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8.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인터넷에서 악플, 혐오글 등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예인에 대한 악플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여시충, 지균충, 맘충, 홍어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 발언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혀 상관 없는 스포츠 기사에도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글은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을 적은 댓글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욕인 경우가 포탈 사이트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선수가 부진한 것을 대통령에 대한 욕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동원한 창의성에 놀라는 경우까지도 있습니다. 범죄 기사가 올라오면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출처, 참고 사진의 지역 등 온갖 정보를 추적해 해당 지역 사람을 싸 잡아 욕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네티즌의 온라인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선플을 달자는 광고를 국민 세금 써서 하지만 줄어들지 않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념 투쟁, 인터넷이 그 장이 되다.
단순히 네티즌들의 낮은 문화 수준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인터넷을 통한 이념투쟁의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주관적 생각을 사회적, 문화적, 사상적, 동질감을 가지는 사람끼리 댓글을 통해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같은 이념을 공유하게 되고 그 안에서 객관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꼭 잘못된 것도 최근에 생긴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이념 투쟁이 상시화 되었을 뿐입니다.
역사는 이념 투쟁의 기록입니다.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 자신들의 생각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며 살아 왔습니다. 이를 세련되게 제도화 시킨 것이 현대의 정당 정치입니다. 현재 인터넷은 이념 투쟁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평소 이념에 대한 생각이 있어도 자신의 이념을 표출 할 데가 없었습니다. 평상 시 억눌러 있다가 혁명이라는 것을 통해 한꺼번에 폭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과도한 폭력이 수반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인터넷 댓글을 통해 상시적 이념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포탈에서 메인 페이지에 기사를 올릴 경우 일반인들은 평소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기회를 활용해 표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악플이라는 폭력성이 개입되는 것입니다. 댓글은 이념 투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폭력성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평가 절하하면 안 됩니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 악플을 만들다.
우리나라에서 악플이 유난히 많은 이유에 대해 생각 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네이버에서 뉴스 댓글을 바로 달 수 있는데 비해 해외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라고 편하게 이야기합니다. 구글만 보았을 경우 그럴 수 있으나 미국 야후는 오래 전부터 국내처럼 뉴스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악플이 많이 달려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한국이 악플이 특히 많은 이유는 분노, 두려움, 슬픔, 고민 등의 부정적 반응을 만들어 내는 외적 자극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 세계 최고 수준의 업무 강도 등이 복합적으로 모여 세계 1위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해 가장 이념적인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외부에서 들어 오는 자극에 대해서 방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개인이 외부를 향한 공격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고도로 문명화 된 한국 사회에서 과거처럼 타인에게 폭력을 동반한 공격성을 표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현대화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인터넷에서 남을 비방하는 방법입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오프라인과는 다르다.
치열한 경쟁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성공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만들었습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기 쉬운 자본주의의 특성상 경쟁에서 승리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계급 사회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계급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는 계급성이 무시 된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현실 공간에서는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이 고위 공직자, 대기업 임원, 국회 의원 등 사회 지도층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으며 이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는 더욱 적기 때문에 분쟁 자체가 존재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계급에 있는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계급적 차이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 이해도의 차이, 서로가 처한 상황의 차이 등으로 인해 너무나 큰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우 설사 갈등이 있다고 해도 계급적 차이로 인해 겉으로 갈등이 드러나기 힘듭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권위가 무시 되는 공간이니만큼 바로 갈등이 외부로 표출 되며 악플 등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넷에서 악플과 혐오 발언은 분명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의 소양부족으로 치부해 적당한 훈계와 계도를 통해 해결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한 폭력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약자들에 의한 폭력성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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