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호가 흔들리고 있다

2016. 6. 8.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지난 517일 새벽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화장실에서 벌어진 묻지마식살인사건에 이어 지난 528일에는 구의역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수리작업 중 안전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는 2016년 대한민국의 안전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을 지적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불안한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공감하면서 이를 겉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SNS 등에서 좋아요버튼을 누르는 식의 공감이 아니라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슬픔을 표출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라는 키워드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털어놓고 있으며, 구의역 사고는 비정규직의 고충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의 비통함이 포스트잇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한민국호의 안전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던 것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BigKinds)’로 분석을 해 보았다언론에 드러난 사회의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200611일부터 2016531일까지)의 기사를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키워드는 사회+안전으로 정하고 기사의 유형분류는 재해, 사고, 범죄, 사회 등으로 한정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포털 ‘KINDS[각주:1]'로 국내 언론사에서 생산되는 전체 기사를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회적인 이슈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특정 키워드로 10년 이상의 누적된 기사를 연도별로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은 KINDS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기사의 양을 비교해 본다면 10년전에 비해 약 3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급격하게 기사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2년부터이다. 2006년 대비 기사가 5배 이상 증가해 정점을 찍은 시기는 2014년이었다. 세월호 사태가 주요한 사건이었다. 2014년 이후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에 기사가 급증한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보도 내용을 분석해 보니, 201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때로, 후보자들이 내 건 사회 안전 확보와 관련된 공약이 기사로 자주 보도가 되었던 것이다. 2014년에는 세월호 사태와 관련된 보도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 1] 사회의 안전성에 대한 기사 분석 (단위:건수)


언론에 보도된 10년 전 사회의 안전성을 비교해 보기 위해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워드크라우드로 분석해 보았다



[그림 2] 2005~6(왼쪽)2015~6년 안전 관련 주요 키워드


2005~6년에는 롯데월드, 소방방재청, 산불, 문화재 방화, 소년범 등이 주요한 키워드로 나타났으며, 당시 심각한 사건 사고로는 마약, 자살, 방화 등이 나타났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2 롯데월드의 안전이 우려 된다’ ‘비행 청소년의 범행이 대담해진다’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문화재에 불을 지르는 방화사건이 심각하다등이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사건이었다.


2015~6년에는 성폭력을 필두로 가정폭력, 세월호 참사, 시민들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였다. 여기에다 여성혐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아동학대, 묻지마,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 등이 추가되었다. 오른쪽 그림에는 대한민국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는데, 언론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최근들어 10년 전에 비해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인명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사회의 안전망에 심각한 금이 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사고의 흉악성 또한 악화되고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위협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으며, ‘나도 언제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나 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나, 비정규직 등 청년들의 일자리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 등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대한민국 사회의 안전성에 지대한 문제가 감지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국민들이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흔한 사건 사고로 지나쳐버릴 수도 있지만, 시민들의 모습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구멍 난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대책은 찾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기관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길거리를 서성대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자신이 겪었던 유사 사건을 함께 나누고자 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안전망이 단단하다면 이렇게 길거리로 나와서 포스트잇을 붙이며 집단적으로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다.


16년 만에 여소야대[각주:2]로 출범한 제 20대 국회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민의(民意)[각주:3]의 상징이기도 하다. 총선 결과로 전한 강력한 민의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1. 카인즈(KINDS) : 카인즈에 자사의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전국적으로 36개사이며, 방송사와 통신사 그리고 신문사 중에서는 중앙지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의 신문사와 방송사가 제외되어있다. [본문으로]
  2. 여소야대(與小野大) : 작은 여당에 큰 야당을 일컫는 말. 직역하면 여당이 작고 야당이 크다는 뜻으로 여당(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의석수가 야당(그 외의 정당)과 무소속 의원의 의석수보다 적은 상황을 말함. [본문으로]
  3. 민의(民意) : 국민의 뜻.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