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시대가 낳은 세대간 갈등, 그 해결법은?

2011. 8. 29. 14:45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습니다. 약속장소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식당. 하지만 A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물어보거나 친구들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서 묻는 번거로움 없이 쉽게 그곳에 찾아갔습니다.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의 지도 서비스 덕분이었는데요. 마치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해주듯 친절하게 식당의 위치를 화면에 표시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씨는 식당에 들어서며 ‘정말 세상이 좋아지긴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학생 B씨는 요즘 친구들에게 연락 한번 하기가 꺼려집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스마트폰의 무료 메신저로 대화를 하면서 하루 종일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지만, B씨는 그런 친구들에게 몇 십 원의 비용이 드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B씨는 심각하게 휴대전화를 바꿀까 고민도 해봤지만, 한달 10만원 가량 나오는 전화요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맙니다. 



손 안의 PC라 불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쉴 틈 없이 만지며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바로 확인하면서 마치 개인 비서를 따로 둔 것처럼 편리한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활발하게 확산되면서 우리는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놀라운 IT세상에 빠져들고 있는데요. 이는 불과 2, 3년 만에 나타난 큰 변화이며, 그 속도는 지금도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기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흔히 말하는 ‘스마트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모두가 이런 새로운 세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아니랍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을 자랑하더라도 이 같은 혜택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도 보이고 있는데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문제, 디지털 디바이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란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정보격차’를 말합니다. 이런 격차는 경제적,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면서 갈등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세대 갈등의 핵심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위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괴리감이 커질 수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이나 노인세대는 젊은 세대와 달리 디지털 기기 조작에 서투를 수 밖에 없어서 결국 디지털 기기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게 되죠. 

경제적인 요인도 이런 격차를 불러오게 되는데요. 고가의 IT기기를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의 갈등도 무시할 수 없겠죠. 이런 경제적 요인은 연령층과 상관없이 단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하게 만들어 더 깊은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도 낳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변화는 노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확대되면 확대됐지 디지털 시장이 정보소외 계층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의문이기 때문이죠. 


디지털 디바이드를 넘어 모바일 디바이드로

2000년대 초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에 차이가 있어서 생기는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나타났다면 지금은 ‘모바일 디바이드’, ‘SNS 디바이드’처럼 새로운 정보격차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 고동현 연구원은 “디지털 디바이드는 점차 완화되는 추세인 반면 모바일 디바이드는 확산 추세이며, 훨씬 복합적 양상을 띠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모바일 디바이드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노컷뉴스 8월 1일자 ‘스마트폰 열풍에 모바일 디바이드 우려’ 참고) 

‘모바일 디바이드’란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나온 새로운 정보격차 현상을 말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간의 격차를 말하는 용어죠. IT붐이 일어나던 2000년 전후 정부가 정보격차해소에 정책적 초점을 두었듯이 모바일 디바이드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스마트폰 활용으로 뉴스나 정보를 누가 빨리 습득하느냐에 따라서 경쟁력과 부의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빠른 정보의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디바이드보다 더 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먼저 아는 사람과 뒤늦게 아는 사람의 차이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직장 내에서도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실시간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간의 능력차가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뒤쳐지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활성화는 ‘디지털 스트레스’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보격차가 부르는 세대갈등

사실 뉴 미디어를 대표하는 인터넷은 정보의 편식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주장도 여과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신문이나 책과 같은 올드 미디어의 중요성이 요즘 더욱 강조되고 있죠. 

인터넷의 정보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매우 빠르게 전달되고 있는데요. 그런 정보들이 확인 과정 없이 즉, 게이트 키핑의 과정 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지는 정보도 많다는 것이 인터넷 정보의 문제점입니다. 

반면 책이나 신문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를 종합적으로 축적해 왔기 때문에 인터넷에 비해 훨씬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디지털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세대와 적게 받아들이는 세대 사이에는 분명 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어떻게 얼만큼 수용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양극화와 세대간 갈등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디지털 디바이드가 결국 사회적 갈등을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죠.


<동아일보 2010년 7월 19일자 20대男“어르신들은 정답이 하나라고 생각하잖아요”기사 참고>


소통으로 줄이는 정보격차

지금까지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했는데요. 정보격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갈등을 야기한다는 겁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평하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누구나 같은 환경에서 정보를 이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해 준다고 해도 그 사이에서 다시 격차가 생기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정보를 습득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스마트폰 교육과 같은 지원과 어린 학생들에게 책 읽기 교육, NIE(신문활용교육)를 실행하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젊은 세대가 쉽게 사용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휴대전화 문자 같은 서비스는 중•장년층도 기본 사용법만 익힌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신문이나 책도 습관이 된다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훌륭한 매체입니다.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결국 ‘소통’의 문제인 만큼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한 정보화 사회에서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방송 등 주요 매체는 객관적이고, 유익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 해야 할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죠.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빠르고 편리하게 정보를 얻는 것도 좋겠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정보를 많이 얻느냐가 아닐까요? 이런 기기들은 정보를 이용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지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무분별한 정보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세대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인터넷 뿐만 아니라 신문, 책과 같은 올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정보를 서로 나누고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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