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4. 17:35ㆍ특집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 함양 방안
‘공신폰’.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사주는 휴대폰이다.
당연히 인터넷과 SNS 이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털 검색창에 ‘공신폰’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공신폰 뚫는 법’, ‘공기계’ 등이 등장할 정도로 부모님들의 일방적인 통제와 감시는 별 효과가 없다.
청소년 스스로 미디어 이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어떨까?
글 오연주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
청소년을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미디어 이용자라고 규정하는 시선은, 보호·규제·감시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과 제도를 낳아 왔다. 우리나라의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 제공시간 제한1), 프랑스의 학교 내 스마트폰 이용 전면 금지2), 대만에서 실시되고 있는 청소년의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이용에 대한 부모 대상 벌금 부과3)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미디어 이용에 대한 청소년의 의식과 행동을 탐색한 연구들은 청소년이 스스로 미디어 이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동적 주체임을 보여준다. 2018년에 실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68%는 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줄이려고 시도한 경험이 있으며, 69%는 실제로 그러한 시도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4) 청소년의 문제적 인터넷 이용에 대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대만과 홍콩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조사 원년에 부적응적 인터넷 이용자로 분류됐던 이들 중 약 37~51%가 조사 둘째 해에는 치유적 개입 없이 자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 대만·홍콩 청소년의 문제적 인터넷 이용 연구 비교
발표연도 | 20075) | 20146) | 20147) | 20178) |
조사연도 | 2003~2004 | 2005~2006 | 2010~2011 | 2012~2013 |
조사대상 | 대만 청소년 | 대만 청소년 | 대만 청소년 | 홍콩 청소년 |
회복률 | 49.4% | 51.4% | 36.7% | 45.9% |
미디어 이용 ‘자기 조절 근육’ 기르기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은 독립적인 능력이 아닌 자기 조절 능력이라는 더 큰 범주 안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자기 조절 능력은 흔히 근육에 비유되는데, 꾸준한 연습으로 시간이 지나며 점차 강화되기 때문이다. 근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쉽게 소진과 근육의 통증을 수반하듯이, 급격하게 미디어 이용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탄탄한 미디어 조절 능력을 기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는 디지털 금식, 힐링 캠프 등의 단발성 이벤트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는 경험을 제공해주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을 길러주기 어렵다. 이보다는 불필요한 앱을 한 개씩 줄이거나, 매일 조금씩 미디어 이용 시간을 줄여나가는 단계적 실천 방안이 권장된다. 또한 스스로의 실천 의지가 없이는 꾸준히 운동을 해나가기 어렵듯이 외부의 통제에 따른 미디어 조절은 ‘자기’ 조절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녀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부모님이 특정 앱을 차단하고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폰 관리·감시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은 ‘자기’ 조절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추적 연구에서 부적응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던 청소년이 회복하는 데 있어 자기 효능감은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9)을 말한다. 반두라(Albert Bandura)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에 대한 인식은 다음의 네 가지의 요인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다.
첫째는 성취경험(mastery experience)으로 특정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말한다. 둘째는 대리경험(vicarious experience)으로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가 특정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거나 혹은 과업 수행에 실패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을 의미하며, 긍정적인 대리경험은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세 번째 요인은 언어적 설득(verbal persuasion)으로, 특정 과업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설득과 격려이다. 마지막 요인은 정서적 각성(somatic and emotional states)으로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불안감, 두려움, 걱정 등의 심리적 상태를 말하며, 이러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여줄 때 자기효능감은 높아진다.10)
자기효능감은 미디어 이용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필수적인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와 감시보다는, 스스로 이용 조절을 위한 작은 목표를 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언어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커먼 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의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틴 엘거스마(Christine Elgersma)는 자녀의 스마트폰 관리·감시 기술을 이용하게 되더라도, 그 방향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자녀가 디지털 세계에서 균형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11)
자기효능감은 미디어 이용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필수적인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와 감시보다는, 스스로 이용 조절을 위한
작은 목표를 정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언어적이고 정서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쉼센터’의 프로그램
스마트쉼센터는 디지털 미디어 과의존에 대한 예방과 해소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총 18개소, 경기도 2개소).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전 생활의 영역에 통합되어 감에 따라, 스마트쉼센터에서는 2013년부터는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미디어의 양적인 이용 정도가 문제적인 미디어 이용의 지표가 되기 어려워지면서 양적 조절보다는 질적 조절에 초점을 맞추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기본 예방 교육은 스스로가 추구하는 미디어 이용 목적과 실제 이용 행동의 차이를 비교하는 활동을 통해, 이용 습관 개선에 대한 실천 의지를 갖도록 설계되어 있다. 심화 교육은 실천 의지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 발달 과업 중 중요한 요소인 직업 탐색 및 결정을 도움으로써 디지털 미디어의 긍정적 활용을 이끄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체험형 ICT 진로교육 프로그램인 ‘다함께 꿈 톡톡!!’이 대표적인 예로, 2018년 중학교 자유학기제 적용을 위해 기존 2차시 교육을 16차시로 확대 개편하고 올해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직업 목표와 미디어 이용 조절 능력을 결합시킨 프로그램은 목표지향성과 의존적 미디어 이용의 부적 상관관계를 밝힌 기존 연구를 토대로 고안됐다.12)
또한 심각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문제적 이용을 야기하는 심리적 요인들을 극복하고 미디어 이용 습관 개선에 대한 동기를 강화시키는 치유 상담을 운영하여 미디어 이용 습관 개선을 위한 심리정서적 기반을 쌓도록 지원하고 있다.13)
1) 청소년보호법.
2) Code de l'éducation.
3) 兒童及少年福利與權益保障法.
4) Screen Education. (2018). Teen Smartphone Addiction National Survey 2018.
5) Ko, C., Yen, J., Yen, C., Lin, H., & Yang, M. (2007). Factors predictive for incidence and remission of Internet addiction in young adolescents: A prospective study. CyberPsychology & Behavior, 10(4), 545-551.
6) Ko, C., Liu, T., Wang, P., Chen, C., Yen, C., Yen, J. (2014). The exacerbation of depression, hostility, and social anxiety in the course of Internet addiction among adolescents: A prospective study. Comprehensive Psychartry, 55, 1377-1384.
7) Chang, F., Chiu, C., Lee, C., Chen, P., Mia, N. (2014). Predictors of the initiation and persistence of Internet addiction among adolescents in Taiwan. Addictive Behaviors, 39, 1434-1440.
8) Lau, J. T. F., Wu, A. M. S., Gross, D. L., Cheng, K., Lau, M. M. C. (2017). Is Internet addiction transitory or persistent?: Incidence and prospective predictors of remission of Internet addiction among Chinese secondary school students. Addictive Behaviors, 74, 56-62.
9) 이임숙. (2019). 《아이의 방문을 열기 전에: 10대의 마음을 여는 부모의 대화법》. 창비.
10) Hayden, J. (2009). Introduction to Health Behavior Theory. Sudbury, MA: Jones and Bartlett Publishers.
11) Elgersma, C. (2018). Why the Best Parental Control Is You. Common Sense Media.
12) 손정순, 김봉환. (2009). “중학생의 인터넷 중독 수준에 따른 진로태도 성숙도, 사회적 지지 및 자기통제력의 차이”. 《열린교육연구》, 17(1), 75-97.
13) ‘스마트쉼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www.iapc.or.kr에서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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