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7. 10:03ㆍ해외 미디어 교육
구글의 2019년판 ‘Be Internet Awesome’
최근 구글은 2017년에 이어 미디어의 비판적 읽기 내용이 추가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
비 인터넷 어썸(Be Internet Awesome)’을 공개했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을 중심으로 2019년판
‘비 인터넷 어썸’을 간략히 소개한다.
글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
2019년판 커리큘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실 활동에 필요한 인쇄물, 가족 가이드,
5개의 팁으로 구성된 생활지침 등이 추가됐다.
게임, 검색, 유튜브 시청과 숙제하기 등의 경계가 모호한,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세대들의 이용 행태를 반영한 것이다.
9월 초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구글과 자회사인 유튜브에 약 2,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민사 처벌에 합의했다. 부모 동의 없이 어린이 이용자의 데이터 쿠키정보를 활용해 아동 콘텐츠를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동온라인사생활보호법(COPPA: 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에 근거한 조치였다. 1998년에 제정된 이 규정은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의 웹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운영자가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리뉴얼된 구글의 어린이용 인터넷 안전 교육 프로그램인 ‘비 인터넷 어썸(Be Internet Awesome)’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생활 지침
2017년 구글은 ‘멋진 인터넷 세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비 인터넷 어썸’이라는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했다. 가정과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지침서로 게임과 교육 툴킷,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어린이는 물론 부모와 교사가 함께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1) 구글도 인터넷의 위험성, 불신감, 가짜 콘텐츠, 사이버불링 등이 아이들과 부모, 교사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디지털 시민권, 인터넷 안전과 관련한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포함한 온라인 콘텐츠와 자료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평가하기
- 사이버 따돌림과 사기(scams) 포함 온라인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 무엇을 언제 어떻게 누구와 공유할지 스마트해지기
- 개인 프라이버시를 포함해 온라인에서 타인에게 친절하고 존중하기
-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면 부모 또는 믿을 만한 어른에게 도움 구하기
2019년판 커리큘럼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실 활동에 필요한 인쇄물, 가족 가이드, 5개의 팁으로 구성된 생활 지침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게임, 검색, 유튜브 시청과 숙제하기 행동 등의 경계가 모호한,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세대들의 이용 행태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인터넷 검색 과정에서 미디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제안한 6개의 미디어교육 활동은 신뢰할 만한 출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 이미지와 프레임의 강력함 즉, 단어와 이미지 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웹브라우징 과정에서 서로 다른 미디어를 마주할 때 어떻게 스마트하고 요령 있게 분석하고 평가할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또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넷 생활 지침 상세 팁과 가정에서의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첫째, 스마트하게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생활과 동일하게 긍정적인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는 주의 깊게 공유하고 자신의 비밀을 보호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둘째,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비밀번호는 되도록 강력하고 창의적으로 계정마다 다르게 사용하되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으로 설정하지 말고 비밀번호의 주기적 변경을 미루지 말라고 충고한다.
셋째, 경계하면서 인터넷을 하려면 신뢰할 만한 사이트인지 두 번 이상 ‘더블체크’를 해야 하고, 초록색 패드락(green padlock)2)에서 “https://”로 시작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혹여 기만적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하게 되면 즉시 비밀번호를 바꾸고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믿을 만한 어른에게 알리라고 설명한다.
넷째, 인터넷을 친절하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도 친절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이니 만큼, 나쁜 행동은 지나치지 말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업스탠더(upstander)3)가 되라고 한다.
다섯째, 불쾌감을 주거나 옳지 않은 것을 느꼈을 때는 용감하게 인터넷을 하고 부적절한 콘텐츠는 삭제 또는 차단을 하되 스크린샷으로 증거를 남기라고 한다. 이 모든 행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 반드시 신뢰할 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번 리뉴얼에서는 인쇄 가능한 슬라이드와 학습도구, 교사 가이드 등을 제공하고 있어서 교실과 가정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구글 교육자 그룹(GEG South Korea)’에서 관련 자료를 번역, 배포하고 있다(https://tinyurl.com/y2g3r9tf).
어린이 교육보다 ‘기업의 양심’이 먼저
내 아이에게 첫 인터넷을 어떻게 만나게 해줄지, 어떤 콘텐츠를 처음 접하게 할지, 언제 어느 정도로 사용하도록 권장할지를 명확하게 판단해줄 근거도 찾기 어려운 세상에서, 구글의 ‘비 인터넷 어썸’은 가정과 학교에서 활용하기 좋은 디지털 가이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구글과 유튜브의 이용자 데이터 불법 수집 실태를 보니 이 프로그램은 ‘말짱 도루묵’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을 그럴듯하게 꼬셔놓고 스마트하게, 조심스럽게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모순이다. 인터넷 교육이나 미디어교육은 신뢰와 건강함을 전제로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구글과 유튜브는 어린이 이용자뿐 아니라 글로벌 이용자가 많다. 때문에 이용자 교육 프로그램 이전에 기업 스스로 투명한 윤리성을 공표해 안전한 인터넷이고 기만적 사이트가 아님을 매우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다크 패턴(dark pattern)4)으로 어린이 이용자에게 습관적 인터넷 사용을 부추기는 건 없는지, 경고 없이 유료 서비스를 연장하는 일을 실행하지는 않는지, 위장 광고로 이용을 유인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설령 어린이 이용자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기업의 사악한 행동과 사기를 잘 알게 되고 대응하게 됐다 치자. 내게 “유튜브는 어떻게 저를 알고 계속 추천을 해주는 건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줄 것인가. 인터넷 서비스 운영의 투명성이 명확해야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어른’으로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참고 자료>
https://beinternetawesome.withgoogle.com/en_us
1) 오세욱 (2017). “아이들 눈높이 맞춘 ‘똑똑하게 인터넷 이용하는 법’”.
《미디어리터러시》 2017년 10월호(통권2호)를 참조할 것.
2) 녹색자물쇠로 브라우저에서 사이트가 안전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 표시하는 방법.
3)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할 때 대신 맞서는 사람을 뜻하는 말.
4) 온라인 사이트나 앱 등에서 이용자를 교묘히 유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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