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비판, 규제를 넘어 진짜 대안 찾기

2019. 7. 3. 11:17포럼

 

미디어오늘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취재기

 

여전히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논쟁적이고, 고민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진짜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와 그들의 시행착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 기사가 박 터지는 논쟁을 위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사례 1’, ‘사례 2’라는 이름을 달고 가장 자극적인 경우를 나열한다. 온갖 우려를 쏟아낸다. 어떤 기사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내고 어떤 기사는 규제론을 비판하며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TV의 선정적인 방송이 논란이 됐을 때,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정보와 음모론이 판을 칠 때, 유튜브 속 혐오 표현이 사회적 쟁점이 됐을 때 언론 보도가 이랬다. 내가 쓴 기사도 이 공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기자는 기사를 통해 해결책을 던지지만 정작 그 실체를 잘 모를 때가 있다. 과거 미디어 리터러시 취재를 몇 차례 했는데 한국과는 문화 차이가 컸던 해외 사례, 문헌, 전문가 위주로 얘기를 들었을 뿐 한국 교육 현장을 살펴보지 못했다. 한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지? 매체 환경이 급변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지? 선진국처럼 정규 교과에 편성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이런 물음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실체’를 찾아서

 

그래서 10주 분량의 주간 기획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획했다. 나쁜 콘텐츠 비판이나 막연한 규제 반대를 넘어 솔루션에 가까운 고민을 담고자 했다. 각지의 시청자 미디어 센터, 시민미디어 센터를 비롯해 자유학년제, 동아리활동, 국어 등 교과 응용 교육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찾았다. 서울, 인천, 수원, 부산, 광주 등을 방문해 수업을 취재하거나 교사·강사들을 인터뷰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더 이상 막연하거나 선입견의 대상이 아니었으면 한다. 허위정보 논란 이후 정보 신뢰도 판별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대두되면서 가짜 뉴스 감별 교육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일각에선 이런 기계적인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한다. 다른 측면에서 비판적 읽기를 강조하는 교육을 강조할 경우 특정한 성향의 기사나 정보를 배척하는 이념 교육아니냐며 경계한다.

부산 주감초등학교 이성철 교사의 뉴스 리터러시수업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좋은 답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주감초를 찾은 날 이 교사는 기사 속 빠진 목소리를 교육하고 있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는지 살피는 일은 정보 신뢰도 분별 체크리스트가운데 하나다. 이 교사는 이를 단순히 설명하거나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 기사에 누구의 목소리가 나오죠? 그리고 누구의 목소리가 빠졌죠?” 선생님의 질문에 지역 신문이 보도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기사를 읽은 초등학생들은 직접 기사와 취재원을 분석했다. 또 태블릿PC를 통해 포털, 유튜브 등에서 관련 기사를 검색한 뒤 빠진 목소리를 찾아 기록했다. 다른 언론 보도에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담겼다. 시위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아이들은 언론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단순 체크리스트만 기계적으로 적용하지도 않았고, 특정한 견해를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미디어의 본질을 고민하게 한다.

정답은 없습니다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복성경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의 시민 비평 교육도 인상적이었다. 언론 시민단체 활동가인 그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보도국장이라고 생각하고 10가지 뉴스를 중요도에 따라 배열하도록 했다. “민영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죠” “약자의 목소리인 미투를 다뤄야죠” “지역 주민들에겐 교통 문제가 중요해요각자 다른 답을 내놓았다. 복 대표는 언론사도 뉴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업을 수료한 시민들은 지역 방송에 옴부즈맨으로 출연해 직접 비평 활동도 한다.

 

 


 

 

미래는 찾아가는 중

 

현장에서 느낀 교육의 최대 변수는 바로 사람(수용자)’이었다. 뉴스 리터러시 교안만 보면 왜 굳이 불필요해 보이는 활동을 병행하는지 이렇게 교육해서 본질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주입한다고 그대로 입력되는 존재가 아니었고, 지루한 교육을 견디지 못하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강용철 경희여중 교사의 수업도 흥미를 끈다. 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게 한 뒤 뉴스의 요지를 포스트잇에 쓰고 연예’ ‘사회’ ‘정치등 분야별로 구분해 칠판에 붙이게 했다. 이러한 수업은 뉴스 편식 문제를 체험 활동을 통해 풀어낼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효과가 있었다. 주민정 구산중 교사는 중학생 선배가 후배들에게 뉴스 리터러시에 대해 강의하도록 했다. 이 수업에서 낚시 기사라는 업계 용어는 어그로라는 아이들의 용어로 바뀌었고 아이들은 끄덕였다. 초등 젠더 교육연구회 교사들은 인터넷 방송을 모의로 만들고, 카카오톡 성 평등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상어 가족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이렇게 해야 조금 더 즐겁게 느끼며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도 흥미 유발은 중요했다. 디지털 교육을 하는 70대 강사 송현기 광주 미디어 봉사단S 단장은 어려운 컴퓨터 용어를 노인들이 잘 아는 생활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폴더라고 아무리 말해도 몰러. 그래서 석작(대바구니)이라고 하는 것이제. 오브제를 오브제라고 하면 안 돼. 아휴 어르신들 스케치북 알잖아요 그거여요. 아트 보드? 그거는 도화지입니다 이러면 응 도화지여?’ 이러신다.” 그는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것과 함께 우리 시니어들은 화장실만 다녀와도 다 까먹으니 계속 얘기해줘야 되는데 젊은 선생들은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앞으로 요구될 새로운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담지 못했다. 유튜브 교육이 유튜브 보지 마로 귀결되는 보호주의적 교육을 극복해야 한다며 여러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하지만 정작 알고리즘 리터러시측면에서는 제대로 설명해야 할 기업과 이를 추적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 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한 답을 찾지 못했다.

 

 


 

 

‘리터러시’가 무엇인지부터 논쟁적이고, 
아직 고민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진짜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그들의 시행착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대안 찾기 출발점

 

마지막 기사를 송고하기 전날 밤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를 해온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통화했다. 그는 다들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학계, 정치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가 답안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리터러시가 무엇인지부터 논쟁적이고, 아직 고민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진짜 대안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그들의 시행착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 기사가 박 터지는 논쟁을 위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