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팩트체커! 검색 능력·비판력도 쑥쑥!

2019.07.12 17:48수업 현장

 

부산 백양중 '청소년 팩트체크 대회-체커톤'

 

 

체커톤이란 팩트체크와 마라톤의 합성어로서, 대회 참가자들이 인터넷에 올라온 허위정보를 직접 검증해보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미디어를 제작해 공유해보는 활동을 말한다. 디지털·정보 리터러시 교육에 
선도적인 부산에서는 얼마 전 ‘청소년 체커톤’ 파일럿 행사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성철 (부산 주감초 교사)

 

 


 

 

언론들의 팩트체크 콘텐츠가 더 많이 보도될 필요성을 절감했다.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팩트체크 뉴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청소년들도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리터러시》 2018년 겨울호(vol.7)에서는 ‘글로벌 MIL 유스 해커톤’1) 의 사례가 소개됐다.2) 해당 행사에는 20여개 나라에서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가했으며 최종 23개 팀이 해커톤 도전 과제를 하나씩 배정받아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를 활용해 실제 시행 가능한 계획을 짜야 했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는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와 연관 분야별 전문가를 매칭하고, 장기간의 과제 실천을 위해 많은 지원을 했다.

 

 


 

 

‘체커톤’의 시작

 

예전부터 학생들의 정보 검색과 미디어 이용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작은 경진 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유네스코의 미디어 해커톤 사례를 보면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가 찢어질지언정, 한 번 도전해보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 우리가 뱁새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과 오랫동안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를 고민해온 동료들이 많은데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며칠간 고민하다가 우리나라의 미디어 상황과 몇 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을 반영하여 팩트체크와 미디어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체커톤’ 행사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체커톤이란 팩트체크와 마라톤의 합성어로서,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허위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반박 미디어, 또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미디어를 제작해 사람들과 공유해보는 활동을 말한다. 
먼저 간단한 제안서 초안을 작성해 몇몇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언론진흥재단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재단에서 ‘체커톤 행사 운영위원회’를 지정과제 교사학습공동체로 선정하고 행사를 개최하는 과정에 필요한 연구자와 전문가를 연결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 경희여중 강용철 선생님은 해당 행사 개최를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제안하셨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백양중 사례는 해당 제안을 받아들여 진행한 행사였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신청해주셨고 여러 학년에 걸쳐 4인 1팀씩 총 28명이 선정됐다. 여담으로 담당 선생님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아쉬움 섞인 전화를 많이 받으셨다 한다. 아래 [표1]은 백양중 체커톤의 간략한 행사 개요이다. 

 

[표1] 백양중 체커톤 행사 개요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교육청은 디지털·정보 리터러시 교육에 선도적이다. 부산에는 2개의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학교와 5개의 첨단미래교육 선도학교가 있으며, 이곳에는 학생들의 정보 검색과 온라인 협업, 미디어 제작 및 정보 교육이 가능한 시설과 공간이 구축되어 있다. 또한 50개 중학교와 13개 특수학교, 4개의 다문화 및 탈북학생 위탁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첨단미래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백양중 최연주 선생님3) 은 지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교사 대상의 정보화 연수를 함께 진행하고 계신데, 본교 인문학 캠프를 가짜 뉴스와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행사로 운영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마침 체커톤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 적절한 시점의 제안이었다. 특히 학교에 구축된 첨단미래교육 공간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크롬북4) 과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학생들이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미디어도 제작할 수 있다. 또한 구글 지스위트(G-suite)5) 도입으로 구글 클래스룸을 개설하여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 초대 코드를 받고 구글 클래스룸에 들어온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과제를 부여받고, 클라우드 문서에서 팀별로 협업하여 공동의 팩트체크 발표 자료를 빠르게 구성할 수 있었다.

