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의 애플, MCN(Multi Channel Network)

2016.04.19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방송시장의 문법을 변용해 새로운 시장 개척한 대한민국 MCN(Multi Channel Network)의 현주소를 알려드립니다. 




조영선,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고리타분하게 MCN이 뭐냐고 묻지는 말자. 본디는 유튜브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업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 였으나, 지금은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통칭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곧 MCN인 것이다. 광고수입 밖에 없던 시장이 지금은 상품 거래는 물론이고 네이티브 애드(Native Ad)[각주:1]까지 거머쥔 거대시장이 됐다.



#MCN을 논하는 지금도 개념은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MCN을 얘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 등장한다. MCN의 C 즉, 채널의 이름이자 콘텐츠를 생산하는 채널 운영자인 크리에이터 (이쪽에선 이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의 이름이다. 근데 이름들이 재밌다. 이를테면 '양띵', '대도서관', '이브', '악어', '도티' 이런 식이다. 온라인상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작명이다.

그렇다고 만만히 보진 말자. 이들 각각은 100만 이상의 가입자 수를 거느린 MCN시장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지탱하는 세력이 바로 10대들이다. 어른들이 방송만을 '소비'하는 동안 10대들은 주류 방송 밖에서 스스로 생산과 소비를 혼용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사회성을 만들어왔다. 그러기에 이들이 쓰는 문법은 방송과 영상의 기존 문법과는 철저히 다를 수밖에 없다. 우버(Uber)가 택시산업을 재규정하고 에어비앤비(Airbnb)가 호텔 산업을 재구성한 것처럼 또 넷플릭스(Netflix)가 유료방송사업자를 재정의한 것처럼 기존 영상콘텐츠 시장은 MCN에 의해 또다시 헤쳐모여 하는 중이다.



물론 시작은 미미했다. 2010년 미국 시장을 일으켜 세웠던 MCN이 국내에서는 2013년 CJ E&M의 일개 사업부서로 시작했다. 그런데 불과 2년 뒤인 2015년에는 수십 개의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가치만해도 수천억 원 대의 시장으로 커졌다. 2015년 1월 사업을 시작한 트레저헌터는 시장 가치만 8백억 원에 육박하고, 2014년 상반기에 시작한 메이크어스는 1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경제 상황이 녹녹치 않아서 2016년도에는 대규모 투자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수십억대의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튜브가 인증한 공식 MCN 사업자만도 아프리카TV, DiaTV, 트레저헌터, 샌드박스 4개 사업자로 확대되었고, 올해는 메이크어스와 비디오빌리지 등이 신규로 등록될 예정이다. KBS, MBC는 이미 이 시장에 진입했고, SBS도 올 상반기 중에 진입할 낌새다. 국내 시장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MCN 시장에 진입했다면, 선두 MCN 사업자는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MCN의 해외 진출, 이 수는 신의 한수가 될지 모른다. 변형된 문법은 막혔던 곳을 풀어주는 청량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송 콘텐츠는 지역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 방송 사업은 철저히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권을 관리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업자들도 국내 판권은 보유하되, 해외 판권은 제작사나 다른 사업자에게 넘겨서 제작비를 낮추었다. 방송 콘텐츠의 주 수익이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싸구려 덤핑 물건이 될 뿐이었다. 중국과 일본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을 하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국내 시장이다. 그게 방송시장의 해외 유통 문법이었다. 그래서 외국의 문이 닫히거나 해당 국가의 방송 시장이 성장하면 수출 경로가 막혔다. 70년대 우리네 방송시장을 장악했던 해외 방송들이 시나브로[각주:2] 사라진 걸 상기하면 알 수 있다.


그러나 MCN은 다른 문법을 만들었다. 중국을 향했고,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물론 캄보디아까지 직접 날아갔다. 방송 사업자들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비용과 수용의 문제로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시장이다. 그러나 이 사업자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영상 문법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최적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뷰티 유튜브 스타의 영상물도 국내에서는 별로 호응을 받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국내 뷰티 스타가 나와야 한다. 기존의 방송시장은 해당 국가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엄청난 제작비용을 소모했지만, 개별 국가별로 1인 미디어 서비스를 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최소한이다. 그러니 개별 국가별로 콘텐츠를 제작하면 그만이다. 굳이 국내 콘텐츠를 해당 국가에 수출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MCN 사업자가 할 일은 영상물의 완성도다. 'Made in California'가 아니라 'Design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형태가 될 것이다. MCN 사업자가 기획을 하고 현지의 크리에이터와 프로듀서를 통해 Assembled 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작은 규모이기에 시장에 진입하는데 문제가 없다. 현지에서 작업하고 유통하기 때문에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방송의 경우 해당 국가의 온라인 방송정책이 바뀌면 콘텐츠 전략을 수정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당기간 콘텐츠 유통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현지화된 MCN은 이런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거기에 광고가 아닌 상거래를 바로 견인할 수도 있다.


이렇듯 MCN은 방송시장의 문법을 변용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국내 어떤 영상 사업자도 못했던 글로벌시장 개척을 MCN이 해내고 있다. 리스크와 한계가 명학하지만, 그럼에도 지켜보고 건승을 빌어야 하는 이유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웹진 KPF 톡 VOL.68, p.8




  1. 네이티브 애드(Native Ad) : 특정 서비스 플랫폼에 적합한 방식으로 제작된 광고. ‘태어난 곳의’라는 뜻의 네이티브(native)와 광고(ad)를 합쳐 만든 신조어. [본문으로]
  2.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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