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공짜'라는 인식 깨지 못하면 신문의 미래는 없다?
2011. 9. 2. 12:5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며칠 전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도 하고 했는데 이 가운데는 종이신문의 미래도 포함됐습니다. 발표자는 종이신문의 암울한 미래를 말하면서 온라인 신문의 콘텐츠 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10년이 지나기 전에,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경이면 종이신문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국의 한 전문기관의 연구자료도 소개했습니다.
발표자는 또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에피소드도 말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의 등장에도 운송수단으로서의 마차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으나, 그것은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는 것입니다. 이제 마차는 유럽의 시골에서 우유 배달이나 하든지, 아니면 관광객을 태우는 역할 외에는 할 것이 없다고 말이죠.
사실 언론사 입장에서 온라인 신문은 ‘남는 장사’입니다. 오프라인 신문을 만드는 데는 많은 인력 외에도 비싼 인쇄 시설과 배달망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경비가 상당합니다. 반면 온라인 신문은 인쇄 시설이나 일선 지국과 같은 배달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원가 대비 남는 이익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언론사들이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를 알만하죠.
“앞으로 뉴스는 ‘질’ 보다는 ‘양’이 중요하다”고 예견하는 미디어 학자도 있습니다. 미디어 산업적 입장에서 볼 때 질 좋은 뉴스보다는 비록 질 낮은 뉴스라도 수용자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것이 언론사의 이익 창출에는 훨씬 이익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질 낮은 뉴스라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수시로 노출시켜 수용자들이 자주 보게 하는 것이 미디어 경영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TV에 많이 노출되는 만큼 광고 단가가 높아진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지요.
실제로 10년 전의 신문과 지금의 신문은 같은 매체로 보기 힘들 정도로 그 기능과 위상이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것이 누구나 얘기하는 신문의 위기입니다. 신문사 경영진도 기자들을 보기만 하면 강조하는 것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광고업계에선 이미 광고 매체로 종이신문은 아예 제쳐두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 광고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견하기도 합니다. 바로 온라인을 비롯해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 각종 플랫폼들이 다양해지고 있어 기존 매체에 돌아갈 광고의 몫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신문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광고주들도 미디어의 공익적 가치 보다는 광고매체로서의 영향력을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입장에서도 변화의 속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한때는 통신 사정이 열악해 기자가 전화통을 붙들고 본사에 기사를 불러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상도 출신 기자가 마감에 임박해 “이화여대 성악과 미달”이라고 전화로 말한 것이 신문에는 ‘이화여대 수학과 미달’이라고 잘못 나간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습니다.
신문사 편집국에서 원고지가 사라진 지는 벌써 오래입니다. 팩스를 통한 기사 송고시대를 거쳐 지금은 노트북으로 기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한 명의 기자 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신문과 같은 엘리트 중심의 기존 매체 보다는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명이 협업과 같은 절차를 거쳐 전달하는 소식이 훨씬 영향력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집안 목욕탕에서 이를 닦으면서 스마트화된 눈 앞의 거울을 책장 넘기듯이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읽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헐리우드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마우스 없이 손동작 만으로 영상을 조정하는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체로서 신문이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사라진 마차의 전철을 밟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100% 없다고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신문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낸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들어서면서 대중들은 ‘뉴스=공짜’라는 인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런 관념을 깨지 않으면 신문의 미래는 없습니다. 앞으로의 신문은 돈을 지불하고서도 구독하겠다는 독자를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급 정보에 목말라 하는 고학력층과 고소득층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신문은 전문화돼야 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는 뉴스는 SNS를 통해 쉽게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심도 있고 전문성 있는 고급뉴스는 SNS를 통해 쉽게 유통되기 힘든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온라인은 디지털 중심의 속보를 중시하지만 오프라인의 신문은 해석과 분석 등 긴 스토리를 맡는 협업의 시대에서 그 몫을 해낼 것입니다.
정보의 편식을 피하고, 깊이 있는 해설기사는 신문의 역할입니다. 또 독특한 편집의 원칙을 내세우는 신문만의 맛은 온라인 매체는 따라올 수 없습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회적 엘리트로 인정받으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구독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 기기로 보는 일회성 뉴스와는 별개로 말이죠.
세계 미디어 시장을 보면 앞으로는 온라인 매체의 콘텐츠 유료화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정 액수를 더 내면 고급스러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신문을 함께 구독할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익모델인 셈이죠.
이를 여행에 빗대 한번 말해 볼까요. 온라인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배낭 여행’이라면 오프라인 신문은 ‘럭서리 투어’, 즉 ‘명품 여행’ 쯤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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