 

 

체커톤 파일럿 행사가 진행된 백양중학교는 첨단미래 선도시범학교로 지정돼 최신 장비를 갖춘 미래학습센터가 있어 행사지로는 안성 맞춤이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팩트체킹: 페미니즘 탓에 남자 부족?

 

비슷한 행사인 해커톤이나 메이커톤 대회에서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장려되고 다양한 자원이 지원되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팀별 협업이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체커톤 역시 활동의 기본 단위가 ‘팀’인 만큼 학생들의 팀워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간단한 팀 빌딩 활동으로 시작됐다. 먼저 학생들은 팀명과 간단한 소감 또는 구호를 블랙보드에 꾸며보았다. 이어서 팀별로 간단한 몇 가지 문제 맞추기 활동이 이어졌다. 오늘 행사에 대한 내용부터 백양중의 전교 학생 수처럼 검색하거나 물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내용의 퀴즈도 있었다. 팩트체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점검하는 질문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표2]와 같은 것이다.

 

[표2] 팩트체크 기본 퀴즈

본격적인 체커톤이 시작됐다. 먼저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룸에 올라온 한 허위정보를 공유하고 읽었다. ‘페미니즘이 불러온 뉴질랜드의 남자 부족 현상’이라는 제목의 이 유튜브 영상은 2017년 게시된 이후 400만 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인터넷 매체인 ‘뉴스앤뷰’에 의해 그대로 받아쓰기 보도됐다(2018.6.4.). 약 4개월이 지난 뒤 인터넷 언론매체인 ‘뉴스톱’이 이 영상을 상세히 팩트체크 했고(송영훈 기자, 2018.10.15),6) 팩트체크된 내용은 ‘SNU 팩트체크’ 웹페이지에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정되어 게재됐다.
원래는 유튜브 영상 원본을 제시하려고 했으나 해당 영상의 말미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뉴스앤뷰의 온라인 지면을 캡처해서 제공했다. 학생들은 함께 제공된 출력물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찾아 줄을 그었고,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이미 보도된 뉴스톱의 팩트체크 자료를 찾아내어 참고하기도 했는데 학생들의 논의 과정을 들여다보니 이미 팩트체크된 자료를 참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미 팩트체크된 자료를 다시 한 번 팩트체크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 학생들은 뉴스톱의 팩트체크 보도에서 미진한 부분이나 의심스러운 부분을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거나, 뉴질랜드 성 평등 지수 순위 등 미처 검증되지 않은 부분을 찾아보았다. 또 일부 학생들은 MS엑셀을 이용해 남녀의 인구 비율 등을 보다 시각적인 정보(원그래프)로 변환해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팩트체크 콘텐츠나 전문 검증 뉴스들의 중요성과 역할을 느끼는 한편, 언론들의 팩트체크 콘텐츠가 더 많이 보도될 필요성을 절감했다.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팩트체크 뉴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청소년들도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고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학생들이 허위정보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내용으로는 허위정보의 내용 중 검증할 필요가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구분 문제, 검증하고 싶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문제, 뉴스톱 등 기 팩트체크된 기사들이 청소년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어휘나 개념들로 정리되어 있었다는 점 등이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엑셀을 이용해 뉴스톱의 팩트체크 자료를 보다 시각적인 자료로 제작해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학생들이 팩트체크한 결과를 클라우드에서 문서로 작성한 뒤 곧바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팩트체크 결과는? ‘거짓’

 

학생들은 팀별 논의를 통해 해당 허위정보에 대해 판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 선생님들은 SNU 팩트체크의 7가지 기준을 카드로 제시해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 6팀의 학생들은 뉴질랜드의 국가 주요 요직을 여성이 맡았던 2005년의 사례가 있었음을 예로 들어 ‘대체로 사실 아님’ 판정을, 1팀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허위 사실임을 근거로 ‘전혀 사실 아님’ 판정을 내렸다. 정보에 대해 일관성 있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생들이 나름대로의 근거를 찾고, 주변 친구들과 토의를 통해 스스로 판정을 내려보는 활동은 매우 의미 있었다.

