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이식수술과 윤리

2016. 7. 11.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지난해 세계 최초 머리 이식수술을 선언한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공동연구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보도한 후 윤리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이들은 내년 사람을 대상으로 머리 이식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최근 수술 자원자가 나오면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세르지오 박사의 머리 이식수술

 

한국영화 <더 게임> 보셨나요? 내기를 통해 서로의 뇌와 척수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통해 몸이 바뀐다는 내용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영화가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러한 수술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는데요. 그 당시 모두 불가능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수술이 진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르지오 카나베로 (출처: 영국 가디언즈, Photograph: Piero Martinello for the Guardian)


지난해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Sergio Canavero) 박사가 2017년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수술을 하겠다고 [각주:1]공언했습니다. 그는 2013년 온라인 학술지 국제외과신경학(Surgical Neurology International)’에 척수를 깔끔하게 잘랐다가 붙이는 방법을 발표했고, 작년 2월에는 머리 이식의 구체적 수술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리고 올해 120일 중국 의료진과 세르지오 박사와 공동연구팀은 원숭이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골수신경 연결은 이뤄지지 않아 목부위 이하는 마비상태에 있었고, 윤리적인 문제로 머리를 이식한 원숭이를 20시간 후 안락사 시켰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수술은 원숭이 머리를 영하 15도에서 동결할 경우 수술하는 동안 생존이 가능하며, 뇌손상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머리 통째 이식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르지오 박사의 머리 이식수술의 예상 소요 시간은 36시간 이며, 신체 확보부터 시작합니다. 기증받은 뇌사 상태의 신체와 이식받을 환자의 성별, , 체구, 면역체계가 정확히 일치하면, 치료적 최면을 통해 환자를 준비시킨 후 기증자의 혈관과 척수, 절단된 다른 신경 등을 연결하고 몸에 봉합합니다. 이 때 머리의 산소 소비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12~15로 낮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척추의 신경을 이어붙이는 것도 불가능하고 실패한다면 곧바로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제임스 버냇 미국 다트머스대학 의대 신경학과 교수는 아직 몸체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은 시기상조이며 최악의 경우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전문가들 역시 척추 신경은 한번 끊어지면 다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머리 이식수술 지원자, 발레리 스피리도노프


▲발레리 스피리도노프와 세르지오 카나베로
(출처: 영국 가디언즈, 
Photograph: Piero Martinello for the Guardia)


머리 이식수술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와중, 자원자가 나왔습니다.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 스피리도노프(Valery Spiridonov)입니다. 그는 목 아래의 신체는 근육이 퇴화하는 희귀병인 베르드니히-호프만’(Werdnig-Hoffman)을 앓고 있습니다. 발레리는 세르지오 박사의 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대상자가 되게 해달라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박사의 첫 번째 환자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물론, 이식수술에는 여전히 많은 난제들이 있고 세르지오 박사 또한 수술이 위험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발레리는 평범한 사람을 꿈꾸며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평범한 가족을 갖는 것. 저는 그런 평범한 삶속의 행복을 느껴보고 싶습니다.”라나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이것이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생명 창조 Vs. 윤리

 

세르지오 박사의 수술에 대해 윤리적인 논쟁도 뜨겁습니다. ‘새로운 삶, 생명 창조로 과학계의 엄청난 발전이라고 보는 입장과 의학이 발전하고 돈만 있다면 몸을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냐”, “뇌사자를 사망자로 규정할 수 있느냐등의 윤리적인 문제가 대치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뇌사자를 법적 사망으로 판단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사망자로 간주하고 장기기증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몸을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자의 회복 중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수술이 성공한다면 환자는 자신의 머리에 기증자의 몸을 갖게 됩니다. 이때,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과학은 항상 윤리 문제와 부딪혀 왔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다독다독 여러분은 세르지오 박사의 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은 박사의 수술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참고기사]

조선비즈, [과학TALK] 사람 머리에 몸체 이식·DNA 합성 ‘인조인간’...과학의 선물 vs 재앙?, 2016.06.19.

전자신문, [KISTI 과학향기] 신장에서부터 동물 머리까지...이식 수술의 역사, 2016.04.18.

맨즈헬스, 최소한의 희망,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016년 6월호

여성신문, [엄창섭 칼럼] 건강한 몸 구합니다, 2016.03.28

세계일보, [머리 이식수술 논란 ③] 스피리도노프에게 '천국'을…문제는 없나?, 2015.06.21

MBN 뉴스, 中, 원숭이 머리 이식 성공...내년 말 韓의료팀과 ‘사람 머리 이식’ 도전, 2016.01.23 




  1. 여러 사람 앞에 명백하게 공개하여 말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