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3.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4월호>에 실린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심미선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방송에 대한 수용자의 평가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상업방송이 등장하면서부터였습니다. KBS와 MBC 2개의 지상파방송만 존재하던 방송 환경에서 1991년 10월 상업방송 SBS가 개국했고, 이때부터 시청률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기록된 시청률의 출발은 1992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시청률은 방송을 평가함에 있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는 지표였습니다.
자사 입맛에 맞는 시청률 결과
방송인들은 하루의 시작을 시청률과 함께 합니다. 피플미터 방식에 의해 매일매일 시청률이 산출되다보니 채널의 성과가, 프로그램의 성과가 시청률로 결정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방송에서 시청률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지고 강해진 것입니다. 이제는 채널에 대한 평가,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에서 시청률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지표가 됐습니다. 통합 방송법 69조에는 매체 영향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시청점유율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사례는 텔레비전 시청률이 우리 사회 텔레비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수로 자리매김 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매체 영향력을 가늠하고, 광고 단가를 결정짓는 기준이 바로 시청률이지만, 시청률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통합시청률 논의가 대두되면서 제기되는 문제는 바로 텔레비전 수상기가 아닌 PC나 스마트폰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인구가 늘어나는데, 현재의 시청률 측정 방식은 집안의 고정형 텔레비전을 통한 시청 행위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시청 행위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시청률 측정방식이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해 생긴 것으로 시청률 조사회사와 고객이 함께 노력하면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자사의 입맛에 맞게 사용하다보니, 시청률 춘추전국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TNmS와 AGB닐슨 두 시청률 조사회사가 있는데, 이 두 기관에서 나오는 시청률 수치에 차이가 많습니다. 전체 시청률뿐 아니라 개별 프로그램 시청률도 차이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방송사에서 편성 전략을 수립할 때나 광고회사에서 매체 기획을 할 때 어느 회사의 시청률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혼동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매체 영향력을 산출하기 위해 매년 시청점유율 자료를 사용하는데, 두 회사의 자료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시청률은 매체 기획에서 뿐만 아니라 규제 차원에서도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7월 30일 기준 AGB닐슨 시청률
두 번째 혼란스러운 부분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채널 간의 시청률 산출 기준이 다른 데서 기인합니다.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을 들어 유료방송 가구를 모집단으로 하여 시청률을 산출합니다. 반면 지상파 채널은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시청률을 산출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채널 시청률 및 점유율은 경쟁 채널과 함께 시청률이 산출되므로 유료방송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의 시청률과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의 시청률이 달리 나옵니다. 그리고 방송사는 자사에 유리한 채널 및 프로그램 시청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일한 채널,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여러 개의 시청률 자료가 산출됩니다. 방송사는 자사에 유리한 시청률을 사용하면 되지만, 광고주는 어떤 시청률 자료를 기준으로 매체 기획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시청률과 같은 방송 평가지표의 생명은 바로 신뢰도에 있습니다. 그런데 시청률을 믿을 수 없다보니, 채널 및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수치로서의 시청률의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질 평가도 믿을 수 없어
시청률 이외에 방송 평가지표로는 프로그램의 질 평가지수가 있습니다. 프로그램 질 평가지수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초반 상업방송 SBS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시청률 경쟁 속에서 ‘좋은 방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상업방송 매체와 채널의 증가는 지나친 시청률 경쟁과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고 아울러, 공영방송의 경우 시청률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프로그램의 성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2001년 8월 지상파방송에 대한 재허가 제도인 방송평가제를 시행하면서, 재허가 시 방송 내용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하면서 프로그램 질 평가지수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따라서 2013년부터는 지상파방송은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까지 자사 및 경쟁사 프로그램에 대한 품질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조사 방식에서부터 측정 문항까지 방송사마다 다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품질 평가지수인 KI처럼 단순화된 지표가 있는가 하면 프로그램 평가 결과를 제작에 반영하기 위해 장르별로 비교적 많은 측정 문항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일한 프로그램에 대해 여러 개의 품질 평가 점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령 채널 자체 조사에서는 프로그램 품질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KI조사에서는 나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방송사들은 자사에 유리한 수치로 채널의 성과를 평가합니다. 프로그램 품질 조사에 대한 측정기준 없이 채널별로 자의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다보니 프로그램 질 평가 조사 결과 역시 시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회적 감시체제 필요
현재 우리나라 방송 평가지표는 양적 평가지표인 시청률과 질적 평가지표인 프로그램 품질 평가지수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두 지표 모두 여러 개의 수치가 사용되고 있어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평가지표는 무엇보다 정확하게 측정되어야 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평가지표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평가지표로서의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정확하고 타당성 있는 평가지표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시청률의 경우 현재 두 회사에서 시청률 자료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시청률에 차이가 많은데, 이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상당히 큰 규모의 광고비가 시청률에 근거하여 집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정확한 시청률 산출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청률검증위원회 운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시청률검증위원회가 아닌 시청률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유도하며, 시청률 조사의 문제 및 대안을 이용자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실천적인 시청률검증위원회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감시체제를 통해 두 회사의 시청률 자료를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 품질 평가 조사와 관련해서는 정확한 품질 평가 조사를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제안합니다. 자체 프로그램 품질 평가 조사도 2013년부터는 방송 평가 항목의 하나가 됐습니다.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 이후 채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방송 프로그램 품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없다면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은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채널의 경쟁력을 떠나 시청자가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방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프로그램 품질 평가 조사를 방송사에만 맡겨 놓기보다는 타당성 있는 품질 평가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일관성을 갖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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