 홍보팀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고, 서로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바쁜 촬영 일정은 홍보의 적
2014년 한 해 가장 핫했던 드라마를 꼽자면 단연코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첫손가락에 꼽힙니다. 지난 2013년 12월 18일부터 2014년 2월 27일까지 21회 분량으로 방영된 드라마는 그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SBS 드라마의 이미지, 그리고 한국 드라마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치맥 등을 포함한 ‘별그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면서 신한류 열풍을 주도했는가 하면, 방송이 끝난 뒤에도 드라마 세트를 활용한 특별기획전을 열면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여름에 방한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부인 펑 리위안 여사의 ‘별그대’와 도민준 언급에다 미국 내 리메이크 소식이 들리면서 ‘별그대’는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를 홍보했던 입장에서 모든 드라마들이 이런 인기와 더불어 드라마 외적인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들이 이런 결과를 얻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가 같은 영상매체이긴 하지만 홍보 방법은 사뭇 다릅니다.
출처_세계일보
영화의 경우 모두 촬영된 분량을 가지고 시사회를 열고 연기자들이 무대인사와 더불어 인터뷰를 하면서 홍보를 한다면, 드라마의 경우는 시놉시스와 극초반 촬영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작발표회에서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홍보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의 경우 연기자들의 스케줄에 맞춰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이 이뤄지는 반면 드라마의 경우는 촬영 스케줄상 다양한 행사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16부작이나 20부작, 혹은 120부작이건 방송되는 내내 홍보가 병행된다는 점도 영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드라마 홍보의 문법
사실 드라마를 홍보함에 있어서 아침과 일일 드라마, 그리고 월화, 수목, 주말드라마가 가진 콘셉트가 어떤 시청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드라마 시놉시스와 대본, 그리고 출연진에 대한 숙지는 업무의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속합니다. 참고로, 원작이 있는 드라마, 가령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달콤한 나의 도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의 경우 원작에 대한 선 파악 또한 필수다. 책과는 달리 드라마 극본화되면서 재미있게 살려지는 부분을 캐치하는 것도 홍보 포인트를 잡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원작은 없지만 ‘비밀의 문’ 같은 사극이나 예전 ‘자이언트’ 같은 시대극을 홍보함에 있어서도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면서 당시 시대상을 먼저 파악할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책이나 대본을 보고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을 미리 모두 다 알리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홍보의 진정한 묘미는 궁금증 유발과 스포일러 사이의 교묘한 줄타기와 같습니다. 즉, 맥주 혹은 샴페인을 따기 전까지 마구 흔들어서 거품을 만드는 게 홍보맨의 역할이라면 마지막에 뚜껑을 따서 시원함과 쾌감을 즐기는 건 소비자 즉, 시청자의 몫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간 100여편, 그만큼 홍보도 중요해
이처럼 드라마 홍보를 하다보면 크게 흥행한 드라마들의 경우 일반적인 드라마가 가진 얼개는 아니라는 점을 대중보다는 조금 일찍 발견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진한 가족애를 담거나 혹은 연인 간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내는 경우도 많지만, 각자 드라마만의 특색을 가진 경우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현재 방송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에 걸맞은 콘텐츠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닙니다. SBS의 경우 매년 약 25편 가량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고,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종편까지 합하면 100여편이 넘는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거나 혹은 울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매우 안타깝지만 소리 소문 없이 외면당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 때문에 드라마를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드라마를 좀 더 ‘재미있게’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해 그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다시금 드라마 대본 한 장 한 장을 소중하게 넘기며 홍보 콘셉트를 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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