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관련된 기사, 어떻게 읽어야 할까

2016. 4. 27.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먹고 사는 데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관련 기사는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준비생에게는 경제 상식, 시사 그리고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정보원이 되고,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업관련 기사의 관심이 커지면서 기사의 양도 늘어나고 있지만, 보도되는 내용을 가감없이 흡수해도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관련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제조사인 옥시와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상품으로 판매했던 롯데마트 등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5년전 발생한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 중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등 당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잠시 여론의 프리즘에서 사라졌던 이 사건은 최근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언론은 일제히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기업이 진정한 자세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보다, 본질을 축소하기에 급급했으며, 언론을 향한 구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들의 공분만 더 키웠다.

실제로 미디어에 보도되는 기업관련 기사 중 다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보도해 주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경우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취재해야 하겠지만, 시간에 쫓기고 정보가 부족해 때로는 기업의 설명을 듣고 곧장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다. 자칫 홍보성 기사로 본질이 과장되기 쉽다.


최근 SPC그룹이 전통 누룩에서 제빵용 천연효모를 개발했다는 보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신문에는 420일자로 보도가 됐는데, 이 말은 하루 전인 19일에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보도에 대해서는 매체별로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경제신문의 경우, 비중있게 보도했다. 일부 경제신문은 1면 톱기사와 해설기사까지 별도로 쓰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서울대와 공동으로 천연효모를 개발해 효모 이름에 회사명과 서울대의 영문이니셜로 조합했다는 점, 또 빵의 본고장 유럽에 이번에 개발한 효모를 등록하겠다는 등 기업의 향후 행보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조금만 공을 더 들여 검색을 해 보면 SPC그룹은 삼립식품으로 출발해 70년 이상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는 성공한 기업으로 주식시장에는 삼립식품으로 등록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를 더 얻을  있다. 하지만 SPC그룹의 회장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대목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 극적으로 묘사해 보도기사로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일부 보도에서는 실패를 거듭하는 연구원들에게 전통누룩을 활용해보라는 회장의 한마디 지시로 단박에 천연효모개발이 성공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종합일간지도 예외는 될 수 없다. 같은 날 보도는 모두 단신으로 보도됐지만, 다음날 칼럼 등을 통해 천연효모 개발의 중요성과 회장의 뚝심과 도전정신을 부각시키는 해설기사를 출고해 기업에 화답하기도 했다.

덕분에 해당 기업의 주가는 일주일만에 주당 1만원 가량 올랐다. 주가상승은 회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대변하고 있으며, 매체의 보도로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주식매입을 고려하게 된다. 아울러 기업의 이미지 또한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수익창출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성실한 납세로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등 기업 성장이 국가의 경제발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속성은 수익창출이며, 때로는 이를 위해 로비를 적극적으로 하는 정치집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기술개발의 영역이 넓고 복잡해 때로는 기자들의 이해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 언론사 역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라 때로는 친기업적인 기사를 쓸 때도 있다. 이같은 현실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수용자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기사를 특정 매체 하나만으로 이해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정확한 정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성향이 다른 두가지 매체 이상은 탐독을 해야 한다. 아울러 지나친 홍보성 기사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경고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수용자 집단이 아무런 경고를 보내지 않는다면, 미디어는 친기업적인 성향에 쏠려 비판의 기능을 점점 잃어버릴 수 있다. 기자들이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그들의 성과를 공정하게 취재할 수 있도록 감시를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수용자의 역할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가지 이상의 매체를 교차해서 읽어보면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행간의 의미도 끄집어낼 수 있다. 공개된 기사에서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의 견해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읽어보는 것이다. 읽고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