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잊게 만들어주는 책

2016. 6. 16.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요약] 한 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어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이렇게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집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다독다독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을 위해 한여름 더위를 잊게 만들어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거스미스>세라 워터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 극장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입니다. '핑거스미스'는 세라 워터스의 대표작으로 영국 B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습니다.


소설 핑거스미스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국 빅토리아 시대(1840년대)가 배경입니다. 1부는 소매치기들 사이에서 자라난 도둑(핑거스미스) 수 트린더의 이야기입니다. 수 트린더는 젠틀먼(영화에서는 후지와라 백작)의 계략에 따라 시골에 사는 부유한 상속녀 모드의 집에 하녀로 들어갑니다. 젠틀먼을 도와야하지만 수 트린더는 상속녀 모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괴로워하며 곤경에 빠집니다. 2부는 상속녀 모드의 시선으로 그녀가 하녀 수 트린더가 생각했던 것처럼 순수하거나 순진하지 않은 인물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첫 번째 반전이 드러납니다. 3부는 다시 수 트린더의 시선입니다. 수 트린더가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과정과 함께 서로를 속고 속이는 거대한 음모 가운데 마지막 반전이 드러납니다. 원작소설 속 마지막 반전은 영화 <아가씨>에서는 차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소설 핑거스미스는 영화 <아가씨>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미묘하게 다른 점을 비교해가며 책을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어느새 한여름 무더위는 싹 잊으실 겁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28>, 정유정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 최근 신작을 낸 정유정의 ‘28’입니다. ‘28’은 수도권의 한 도시 화양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하면서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자신의 실수로 알래스카에서 개들을 잃어야 했던 서재형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유기견 센터인 드림랜드를 운영합니다. 그러다 정신 나간 개 수집광의 지하실에서 구출한 썰매견 스타와 주인에게 몽둥이질을 당하던 개 쿠키를 만나게 되고, 드림랜드에서 이들을 돌봅니다. 쿠키의 주인은 서재형을 못마땅하게 여겨 익명으로 기자 김윤주에게 서재형의 과거와 함께 악의성 기사를 전달하고, 김윤주는 그 기사를 보도합니다. 그 이후,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해 펼쳐지는 화양에서의 잔혹한 삶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은 전염병 앞에서 무너지며 이기적으로 변화하고, 전염병의 원인을 개로 몰아가며 온 도시의 개를 잔인하게 죽입니다.


독특한 점은 등장인물 각각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서술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실제상황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개를 죽이는 사람들, 봉쇄된 도시에서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를 투영시키기도 하고, 봉쇄된 도시를 포기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화를 내기도 할 것입니다.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정유정의 ‘28’, 추천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 <염소의 맛>바스티앙 비베스


바스티앙 비베스의 염소의 맛은 수영장에서 만난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냈습니다. 주인공 소년은 척추가 서서히 굽어서 내장을 위축시키는 척추옆굽음증이라는 특이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병의 유일한 치료 방법은 수영장에서 배영만 하는 것입니다. 소년은 그래서 수영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한 소녀를 만납니다. 소년은 소녀에게 수영을 배우면서 친해지고 서로의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나누며 반말까지 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다 소녀가 갑자기 몇 주 동안 나타나지 않자, 소년은 애가 탑니다. 그때 저 멀리 소녀의 실루엣이 나타나고, 소년은 있는 힘껏 잠영으로 소녀를 쫓아갑니다.


염소의 맛은 주인공 소년과 소녀의 이름도 나오지 않고, 대사도 매우 적습니다. 대신 주인공의 행동과 시선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미묘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결말도 열린 결말로 독자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완성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녀가 소년에게 무엇인가를 고백하는 듯한 장면조차도 입 모양으로만 묘사하여 이 장면을 독자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말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저자인 비베스는 한 인터뷰를 통해, 소녀의 이 말은 개인적이 추억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녀가 소년에게 고백했던 말을 무엇일까요? 소년의 풋풋한 사랑의 결말, 직접 만들어보세요.

 




[참고기사]

맥스무비, LGBT LOVE <핑거스미스> | 소설 <핑거스미스>로 영화 <아가씨> 미리 보기, 2016.06.07.

오늘의 책, 혼돈의 도시 화양의 28일간의 기록, 2014.10.28.

교보문고, ‘염소의 맛’ 서평, 201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