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31. 10:5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바로 시리아 내전에서 살아남은 다섯 살 꼬마 ‘움란 다크니시’의 사진입니다. 폭격을 맞고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구해진 소년의 사진은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었고 모두 외면했던 시리아 사태에 대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시리아를 공습하던 러시아도 48시간 휴전을 발표했습니다.
#시리아 내전 속 아이들
지난해 9월 한 아이의 사진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바로 시리아 내전을 피해 난민선을 타고 빠져나오다 배가 전복되어 터키 해안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세살배기 ‘아일린 쿠르디’의 사진입니다. 당시 쿠르디의 사진은 국제사회의 큰 충격을 주었고 시리아 내전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관심은 얼마가지 않았고, 시리아 내전은 우리에게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지구 반대편에서 리우올림픽이 한창일 때 시리아 시민단체 알레포미디어센터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에는 시리아의 알레포 폭격 속에서 구조된 ‘옴란 다크니시’의 모습이 담겨있었습니다.
▲출처: YTN News
구급요원과 주민들이 폭격을 맞아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구해낸 다크니시는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썼고, 이마의 상처로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습니다. 다크니시는 울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멍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다 얼굴을 문질렀고, 손에 피가 묻자 움찔하더니 그대로 의자에 쓱 하고 닦아 냈습니다. 다크니시의 영상과 사진은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외신들 역시 다크니시의 사진과 여론을 발 빠르게 보도하며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비난을 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 이고르 코나셰코프는 성명을 통해 “알레포에서 인도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48시간 동안 휴전을 하겠다”며 “러시아는 다음 주 개시될 구호물자 수송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가 그동안 민간인 구호를 위한 48시간 휴전 요구에 거절한 러시아가 입장을 전환한 것입니다. 미스투라 특사는 러시아의 발표에 반색하며 구호물자 전달 준비에 당장 돌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 내전, 원인은?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은 1971년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알아사드(Ḥāfiẓ al-Asad)부터 2000년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 현 대통령까지 이어온 아사드 집안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아사드 집안은 전 인구의 약 12%에 불과한 소수 알라위파 무슬림으로 다수 수니파 무슬림을 견제하고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군대와 비밀경찰 무카라바트를 양성하여 강압적인 통치를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시위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약 100km 떨어진 다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위가 계속되던 2011년 4월 18일 시리아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4명이 사망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의 공식적인 최초 사망자들입니다. 보안군은 계속해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였고, 이에 여론은 정부를 향해 등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일련의 유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다라 시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리고 48년 동안 유지해온 국가비상사태법을 폐지했습니다. 국민을 억압하던 대표적인 악법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시리아 국민들은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법 철폐 하루 뒤 또다시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발포가 시작되었습니다.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의 시위는 다라를 넘어 시리아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시리아 내전은 5년 넘게 지속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28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습당한 알레포는 시리아의 경제수도로 내전이 본격화한 2012년 반군에 의해 장악된 지역입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부군이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지원 아래 알레포 포위작전을 벌이면서 주민 25만 명이 사실상 갇힌 상태로 지냈습니다. 여기에 반군 뿐 아니라 IS와 절연을 선언한 ‘자바트 파테 알샴’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까지 이번 충돌에 가담했습니다. 식료품과 의료품 보급이 끊겼고, 물과 전기조차 사용하지 못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려 있는 알레포. CNN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알레포에서 희생된 민간인은 1만 8,598명으로 이 가운데 어린이는 4,55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참혹한 시리아의 현실. 지난 쿠르디 사진이 공개 되었을 때처럼 시리아 내전에 대한 관심이 금세 줄어든다면 이번 역시 시리아 내전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내전 속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잘못 없이 죽어가고 있는 민간인들. 그들을 위해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계속해서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참고기사]
시사IN, 시리아의 광주 다라를 잊지 마세요, 2016.08.19.
국제신문, 시리아 5살 아이 옴란, 러시아 움직였나, 2016.08.20.
연합뉴스, 시리아·러시아 공습에 1주일새 어린이 96명 등 500여명 사망, 2016.08.22.
한국일보, 시리아 다섯 살 꼬마의 울림…공습을 멈추다,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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