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류의 ‘필요조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2019. 12. 13. 17:58해외 미디어 교육

 

‘2019 글로벌 MIL 주간 콘퍼런스참관기

 

유네스코는 2011년 모로코 페스에서 열린 1차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문화 간

국제회의를 계기로 이듬해부터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을 지정해

MIL, 즉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리는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9월 스웨덴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2019 글로벌 MIL 주간 콘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예테보리대학의 울라 칼슨 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시민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정책은 정부, 시민사회, 학교, 미디어 기업 등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협업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하며, 연구, 정책 결정자, 정치인들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024~31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글로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Global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Week)’이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924일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동명의 콘퍼런스가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렸다. 올해로 9번째를 맞은 콘퍼런스는 총 3일간 진행됐는데, 24~25일 양일 동안은 대표회의(Feature Conference)’, 26일에는 청년어젠다포럼(Youth Agenda Forum)’으로 구성됐다. 올해 콘퍼런스는 북유럽 최대 규모 책 축제 가운데 하나인 예테보리 도서전과 연계돼 더 큰 규모로 개최됐다. 콘퍼런스 등록 인원은 약 380명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몽골 등에서 참석했고,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지역 참가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시민

 

콘퍼런스 테마는 ‘MIL Citizens: Informed, Engaged, Empowered’1) 였다. 작년 주제가 도시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시민을 강조하고 개인, 기관, 공동체, 국가,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테마를 잡았다고 한다. ‘대표회의는 서로 다른 성격의 몇 가지 세션들과 이벤트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하나의 시간대에 한 세션만 열리는 총회 세션이(Plenary Session)이 기조발표와 마지막 클로징까지 포함해 총 7, 동일 시간대에 2~3개 세션이 동시에 구성되는 병행 세션(Parallel Session)이 총 11, 그리고 특별 세션 2개와 부대행사(Side Event) 3(오픈토크, 워크숍) 등이 있었다.

 

기조발표는 유네스코에서 표현의 자유, 미디어 개발 및 글로벌 정책 분과(Freedom of Expression, Media Development and Global Policy)’ 의장을 맡고 있는 예테보리대학의 울라 칼슨(Ulla Carsson) 교수가 맡았다. 칼슨 교수는 기조발표에서 표현의 자유와 참여를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로 강조하며, 이러한 가치를 더 확장해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미디어·정보 리터러시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플랫폼의 글로벌화와 함께 인터넷상에서 혐오표현과 오정보·허위정보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회 통합이 저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나아가 시민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정책은 정부, 시민사회, 학교, 미디어 기업 등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협업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하며, 지역사회, 국가, 세계를 아우르는 다층위적 차원에서 정책을 실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연구, 정책결정자, 정치인들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총회 세션의 세부 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화, 표현의 자유, 허위정보와 프로파간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미래 등으로 구성됐다. 병행 세션에서는 평생학습, 선거와 정부, 교육자에 대한 교육,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평가도구,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대한 평등한 접근, 청년층의 참여와 같은 세부 주제들이 포함됐다. 특별 세션 2개는 각각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통한 다문화적 소통, 성평등과 사회적 포용 증진, 그리고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에 있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역할을 다루었다.

 

 


 

2020년 콘퍼런스는 한국에서

 

한국 참가자들은 국내에서 개최될 내년 콘퍼런스 준비를 위해 공동 주최 기관들(한국유네스코,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소속 직원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발표자로는 5명이 참석했다(총회 세션에서 각 2인씩 2개 발표, 병행 세션에서 1개 발표).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주제로 한 총회 세션에서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속 최 숙, 장시연 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은 해당 연구소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재한 유학생 대상 글로벌 시민성 함양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국내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의 수가 140만 명에 이른 상황에서, 이들이 외국인으로서 겪게 되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배경과 프로그램 구성 등을 소개했다.

 

허위정보와 프로파간다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주제로 다룬 둘째 날의 첫 총회 세션에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중점연구사업단의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6명이 참여한 연구의 발표는 양소은, 이재우 두 대학원생이 맡았으며, 이 발표에서는 허위정보 분별력 함양을 목적으로 개발된 트러스트미(Trustme)’라는 게임에 대해 소개하고 그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한 결과를 보여줬다.

 

 


 

 

아쉬웠던 ‘옥의 티’

 

이번 콘퍼런스를 참관하면서 여러 가지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 또한 없지 않았다. 개회식과 폐회식에 있었던 다채로운 문화행사, 엄격한 채식주의자까지 배려한 식음료 준비 등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개인적으로 본 기억이 없을 만큼 세심한 측면이 있었다. 프로그램 세부 주제와 구성 또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분야에서 전통과 권위를 갖춘 국제 콘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콘퍼런스 시작 일주일 전쯤에야 확정된 프로그램을 받아볼 수 있었고, 그것마저 세션의 주제와 발표자 정보만 있을 뿐 발표문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주제만 보고 특정 세션에 들어갔다가 기대하던 것과 너무 다른 발표 내용을 보면서 살짝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발표 내용의 수준 편차가 다소 큰 점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일례로, 한 발표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측정했다고 밝힌 발표자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구성은 미디어 이용 실태 결과만 포함돼 있었다. 지역이나 문화권 간 균형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구색 맞추기식 배려보다는 발표되는 내용에 대한 품질 관리와 프로그램상의 정확한 정보 전달이 먼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간 세계 전역의 참가자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일 것이다.

 

 

‘허위정보와 프로파간다(MIL to tackle Disinformation and propaganda)’ 세션 중 한 소셜 미디어 기업의 트위터를 이용한 학습에 관한 주제발표.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허위정보와 프로파간다(MIL to tackle Disinformation and propaganda)’ 세션 중 핀란드의 팩트체크 수업 사례 발표.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대표회의’에서 발표 중인 캐나다, 세르비아, 핀란드 참가자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오프닝 세션 토론 모습. <사진 출처: 필자 제공>

 

2020년 콘퍼런스 개최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진흥재단을 비롯한 공동 주최 기관 소속 인사들과 다섯 명의 발표자가 참가했다. <사진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1) 편집자 주: 디지털 시대 속 사람들이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고(informed),

사회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engaged),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empowered) 함을

강조한 표현. / 출처: “[2019 글로벌 MIL 주간] 21세기 현대인의 필수능력, MIL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식블로그. http://blog.unesco.or.kr/221687095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