왁자지껄 떠들며 따뜻한 피자로 배를 채운 학생들은 2부 행사가 시작되자 다시금 진지한 태도로 돌아왔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살펴본 허위정보에 반박하는 미디어를 제작하여 친구들과 공유해보는 활동을 가졌다. 1부에서 정보를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해보는 활동을 했다면, 2부에서는 창조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구성하고 이를 공유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이로써 ‘읽기-쓰기’, ‘이해하기-구성하기’라는 리터러시의 상호보완적 활동이 완성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조치원 선생님이 망고 보드의 간단한 사용법 및 가입 방법을 알려주고, 학생들이 인포그래픽, 광고 포스터 등의 양식을 수정해 반박 미디어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물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바로 제출했는데 학생들이 만든 결과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멋진 작품이 많았다. 또한 앞서 1부에서 충분한 분석적 활동이 있어서인지 허위정보의 어떤 내용을 반박해야 하는지, 왜 주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이 잘 담겨 있었다. 해당 작품은 학생들이 해시태그 ‘#청소년체커톤’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학생들은 팀별 토의와 SNU 팩트체크의 판정 기준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팩트체크를 판정했다. 총7개 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조치원 선생님의 지도로 학생들이 망고 보드를 이용해 허위정보에 대항할 반박 미디어를 제작하고 있다.<사진 출처: 필자 제공>

 

 


 

 

‘전국 청소년 체커톤’을 위한 제언

 

5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학생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매우 즐겁게 참여했다. 아마 5시간을 허위정보에 대한 강의식 수업으로만 진행했다면 절대 볼 수 없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기자가 된 것 같았다”, “2학기에도 또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또한 협업하고 발견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매우 큰 기쁨을 얻었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선생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백양중에서 진행한 청소년 체커톤은 여러 시사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과제도 남겼다. 올 하반기 10월경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전국 청소년 체커톤’ 행사는 다음과 같은 제언들을 반영해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제언1. 온라인 검색뿐 아니라 실제 전문가와의 면담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제언2. 언론사와의 지속적 협업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팩트체크 자료 및 기사를 준비한다.
· 제언3. 학생들의 정보 검색 및 접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 제언4.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임을 믿는다. 

 

학생들은 과제로 주어진 유튜브 영상이 ‘거짓’이라고 팩트체크 결론을 내린 뒤 해당 영상에서 주장한 정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반박 미디어’를 만들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백양중의 체커톤 행사를 보도한 국제신문 유튜브 영상을 아래 QR코드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1)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을 합친 용어로, 특정 문제를 함께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회의 방식을 말한다.

 

2) 최원석. “인터뷰-‘글로벌 MIL 유스 해커톤’ 책임 코디네이터 알렉산드라 보데크히나”.

《미디어리터러시》 2018년 겨울호(vol.7). https://dadoc.or.kr/2679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3) 한국언론진흥재단 교사 연수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체험하고 오셨다.

독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국가의 지원 아래 새로운 정보에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직업 훈련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IT 능력 향상과 뉴미디어 이용의 촉진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 기술의 적극적 활용과 비판적 이해에 초점을 두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4) 노트북 형태라 콘텐츠 생산이 편리하며, 모바일 운영체제 탑재로 빠르고 가볍다.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장점을 모은 하이브리드형 디지털 기기라고 할 수 있다.

 

5) 구글의 발표에 따르면 교육용 지스위트를 사용하는 교사와 학생은 전 세계적으로 8,000만 명에 가까우며,

이 중 절반인 4,000만 명의 교사와 학생은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조선비즈(2019.5.11.). “구글 선생님, 애플 교수님… IT공룡 격전지 ‘교실’”.

 

6) “[팩트체크] ‘페미니즘 때문에 망한 뉴질랜드’는 거짓”

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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