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5. 09:18ㆍ수업 현장
성남 삼평중 ‘청소년 저널리즘반’ 활동
“지금의 뉴스 플랫폼은 너무 많은 뉴스와 어뷰징 뉴스로 혼잡해”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별로 맞춤 뉴스를 필요로 할 것.”
꽤 전문적으로 들리지만 이 말은 미디어 비평가가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어느 ‘중학교 1학년생’의 날카로운 분석이다.
꽤나 매력적인 삼평중 동아리 ‘청소년 저널리즘반’의 수업 속으로 들어가본다.
글 조혜영 (미디어교육 전문강사)
청소년 저널리즘반 수업은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균형 있는 시각을 함양할 수 있으며,
뉴스 이용자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구성했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지식정보 처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경기도 성남 삼평중학교의 ‘청소년 저널리즘반’은 주제 탐구 활동을 하는 동아리로서, 1학년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해 월, 금요일 두 개 반으로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청소년 저널리즘반의 ‘미디어 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아래 사항들을 고려했다.
1. 한 학기를 ‘주제 탐구 학습’하는 학생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떤 기준으로 접근할까?
2. 학생들은 어떻게 뉴스를 수용하는가?
3. 새로운 뉴스 플랫폼에 맞춘 뉴스 생비자(prosumer)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까?
4. 미디어 속 뉴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5. 교사와 팀티칭 할 때 역할 분담은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학생 주도 원칙
미국 미디어교육전국연합회(NAMLE)가 정의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하는 능력을 교육한다.”이다. 이 정의를 바탕으로 청소년 저널리즘반 수업은 뉴스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균형 있는 시각을 함양할 수 있으며, 뉴스 이용자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구성했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수업 진행의 주요 원칙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두었다. 교사와 강사는 서로 조율하여 학습자들이 원활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시간 배분을 통해 수업 진행 과정을 지킬 수 있게 했다. 수업의 도입과 전개 부분은 강사가 이론적 근거와 사례 중심으로 강의하되, 이론적 부분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통해 내면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간에 학습자는 스스로 자료를 정하고, 분석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림1] 청소년 저널리즘반 수업 진행과정
수업사례 1(3차시 수업)> 허위정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º 프로그램 목적: 허위정보의 심각성을 학습자 스스로 깨닫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º 동기 부여: ‘뉴스 가치’를 분석했던 전 수업의 복습을 겸한 활동으로 동일자 신문 및 모바일에 나온 뉴스 중 가치 기준에 맞는 뉴스를 선택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한 가장 가치 있는 뉴스를 선택하여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발표하며 시작했다.
“나무샘(필자)이 질문 하나만 할게. 만약 여러분이 가치 있다고 선택했던 뉴스가 가짜 뉴스라면 어떨까?”
º 강사의 이론적 근거 및 교육 필요성 제시: 허위정보 정의부터 사례, 분석법 등을 보여주었고 SNU팩트체크 사이트에 접속하여 학생들에게 익숙했던 뉴스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한국 강제 동원 청구권 소멸’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사례를 다루었다.
º 학습자 활동: 학생들은 신문이나 인터넷, 페이스북 등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기사를 선택한 후 기사 선택 이유를 적고, 관점이나 문맥상 흐름, 단어 등을 바꿔 가짜 뉴스를 생산해봤다. 이어 가짜 뉴스가 미칠 사회적 영향과 시각을 예측해보고 느낌을 나눴다.
º 결과물: 중앙일보(2019.07.26.) “T자로 탈선, 아찔했던 강릉선 KTX…사망자가 없었던 비결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실제 기사는 ‘관절대차’라는 장치 덕에 사망자가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된 것으로 조작된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 기사를 쓴 후에는 이 가짜 뉴스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는데, KTX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며 열차 운행에 관련된 사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더불어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어지니 차량 운행이 더 늘어나 환경오염도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뉴스로 인해 바뀔 세상이 무섭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업사례 2(4차시 수업)> 뉴스 생비자 교육-내가 만드는 뉴스 플랫폼
º 프로그램 목적: ‘뉴닉’, ‘썰리’ 등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뉴스를 신문 사이트나, 네이버 등 포털에서만 소비하고 있지 않다. 미래의 학생들은 어떤 뉴스 플랫폼을 선호하여 소비할지 파악해보고자 한다.
º 동기 부여: 어뷰징 뉴스가 생산되는 포털을 직접 보여주며 어뷰징 뉴스가 미치는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무샘은 궁금해. 여러분은 어떤 방식의 뉴스 플랫폼을 원하니?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싶어?”
