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있어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2011. 10. 27. 13:0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얼굴은 한 사람의 모든 정보를 요약하고 있는 소중한 신체기관입니다. 감정, 성격, 현재의 기분은 물론 건강상태에 이르기까지,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알 수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보고 첫인상을 파악합니다. 첫인상은 얼굴을 보고 내리는 종합적인 평가인 셈이죠.

그럼 책에 있어 얼굴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들 짐작하시듯 표지입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표지고, 사람들은 표지를 보고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그래서 많은 출판사들이 표지 디자인에 공을 들이고, 표지가 보이는 매대에 책을 놓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지요.

어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위치한 프레스센터 20층에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최한 <2011 디자인이 좋은 책>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영광의 대상 수상 작품은 도서출판 푸른역사의 <조선풍속사 1~3>이었는데요. 즉 이것은 2011년에 나온 모든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훌륭한 표지와 편집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는 말입니다. 

과연 디자인이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그리고 책에서 편집 디자인이 차지하는 역할은 어느 정도일까요? 대상 수상작 <조선풍속사 1~3>을 작업한 신상미 편집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yes 24>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자기소개와 하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푸른역사에서 편집부장을 맡고 있는 신상미입니다. 직함을 보시면 아시듯이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광범위해요. 제가 하는 일은 저자와의 내용 조율에서부터 교정교열, 본문 구성, 보도자료 작성 등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모든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책과 독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죠.


이번에 공모전에서 푸른역사가 펴낸 <조선풍속사>가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주류라고 할 수 없는 역사라는 장르를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조선풍속사>는 역사를 다룬 책이라기보다 옛 그림을 통해 지금은 사라진 우리의 풍속과 이야기를 눈으로 되새기는 책이에요. 좋은 평가를 받은 첫 번째 이유로 저자 강명관 선생님의 글을 꼽고 싶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글 안에 문학, 역사, 풍속사, 사회사, 음악사, 미술사 등이 총망라되어 있어요. 저자의 해박함이 빛났다고 할 수 있죠. 편집을 맡은 저는 이 내용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여주기만 하면 됐어요.


이번 <조선풍속사> 표지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었나요? 


푸른역사의 책은 대부분 회사 내 디자인팀이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조선풍속사>의 표지는 외부 디자이너인 안지미씨에게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옛 것을 현대적으로 보여주자는 우리 책의 콘셉트를 잘 표현해 줄 것이라는 조현주 디자인 팀장의 의견 때문이었죠. 몇 번의 의견 조율 과정이 있었고 지금의 표지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도서 제작 과정에서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상당히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
은데요. 함께 작업을 하신 조현주 디자인팀장과는 6년 째 함께 작업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푸른역사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함께해요. 편집자가 책의 첫 번째 독자라고 한다면 디자이너는 두 번째 독자인 셈이죠. 편집자의 원고 수정을 디자이너가 반영하는데, 그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파악하게 돼요. 그러다보니 편집자의 오류와 잘못, 수정된 사항을 디자이너가 지적해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편집자는 원고를 보며 사진이라든가 편집 디자인상의 요소들을 책의 성격과 내용에 맞게 밑그림을 그리죠. 책을 만드는 데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의견 교환과 공유가 서로의 작업을 상호 보완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좋은 편집 디자인’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렵고 무거운 내용의 책은 조금은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게, 쉽고 가벼운 내용의 책은 무게를 더하는 작업’이라고 정리하고 싶어요. 결국은 책 내용과 디자인은 상호보완적 관계인 셈이죠. 단 어느 한쪽이 튀어버리면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글이 50이라면 나머지 50을 채워주는 게 편집 디자인의 몫”이라는 신상미 편집장의 말은 마치 내조와 외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룬 부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디자인이 좋은 책이란 ‘균형을 갖춘 책’인 것 같습니다. 책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매체고, 내용을 잘 전달하려면 디자인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튀어버리면 곤란하겠죠? 저자가 품고 있는 뜻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윤활유 역할. 그것이 편집 디자인의 몫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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