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4. 18:06ㆍ특집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해외 미디어교육-프랑스
프랑스에서도 허위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연말 ‘정보 왜곡 방지에 관한 법률’이 발효됐다.
이 법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교육법 안에 허위정보에 관한 미디어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글 최지선 (파리 2대학 박사)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7년 대선을 전후로 사회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허위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로로 허위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올바른 정보를 가진 시민(informed citizen)들이 정보를 바탕으로 민주적 선택을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방식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법률 제정
위기감은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법률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오랜 논의를 통해 법률적 규제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정보를 대하는 사람들이 허위정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보의 진실성을 구분해내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프랑스에서 최근 제정된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법안에는 미디어교육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22일 ‘정보 왜곡 방지에 관한 법률(LOI n° 2018-1202 du 22 décembre 2018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 이하 정보왜곡방지법)’이 마침내 발효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허위정보, 소위 가짜 뉴스(fake news) 근절을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지 거의 1년 만이다. 이 법은 언론의 자유 침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감시당하거나 검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허위정보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강력히 추진됐다.
이번에 발효된 법안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선거 기간 동안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포 근절. 둘째, 소위 방송법으로 불리는 ‘커뮤니케이션 자유에 관한 법률’에서 방송사들이 담당해야 하는 허위정보 관련 법률 추가. 셋째, 허위정보 생산 및 유포 근절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협력 의무. 넷째, 교육법에서 허위정보에 관한 미디어교육 내용 추가 등이다.
법 제정 이전에도 허위정보 관련 내용이 미디어교육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법률로서 중요성과 필요성을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왜곡방지법’을 근거로 초등과 중등교육에서부터 올바른 인터넷 사용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교육이 시민교육 및 도덕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됐다. 학생들이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받게 된다는 내용도 법에 의해 보장받게 됐다. 아울러, 교사들의 미디어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교육 프로그램에 미디어교육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교사들이 양성평등, 학교폭력, 장애학생의 교육과 같은 수준으로 중요하게 정보 왜곡 근절을 위한 교육지도를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보왜곡방지법’을 근거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부터
학생들이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교사들의 미디어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교원 교육 프로그램에
미디어교육이 포함됐다.
‘미디어주간’에 허위정보 식별법 교육
전술한 바와 같이 프랑스는 ‘정보왜곡방지법’ 제정 이전에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 꾸준히 미디어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부 산하의 미디어교육 전문 기관 클레미(Clemi)와 함께 매년 2~3월 중 일주일간 ‘미디어주간’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2018년에는 ‘정보는 어디로부터 오는가?’라는 주제로 미디어주간이 열렸는데 허위정보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다. ‘미디어주간’ 행사는 언론사, 방송사 등 현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며, 학생들에게는 직접 미디어와 정보 생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다양한 방식의 아틀리에1)와 토론회가 전국적으로 개최되어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2018년 ‘미디어주간’에서 눈에 띈 행사로는 중학생들을 위한 디지털 아틀리에가 있었다. 오를레앙-투르 학군의 몽트레소르 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플래시 트윗 뉴스 만들기’ 아틀리에가 대표적이다. 또,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기자들의 모임인 엉트르 레 린느(Entre Les Lignes)와 함께 앙리 카트르(Henri IV) 중학교 학생들이 일간 르몽드와 뉴스통신사 AFP를 방문해 어떻게 정보와 뉴스가 취재, 생산되는지 직접 경험해보는 기회도 있었다.
라디오방송사인 유로프앙(Europe1)의 기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여 ‘인터넷에서 어떻게 정보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파리 학군과 크레테유 학군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유튜브로 영상을 제작해보는 아틀리에가 개최됐다. 이 아틀리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유튜브 영상 제작에 직접 참여하면서 동영상 정보가 진실인지, 허위인지, 또는 둘 다를 포함하고 있는지 비판적 시각을 키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생들은 영상 제작을 위해 인터넷에서 직접 정보를 검색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가면서 진실된 정보와 허위정보를 가리기 위한 각자의 관점을 가져보는 기회를 가졌다.
1. 프랑스어로 작업장 또는 연수회를 뜻한다. 학생들은 아틀리에를 통해 신문이나 유튜브를 제작해보는 체험활동에 참여한다.
2018년 프랑스 미디어주간 행사 모습.
사진 출처 : 프랑스 교육부
비판적 태도 강조
클레미 사이트의 교사들이 사용하는 교육자료실에는 진실된 정보와 허위정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주는 자료가 있다. 가령, 기자들의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함께 찾아보거나, 객관성과 주관성에 관한 논의를 통해 진실된 정보가 무엇인지를 학습할 수 있다. 동시에 음모론이나 인터넷 알고리즘, 필터버블 등을 통해 허위정보가 생산, 유포되는 방식을 학습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직접 다양한 자료들을 비교하고, 허위정보와 진실 정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이트(www.lemonde.fr/verification)도 있다.
허위정보 근절을 위한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정보를 수용하는 사람들이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정보를 접할 때, 허위정보의 생산과 유포도 막을 수 있다는 원칙하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본 원칙은 새롭게 만들어진 법률에서도 미디어교육을 강화하는 조항으로 반영됐으며, 허위정보와 관련된 미디어교육에서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Clemi (2016). Info, intox : comment faire le tri avec les élèves ? URL: http://clemi.ac-dijon.fr/fiabilite-de-linfo/
Clemi (2017). Comment démêler l’info de l’intox en jouant ? URL: https://www.clemi.fr/fr/ressources/nos-ressourcespedagogiques/ressources-pedagogiques/comment-demeler-linfo-de-lintox-en-jouant.html
Clemi (2018). Des fake news aux multiples facettes. URL: https://www.clemi.fr/fr/ressources/nos-ressourcespedagogiques/ressources-pedagogiques/des-fake-news-aux-multiples-facettes.html
Clemi (2018). LES RAPPORTS NATIONAUX DE LA SEMAINE DE LA PRESSE. URL: https://www.clemi.fr/fileadmin/user_
upload/Rapport_SPME_CLEMI_2018_NUM.pdf
LOI n° 2018-1202 du 22 décembre 2018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 URL: https://www.
legifrance.gouv.fr/affichTexte.do?cidTexte=JORFTEXT000037847559&fastPos=7&fastReqId=1212770195&categorieLie
n=id&oldAction=rechTexte#JORFSCTA00003784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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