º 강사의 이론적 근거 및 교육 필요성 제시: 플랫폼의 정의부터 사회적 흐름에 따른 플랫폼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클릭수를 유도하는 어뷰징 뉴스 사례를 들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뉴스 플랫폼의 새로운 형식-뉴닉, 썰리, 아이보스, 바이스미디어 등-을 보여주며 기존 플랫폼과 다른 점을 찾게 하고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플랫폼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냈다.
º 학습자 활동: 2인1조 모둠으로 진행했으며, 모둠의 플랫폼명, 성격,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게 했다.
º 결과물1: 플랫폼명은 ‘애국심’으로, 국제뉴스만 정리해서 올리는 뉴스 플랫폼이다. 카카오톡 대화창 방식을 사용하며 “만약 너희의 플랫폼을 사랑해주는 5,000명 독자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에 국제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해석, 제공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지금의 뉴스 플랫폼은 너무 많은 뉴스와 어뷰징 뉴스로 혼잡해 있다고 분석하며 개인별로 맞춤 뉴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º 결과물2: ‘구은뉴스’란 이름의 플랫폼은 ‘정확하고 근접하게 정보를 전달하겠다.’, ‘글이 길면 읽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짧게 뉴스를 요약하여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모둠은 뉴스를 읽게 됐지만 그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는 활동 소감을 밝혔다.
수업사례 3(10차시 수업)> ‘관점’에 대하여-‘디카시’로 사진 읽기
º 프로그램 목적: 사진 리터러시와 학습자의 흥미를 동시에 잡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가 나와 “사진을 취재하러 갑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 김경훈 기자는 “사진은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 기자의 이야기에 굉장히 흥미를 느껴 수업을 구성해봤다. ‘이미지로 전달하는 이야기’라는 표현에서 SNS에 적합한 형태의 새로운 문학 장르인 ‘디카시(디지털 카메라+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에 어울리는 시를 쓰는 것)’가 떠올랐다.
º 동기 부여: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을 사례로 삼았다. 교과 활동에서 활용도가 높아 함께 읽은 뒤 학생들의 시각에서 관점을 찾으며 토론하며 활동에 들어갔다.
“나무샘은 궁금해. 어떤 사물이 여러분에게 디카시의 영감을 줄까?”
º 강사의 이론적 근거 제시 및 교육 필요성 제시: 사진을 보여주며 신문에서 사진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또한 세계를 바꾼 세 장의 사진을 통해 사진이 단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닌 진실을 전달하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들려주었다. 동일한 사건을 다룬 서로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강원도 산불 화재, 서울장미축제 사진) 사진 설명과 제목의 연결성을 함께 풀어봤다.
º 학습자 활동: 스마트폰을 지참하고, 유의사항과 약속 시간을 인지시킨 후 자율 활동으로 진행했다. “나무샘! 이것도 다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죠?” 질문이 넘친다.
º 결과물1: ‘수업 10차시 결과물1’은 급하게 질문을 던지고 갔던 한 학생의 작품이다. 사진에 보이는 현관은 삼평중의 주현관인데,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는 ‘지옥의 입구’이지만, 나가는 학생에게는 ‘천국의 출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학생은 주현관에 들어설 때면 언제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º 결과물2: 수업 시간은 학생들에게 괴로움을 준다. 30분씩이나 남았을 때는 시계만 크게 보이는데, 5분밖에 남지 않았을 때는 시계 밑에 있는 달력도 보인단다[수업 10차시 결과물2 사진 참조].
팀티칭을 하는 삼평중 김영선 선생님께 교사 입장에서 바라본 청소년 저널리즘반 수업의 효과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1. 아이들이 교과서를 넘어선 수업을 통해 주변에 널려 있는 미디어이지만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배우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알아갔다. 또 스스로 미디어를 만들어 보는 행위를 통해 미디어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체계적 수업 구성이 좋았다.
2. 교사와 강사의 팀티칭은 아이들 지도에 더욱 도움이 되는 방식이었으며, 교사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3. 아이들이 짝 활동, 모둠 활동 후 발표와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보고 배우면서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4. 무엇보다 학생들이 뉴스를 무심코 보지 않게 되고, 자신의 댓글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것들을 알게 되어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게 됐다.
5. 디카시, 신문 기사 쓰기 등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하면서 창의성을 키우는 계기도 됐다.
6. 청소년 저널리즘 수업은 학생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에 관심을 두고 통찰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효과가 있었다.
김영선 선생님의 글을 통해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몇 가지 항목이 효과적으로 접목된 것 같아 안도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저널리즘반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수업 후 스스로 정리한 ‘뉴스의 가치’와 ‘교육 후 바뀐 점’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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