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8. 16:25ㆍ특집
혐오 표현 막기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
뉴스 재생산 과정에서 가짜 정보나 혐오 표현을 담은 기사가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뉴스 이용자들은 뉴스를 볼 때 끊임없이 뉴스의 구성 요소를 분석 및 해체하고,
기사의 원문을 정독하거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사실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글 이진석 (부산 명덕초 교사)
수업 시간에 우연히 혐오 표현에 대한 소재로 잔소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특정 단어를 들먹이며 절대 그런 말을 써서는 안 된다며 잔소리를 퍼붓고 있었다. 선생님이 특정 단어를 말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이 영 안쓰러웠던지 항상 발랄하던 우리 반 학생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에이, 저희도 알 건 다 알아요. 선생님, 절대 우리 카톡방에 들어오지 마세요!” “바보야, 그걸 왜 말해? 선생님 충격받잖아.”
뒤에서 조용히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
“선생님 3반 친구들 카톡방 보시면 진짜 깜놀 하실걸요?”
꼰대, 한남, 급식충, 메갈, 홍어, 흑형 등등 아이고…. 그 이후는 상상에 맡기겠다.
세상을 감염시킨 혐오 바이러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다. 2010년경 '일간 베스트'로 인해 이슈가 된 혐오 표현은 지역, 인종, 젠더, 민족, 이념, 소수자 등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의 생각을 전방위적으로 감염시켰다. 이제는 웬만한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 혐오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은 글을 찾기가 더 어렵다. 문제는 이런 인터넷 속의 혐오 표현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을 타고 확산하여 어린 학생들의 언어 표현과 사고 체계까지 잠식한다는 것이다. 혐오 표현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와 교육적 접근,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2018년 필자를 포함해 부산 초중등 교사들로 구성된 ‘부산 뉴스 리터러시 연구회’는 혐오 표현 예방을 위한 교육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의 뉴스 환경과 관련해 연구회 구성원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주목했다.
· 뉴스는 흐른다
뉴스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물처럼 실제로 흘러간다는 말이 아니다.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에서 그것을 구독(소비) 하는 사람에게로 흐른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한다. 그것을 공유(좋아요, 리트윗) 하는 사람은 소비자이자 또한 생산자다. 그래서 뉴스는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그리고 그것을 다시 생산(공유) 하는 사람의 세 가지 차원으로 흐른다. 1)
· 댓글도 뉴스의 구성 요소다
따라서 인터넷 뉴스의 댓글도 구독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정정 메시지가 없는 경우에 정치인에 대한 판단은 댓글의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 2)
· SNS 뉴스 소통법은 기존의 뉴스 문법과 다르다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외에도 SNS, 커뮤니티, 뉴스 애플리케이션 등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관심과 견해에 따라 뉴스를 생산, 가공하여 확산시킬 수 있다. 3)
그러나 이런 재생산 과정에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허위 정보나 고정관념이 담긴 내용, 혹은 혐오 표현을 담은 기사가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 있기에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짜 정보를 사실로 인식하거나, 고정관념을 갖게 되기가 훨씬 쉬워졌다. 따라서 뉴스 이용자들은 뉴스를 볼 때 끊임없이 뉴스의 구성 요소를 분석 및 해체하고, 기사의 원문을 정독하거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사실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연구진들은 앞선 고민을 기반으로 혐오 표현의 범주 및 사례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뉴스 리터러시 교수 단계 및 학습 자료를 개발했다. 교재는 총 11차시로 구성되는데 각 차시는 1단계 ‘이거 레알?’, 2단계 ‘리터러시 체크’, 3단계 ‘팩트체크’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는 실제 학급 현장에 적용됐고 보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마지막 11차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뉴스 리터러시 교과연구회 결과 보고서(명덕초)》, 8쪽.
2. 전우영 외, 《인터넷 댓글이 정치인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영향:정정 메시지의 역할을 중심으로》, 133쪽.
3. 박선희(2012), 《SNS 뉴스 소통 : 다중성과 구술성》, 38쪽.
SNS 읽고 기사를 쓰다니, 레알?
‘이거 레알?’은 본 수업에서 해결할 문제가 주어지는 활동이다. 본 활동에서는 실생활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뉴스 자료를 학습 문제에 알맞게 재가공하여 제시한다. 학생들이 주어진 뉴스를 읽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리터러시 활동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활동을 안내한다. 아래는 실제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한 수업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11차시에선 세 가지의 뉴스 정보를 제공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SNS 게시글’, 그리고 ‘온라인 뉴스’다. 세 가지 모두 담임선생님의 학생 폭행에 대한 소식이었는데, 학생들은 자료를 접하고 매우 놀라워하며 사실인지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리터러시 체크’는 수업의 주 활동으로서 ‘이거 레알?’에서 제시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접근, 해결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이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뉴스의 구성 요소를 해체하고 분석 틀을 활용하여 뉴스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토의토론 활동으로 분석한 뉴스에 대하여 학급의 학생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11차시에선 위 세 가지 형태의 뉴스 자료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전파됐는지 리터러시 체크를 통해 탐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각각 뉴스 자료의 제작 일시를 확인하고 뉴스의 전파 순서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는데, 학생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온라인 뉴스가 SNS 게시글을 보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모든 온라인 뉴스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제작된 것이 아니며 실제로 상당수 온라인 뉴스가 SNS나 유튜브에 떠도는 정보만을 토대로 기사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활동에 이어 모든 뉴스가 위와 같이 전파되어 거짓이 사실로 둔갑한다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생각을 나누어 보는 활동을 했고 학생들은 진지하게 생각을 공유했다.
‘팩트체크’는 심화·발전 단계의 활동이자 뉴스 리터러시의 본질적 활동이 되도록 설계했다. 즉, 실제 뉴스의 원문 전체를 읽어보고 뉴스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뉴스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읽어보고 주제나 사건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활동이 되도록 제작・안내했다.
11차시에선 선생님도, 학생들도, 엄마, 아빠도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시작해 당시 사회문제가 됐던 ‘240번 버스기사 관련 가짜 뉴스’ 관련 뉴스를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뉴스를 읽어보고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을 없애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한 가지씩 포스트잇에 적어 실천 나무에 붙이도록 했다.
나도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총 11차시로 진행하는 중에 지루해하고 어려워한 학생들도 있었으나 상당수의 학생들이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혐오 표현 문제에 공감을 해주었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배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뉴스 리터러시 방법을 잘 활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주었다.
2019년은 작년보다 혐오 표현의 양과 정도가 더욱 심각해진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상에서 남녀가 서로를 혐오하기에 바쁘고, ‘대림동 조선족 사건’, ‘진주 조현병 살인 사건’ 등 특정 사건을 계기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더욱 늘어가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나도 이러한 혐오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남들이 혐오하는 한남이고 메갈이고 장애인이고 꼰대일지 모른다. 갈등으로 분열되어가는 현재 시민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혐오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 즉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존재 이유이다.
[표] 혐오 표현 예방 교육 수업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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