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28. 14: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우간다급→세계 6위' 급변한 韓 금융 평가… 왜? -머니투데이'우간다보다 못하다던 한국 금융, IMF 평가선 세계 6위라니...’ -서울경제
'한국금융경쟁력 평가 오락가락' -YTN
'우간다 보다 못한 87위라던 금융 순위, 넉달 만에 6위?' -중앙일보
'우간다 보다 못하다던 한국금융, 독일보다 앞서' -데일리안
'우간다보다 못하다더니...한국금융순위→6위 '냉온탕'' -국민일보
지난 3월 17일자(신문발행일 기준) 언론에서 중요하게 다룬 이슈가 한 가지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발 보고서를 요약한 보도로 한국의 금융발전지수가 조사대상국 183개 중 6위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1월에 발간한 ‘새로운 금융발전 지수 소개(Introducing a New Broad-based Index of Financial Developmen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한국은행이 요약해 16일 보도자료로 발표한 것이다.
기사 제목을 처음 읽으면 ‘1등도 아니고, 꼴지도 아닌데 웬 소란인가’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내 놓은 자료를 인용한 국내 언론의 보도를 기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WEF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는 ‘한국의 금융경쟁력지수가 조사대상국 중 87위로 아프리카 우간다(81위) 보다 아래에 있어 충격적’이라 게 핵심이다. 금융권 취재 기자들은 지난해 ‘우간다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이번엔 비교 기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관련 기사는 90여건에 이르렀으며, 기사의 전개는 대부분 IMF의 보고서와 지난해 WEF의 통계자료를 비교하면서 전개시키는 보도기사와 논평을 곁들인 해설기사와 사설 등 다양했다.
통계수치를 언급하는 기사를 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지 그리고 조사 대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통계조사의 기본적인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기사를 읽는다면 보도된 기사의 오류를 짚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속 기사에서 제기하는 주장의 허점과 논리의 오류를 걸러내고 사실(fact)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통계 수치로 부화뇌동 1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WEF의 금융경쟁력지수가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기사가 나간 후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금융산업이 후진국 수준이라면서, 금융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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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해외 기관에서 발표하는 통계수치에 휘둘릴 만큼 한국의 금융제도가 낙후되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발전으로 단기간에 국가 경제를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은 우리나라는 선진국 증후군을 앓고 있어 이를 살짝 자극만 해도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급속한 산업발전 과정에서 한국의 금융제도가 관치금융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때도 있어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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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실시하는 WEF의 국가경쟁력지수 중 금융서비스 부문은 해당 국가의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다. 자국의 금융서비스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금융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해외 송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의 은행은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해외에 지사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어 지사가 없는 지역으로 송금할 경우 다른 나라의 은행과 연계해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시간도 지사 송금처리보다 더 오래 걸리게 된다. 이 같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불만이 반영된 WEF의 통계수치로 한 나라의 금융경쟁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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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를 볼 때 통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눈을 기르지 못한다면 통계수치를 오용하려는 자들의 논리에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이를테면 정부 측에서 지나친 성과중심적으로 금융 개혁을 몰아붙이는 기회로 이용한다면, WEF의 통계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금융체계 전체가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할 수가 있다. 결국 관련 부처는 금융개혁을 서두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장기적인 국가 발전에 필요한 개혁이 차근히 진행되지 못하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지난해 ‘우간다 충격’은 대통령에게까지 보고가 되었고, 정부 관계자는 금융권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관련 부처의 장관은 송년 모임에서 건배사로 ‘우간다를 이기자’라고 외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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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충격’을 인용하며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지적하는 보도가 나간 후 일부 언론은 ‘4시에 퇴근하는 은행은 한국 밖에 없다’ ‘금융권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설익은 주장을 쏟아내면서 금융권을 타깃으로 한 비판의 칼날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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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보도는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경기로 위기에 내 몰린 중산층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조장하며 민심을 분열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당시 금융권에 대한 비난의 기사가 신문과 방송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금융권 종사자들은 숨 죽인 채 ‘4시에 퇴근하지 않는다’는 애먼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금융개혁을 맡고 있는 당시 금융위원장은 연말 송년회에서 “올 한해 (한국 금융이) 우간다 (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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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발간된 IMF보고서는 금융혁신, 온라인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문항을 포함시켜 WEF와는 비교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WEF의 조사가 금융 서비스의 내용(software)에 대한 것이라면, IMF의 보고서는 금융 산업의 체계(hardware)와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다고 비교분석했다. 결국 조사의 잣대에 따라 통계수치가 오락가락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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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산업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 그들은 외국의 전문가와 상호 교류하며 연구하고 있어 한국의 금융산업 수준이 어느 위치에 머물러 있으며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계 어떤 전문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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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매체 수용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보도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신뢰를 보내야 하며, 관련 기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보도에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이 통계 수치를 작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게 된다. 결국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 고유의 역할이 나태해질 수 밖에 없다. 또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그릇된 보도에 대한 비판은 매체 수용자 고유의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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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선진화를 통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매체 수용자는 더더욱 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 길만이 한 나라의 언론 선진화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길이다.
- 우레 소리에 맞춰 함께한다는 뜻으로, 자신(自身)의 뚜렷한 소신 없이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의미(意味).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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