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0. 18:30ㆍ특집
호주-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과의존 예방 교육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과
게임 시간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최근 호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학교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킬 정도로
어린이·청소년의 지나친 미디어 이용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호주의 범정부적 대책을 소개한다.
글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뉴스미디어연구센터 연구원
디지털안전위원회는 미디어 과이용 및 게임 중독을
온라인 안전과 관련한 중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보고,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각종 문제 현안 및 교육 자료와 상담 서비스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 보건부는 실내외 활동 가이드라인(Australia’s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Guidelines)을 근거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권장 미디어 이용 시간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 2세 미만: 0시간(TV, 각종 전자 기기, DVD, 게임 등 포함)
- 2~5세: 하루 1시간 미만
- 5~17세: 하루 2시간 미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주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간접적 형태의 미디어 소비 및 교실 내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기회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현재 정부가 제시한 권장 미디어 이용 시간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디어 이용: 평일 3시간, 주말 4시간
호주 정부 산하 호주가족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이 발표한 가장 최근의 종단 연구 결과(2015)에 따르면 대다수의 호주 어린이들은 권장 미디어 이용 시간인 2시간을 훌쩍 넘게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5세 어린이의 경우 주중 일일 평균 2시간 이상을 텔레비전, 컴퓨터, 전자 게임을 하는데 보내고 있으며, 12~13세 청소년의 경우 주중 일일 평균 3시간, 주말 평균 4시간 이상을 미디어 이용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종단 연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오고 있음을 밝히며, 부모들을 위한 가정 내 현실적인 미디어 이용 시간에 관한 교육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1] 호주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
현재 호주에서 어린이 미디어 과이용, 게임 중독 예방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디지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 Office)이다. 예전에는 호주통신미디어청(Australian Communications and Media Authority, 이하 ACMA)이 호주연방정부와 함께 어린이 온라인 부작용에 따른 사건 사고를 관할했으나, 2015년 디지털안전위원회가 설립되며 관련 업무가 이관됐다. 디지털안전위원회는 ▲사이버불링 ▲온라인 유해 콘텐츠 배포 ▲개인정보 보호 등 온라인 관련 안전에 대한 정책 및 규제에 관한 교육·연구·정책 홍보 ▲관련 단체 종사자·교육자 및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자료와 정보 제공 등의 업무를 해오고 있다. 특히 2017년 10월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어린이·청소년들의 균형 잡힌 온라인 미디어 이용 시간에 대한 지침 및 가이드라인도 포함된다.
디지털안전위원회는 미디어 과이용 및 게임 중독을 온라인 안전과 관련한 중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보고,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각종 문제 현안 및 교육 자료, 상담 서비스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서비스는 온라인 채팅 상담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아울러 다양한 가이드라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부모용 자료도 제공
디지털안전위원회 웹사이트는 또한 교사들을 위해 온라인 안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GameOn 페이지에서는 사이버 불링, 게임 중독, 온라인 개인정보 공유, 온라인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 등에 관한 짤막한 교육용 단편 영화를 제공하여, 각종 온라인 관련 문제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어린이·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아울러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게임 과이용 예방을 위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활동지(Activity Sheets Teacher Introduction)는 현대 사회의 디지털 테크놀로지 의존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하거나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점검해보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와 게임을 과다 이용할 경우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왜 균형 잡힌 미디어 이용 습관이 중요한지에 대한 토론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수준에 맞는 자료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어 교사들이 담당 학생들의 학년에 맞게 골라 사용할 수 있다.(자료는 디지털안전위원회 웹사이트의 #GameOn 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또한, 부모들을 위해서도 ‘자녀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 교육 팁’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녀들의 일일 미디어 이용 시간을 자녀와 함께 정하기 2. 조금씩 미디어 이용 시간 줄이는 습관 기르기 3. 다양한 실외활동 계획하기 4. 실외 활동 시, 전자 기기를 가지고 가지 않기 5. 가정 내 일정한 테크-프리(Tech-free) 장소 및 시간 정하기 6. 자녀의 컴퓨터 이용을 관리하는 다양한 툴 활용하기 7. 자녀와 미디어 이용 시간 함께 하기(자녀와 함께 TV 시청 및 게임) 8. 부모의 미디어 이용 시간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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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휴대폰 반입 금지법
호주디지털안전위원회 외에도 호주어린이미디어위원회(Australian Council on Children and the Media(ACCM)는 각종 어린이·청소년 미디어 콘텐츠(TV, 게임, 모바일 앱 등)에 대한 심의 연구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균형 잡힌 미디어 이용에 관한 각종 연구 자료 및 세미나, 캠페인 등을 개최하여, 호주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과의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의 개인 스마트폰 이용이 증가하며 스마트폰 과이용, 소셜 미디어 과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는 주 내의 공립학교 학생들의 휴대폰 교내 반입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러한 조치가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주권을 침해하며, 디지털 기기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에서는 개인 미디어를 통해 급증하는 청소년의 사이버 불링 및 섹스팅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라 여기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향후 휴대폰 교내 반입에 대한 다른 주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디어 이용에 관한 한 자율과 규제 사이에서 교사 와 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참고 자료
eSafety Commissioner Office (https://www.esafety.gov.au/)
#GAMEON (https://www.esafety.gov.au/education-resources/classroom-resources/gameon)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https://aifs.gov.au)
Australian Council on Children and the Media (https://childrenandmedia.org.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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