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료화 되면 종이신문 사라진다고?

2011. 8. 31. 13:1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스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뉴스를 돈 주고 보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포털 사이트마다 뉴스가 범람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이 뉴스 전파의 매개체가 되는 요즘, 뉴스 유료화는 성공할 수 없을 거란 비관적 전망이 한동안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유료화 실패의 쓴맛을 보았던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1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반전의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례는 고품질의 뉴스 콘텐츠에 대해서 독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죠. IT 매체 혁명으로 촉발된 신문의 미래, 어떻게 전개될 지 함께 짚어보도록 할까요?




신문 정기 구독률, 12년 동안 절반 이하로 

현재 전 세계에는 1만 2,000여개의 일간지가 존재합니다. 매일 발행하는 신문 규모만도 무려 5억 1,600만부에 달하죠. 하지만 스마트폰 등 IT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종이신문이 점차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데요.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 가구의 신문 정기 구독률이 1996년 69.3%에서 2008년 36.8%로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실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죠.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새로운 미디어들, 예컨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구축되는 소셜미디어는 신문 산업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신문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 매체로 진출하는 데 그쳤다면, 요즘은 TV와 신문, 라디오, 잡지의 구분이 없는 복합적인 미디어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죠. 


웹페이지 유료화 선언한 뉴욕타임스(NYT), 수익은 얼마나…

신문의 이러한 매체 변화의 중심엔 수익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공급되는 기사에 값을 매길 것인가, 아니면 독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료화를 고집해야 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 것인데요. 최근엔 해외 주요 신문사들이 신문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조심스럽게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웹사이트를 유료화로 전환했는데요. 요금은 웹사이트와 아이폰 동시 구독할 경우 4주에 15달러(약 1만 5,700원), 웹사이트와 아이패드 묶은 상품은 20달러, 웹사이트, 아이폰, 아이패드를 모두 구독하면 35달러를 내야 하죠. 

뉴욕타임스는 이번 유료화를 계기로 휘발성이 높은 기사보다는 해설이나 분석 기사들의 비중을 대폭 높였는데요. 충성고객을 고급 기사로 묶어두는 대신, 일반 독자들의 경우 20건의 기사를 무료로 열람하도록 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현재 가입자 수준을 기준으로 최소 연간 4,000만 달러(420억 원)의 콘텐츠 수익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기존 구독자는 추가요금 내면 온라인기사 볼 수 있게 

뉴욕타임스 외에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프랑스 르 몽드, 르 피가로,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등도 잇따라 유료화를 추진했는데요. 월스트리트의 경우 고급 경제정보에 목마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 성공모델을 만들었죠. 온라인 뉴스 이용료를 주당 1.99달러(약 2,200원)로 매기고, 기존 신문 구독자는 주당 40센트만 추가하면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경우도 지난 2010년 3월 일본 주요 일간지 중 최초로 온라인 유료화를 선언했는데요. ‘닛케이 전자판’은 24시간 뉴스서비스를 통해 종이신문과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무료 사이트보다 내용과 기능을 보강하고, 상세한 해설과 칼럼을 제공하는 한편 기사 수집 및 검색도 가능하도록 했죠. 닛케이 전자판의 온라인 뉴스 이용료는 월 4,000엔(약 5만 4,600원)으로 기존 신문 구독자는 1,000엔(약 1만 3,600원)만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루퍼트 머독이 만든 아이패드 전용신문 ‘더 데일리’ 

스마트기기의 등장과 함께 아이패드 전용 신문도 등장했는데요. ‘미디어 황제’라 불리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드 머독 회장이 지난 2월 창간한 아이패드 전용 신문 ‘더 데일리 (The Daily)’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계 최초 태블릿PC용 유료신문인 더 데일리는 스티븐잡스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100여 명의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으로 매일 100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종이신문처럼 볼 수 있는데요. 하루 15센트, 일주일 99센트, 1년 할인가 40달러로 무선인터넷 등을 통해 아이패드 독자들에게 배달되고 있죠. 

이러한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바람은 국내에서도 조금씩 일고 있는데요. 지난해 새 방송사 선정에서 탈락한 머니투데이와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통신사 설립과 YTN 지분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뉴스통신사란 독자적인 취재조직을 갖추고 뉴스와 기사자료를 수집해 방송사 등에 제공하는 곳으로 통상 ‘뉴스 도매상’이라 불리고 있죠.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뉴스 통신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자신들의 고유 콘텐츠인 기사를 유료로 제공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온라인 뉴스 유료화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경우 지난해 12월 YTN 주식을 3% 가량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한경은 지난해 YTN 주식의 2.88%인 129만 729주를 사들이는 등 광고 수익성이 높은 방송 분야로의 진출을 활발하게 꾀하고 있죠. 


종이신문, 정말로 사라질까? 

이처럼 온라인 뉴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요. 온라인 뉴스가 전면 유료화 되면 종이신문을 굳이 돈 주고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종이 신문은 정말 사라지게 될까요?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종이신문은 앞으로도 계속 생산될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 뉴스가 미디어의 단방향 콘텐츠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종이신문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갈림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요. 종이신문은 온라인 신문이 갖지 못한 언론사만의 독특한 편집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와는 다른 정보의 흐름을 알 수 있죠. 

종이신문은 온라인과 달리 전체 지면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기사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온라인 기사는 부분적으로 나눠진 내용으로 지식의 파편화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긴 문장으로 구성된 기사보다는 보기 쉬운 이미지나 동영상 기사만 보는 등 정보의 편식을 가져올 위험도 있습니다. 반면 종이신문은 기획기사나 각종 칼럼을 통해 깊이 있는 해설기사를 다룰 수 있어 독자들의 신뢰도가 훨씬 높은 편이죠. 

처음 인터넷 신문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의 미래에 대해 걱정 어린 말들을 쏟아냈는데요. 스마트기기의 위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요즘에도 종이신문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걸 보면 전통매체로서 종이신문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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