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5. 10:24ㆍ특집
언론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점검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으로 이해되면서
그 대상이 미디어 수용자로 한정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약자를 향한 혐오 이슈가 보도되는 과정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글 장은미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디지털 시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에 이르렀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변화는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 경로를 다양화했을 뿐 아니라 미디어 생산자의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했다.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 방식에서 미디어 생산자들은 수탁자(trustee) 모델에 기반해, 공중의 알 권리를 위해 그들에게 중요한 뉴스를 선택하고 제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했다. 그래서 공중들은 뉴스 생산자들의 말을 신뢰하고 이들이 제시하는 뉴스를 전적으로 믿었다.1) 이러한 맥락에서 공중에게 ‘의제를 설정’하는 뉴스 생산자의 역할은 ‘사회 감시견(watch-dog)’인 동시에 ‘제4부’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
뉴스의 차별적 언어 사용
하지만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뉴스 생산 경로가 다양해지고 누구나 뉴스 생산이 가능해진 지금의 매체 환경에서 공중들은 더 이상 ‘뉴스’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라온 소위 ‘뉴스란’에는 기사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한 수많은 ‘짜깁기’, ‘베껴 쓰기’, 낚시성 기사들이 ‘어뷰징(abusing)’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면서 언론인의 자질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더 이상 뉴스 생산자를 무조건 신뢰할 수 없게 된 이러한 매체 환경에서, 공중은 뉴스 생산자들에게 ‘우리가 당신의 기사를 믿어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 보도에 있어서의 정확성, 기사 출처의 투명성과 함께 기자들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언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에서 기업으로서의 언론에만 충실해, ‘직업인’으로서 뉴스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기자로서의 공적 책무에 기반한 취재 및 보도를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폭력을 가시화하면서 한국 사회가 좀 더 민주적이고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공론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차별의 언어를 구사하거나 혐오표현(hate speech)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생산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인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공중에게 알린 ‘미투(#MeToo)’는 언론을 통해 사회적 운동으로 확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미투(#MeToo)’를 ‘나도 고발한다(말한다)’가 아닌 ‘나도 당했다’로 호명한 것은 뉴스 생산자들의 남성 중심성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비판받았다.
얼마 전 있었던 ‘기자 단톡방’ 사건2) 은 뉴스 생산자들의 ‘여성 혐오(misogyny)’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기자들의 윤리 의식, 인권 의식,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반응이다.3)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언론 보도는
차별과 배제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면서 사회적 극화를 생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지점에서 뉴스 생산자들에게도
미디어 리터리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다.
뉴스 생산할 만한 자질 갖췄는가
이제 뉴스 생산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기사가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사를 생산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도 ‘인증’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매체 환경은 뉴스 종사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뉴스 콘텐츠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들과 함께 기자 윤리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뉴스 생산자들을 위한 언론 윤리 강령 및 실천 요강이나 보도 준칙 등을 제정하여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권고 기준’, ‘인권보도준칙’, ‘재난보도준칙’, ‘국가안보 위기 시 군 취재·보도 기준’, ‘선거여론조사 보도준칙’,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 등4) 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면서 언론 보도는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차별과 배제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면서 사회적 극화를 생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지점에서 뉴스 생산자들에게도 미디어 리터리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싶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통상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으로 이야기되면서 그 대상이 미디어 수용자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미디어 수용자뿐만 아니라 생산자 또한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감각들을 훈련받고 지속적으로 점검받아야 할 때라고 본다. 이러한 감각들은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인권, 다양성, 성인지 등에 대한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언론 종사자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전문가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성찰하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되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가면서 미디어 수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1) 이러한 수탁자 모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가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기자가 뉴스로 보여 줄테니,
공중은 이를 읽기만 하면 된다는 “we write, you read”라 할 수 있다.
2) 관련 기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952,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150,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6208,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556
3) 최이숙(2019.5.9). “강간문화의 카르텔: 언론의 젠더감수성과 저널리즘 윤리”,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한국여성민우회 공동주최 긴급토론회 자료집.
4) http://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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