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가 아이들에게 위로 받는 방법
2011. 10. 20. 13:0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릴 적 아이들에게 신문이란 뜻 모를 기호일 뿐이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을 찢고, 구기고, 접고 하다 보면 어느새 신문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버리곤 하죠.
지금 우리 아이들도 신문을 갖고 놀다가 그림이나 사진이 보이면 ‘어? 내가 갔던 덴데', ‘이 사람들 모여서 뭐하지?’ 등 쉴새 없이 눈에 띄는 글자나 그림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책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무턱대고 책을 보라고 들이대면 아이들이 자지러지기 일쑤였죠. 그래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어릴 적 신문을 장난감인양 갖고 놀았던 것처럼 책들도 그렇게 놀이도구처럼 접근하도록 했습니다.
사실 쌍둥이와 함께 밖을 나가려면 신경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은 제외하더라도 둘을 한꺼번에 감당하려니 많은 말들을 입에 달고 다니죠.
“함부로 뛰면 안돼, 가만가만 얌전히~”
“....”
그러나 아이들에게 제가 하는 말은 소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니 들은 척도 안 하죠. 들어주는가 싶다가도 1분을 채 못 넘깁니다. 그래서 대중교통이나 식당, 공공기관,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을 가려면 전날 미리 ‘생활동화’나 ‘공공예절’과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자기가 한 행동들과 주의해야 하는 행동 간의 차이점, 지켜야 할 규칙이나 예절 같은 건 엄마가 백번 내뱉는 말보다 책을 통한 일침이 아주 효과적인 까닭이죠.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닐 때 또는, 친구들과 다툼이 있을 때 등 나와 다른 이들을 대할 때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직접적인 것보다 더 효과적일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통 해 간접체험을 겪음으로써, 위로도 격려도 용기도 얻는 셈이었죠.
말이나 행동으로 하는 건 귀로 듣고 머리 속에 채 담기기도 전에 흘러버리지만, 책을 통하면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한번 더 생각을 하다보니 그만큼 와닿는 게 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때론 엄마와 아빠의 고단함을 알기 위한 마음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혼자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며 집안일 하는 엄마의 고단함과 바깥에서 일과 사람에 치이며 살벌한 전쟁을 치르는 아빠의 외로움. 이런 점들을 말로써 알아주길 기대하고 원하는 것보다 아이가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곱씹으면 더 큰 위로의 말이나 행동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책은 피하기보다 재미와 흥미를 주기도 하고, 자연과 동물을 좀 더 이해하면서 사랑할 수 있도록 이끌며, 자존감을 높여 나를 사랑할 때 드는 충만한 감정이 주변까지 넘쳐 아우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합니다. 책 속의 지리와 지형을 눈으로 보며 떠나는 여행을 통한 체험의 확장까지도 말이죠.
책은 이렇게 가만 앉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의 영역을 무한대로, 현장감 있는 하나의 안내도로 실제 삶의 나침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만 그런 영향을 받으며 생각의 폭이, 마음의 깊이가 넓어지는 건 아니죠.
‘동화책이 무슨...’ 이렇게 얕잡아 보던 제가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의 책을 더 챙겨 보고 있습니다. 짧은 글이라 지루함도 덜하지만, 그 농축된 글과 그림에서 더 많은 교훈과 감동이 압축돼 있기 때문이죠. 아이에겐 새로움을 알게 해준다면, 엄마에겐 생각의 틀을 넓혀주는 셈이라 오히려 아이와 함께 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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