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목소리로 듣는 책 이야기, 책 읽는 라디오를 아시나요?

2011. 10. 28. 09:4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라디오는 다른 어느 매체보다도 사람냄새가 나는 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와 함께 공감하면서 즐기는 라디오는 그래서 영상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도 여전히 즐겨 찾습니다. 이런 다양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중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책과 관련된 방송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책 읽는 라디오>라는 이 방송은 전문 라디오 진행자와 작가, PD들이 아닌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20대 청춘들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모토처럼 정말 유쾌한 그들이 만들어가는 '책 읽는 라디오'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왼쪽부터 김성연 엔지니어(24), 한지훈 DJ(27), 신지영 작가(24), 최동민 PD(28)> 


우선 이렇게 <책 읽는 라디오>라는 방송을 만들게 된 계기가 뭐죠?


최동민(PD): DJ인 지훈씨와 함께 2010년 초 대학교 때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기자단 활동을 했는데요. 당시 기자단 담당자께서 자신이 지원을 해줄테니 원하는 활동이 있으면 말해보랬어요. 라디오 작가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책 관련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DJ를 하고 싶었던 지훈씨와 함께 시작하게 됐어요.

공중파에 책 관련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현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콘텐츠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 쉽게 책과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크게 보면 독서문화 발전에 기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구요. 

한지훈(DJ):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했어요.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기에는 무리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아서 이렇게 쉬운 거면 조금 더 다듬어서 진짜 라디오 방송을 하는 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여러 기획과 테스트를 거친 후 2010 7월 28일 책 읽는 라디오 1회 방송이 시작됐습니다.


청취자는 많은 편인가요? 그 숫자가 보통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데요.


한지훈: 현재 ‘아이튠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을 하는데요, 처음에는 저희 지인들 정도만 듣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보통 한 회당 2천건 정도 다운로드 되고 있더라구요. 지난 5월 처음으로 다운로드 숫자가 2천을 넘었을 때 정말 놀랐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하기 쑥스럽지만 한 때 팟캐스트에서 전체 5위까지 했을 정도였어요. 지금은 물론 비교할 수 없겠지만 당시 저희보다 낮은 순위였던 방송 중에는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과 <손석희의 시선집중>도 있었답니다.(웃음)





책 읽는 라디오란 어떤 방송인가요? 단순히 책만 소개하는 그런 프로그램은 아닐 것 같은데요. 책 읽는 라디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동민: 방송을 처음 만들 때의 모토가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이야기하며 놀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처음 의도였습니다.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긴 있지만, 재미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더 좋아하게 만들고,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독서를 해보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이면 공중파에서 할 수 없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책 읽는 라디오>에요. 그냥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그런 편안하고 친근한 프로그램입니다.  


책에 대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나요? 각 코너들이 궁금한데요. 


한지훈: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책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선생님이 잔소리하는 식으로 책을 읽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듣고 책이 읽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거죠. 

마치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만든 후 사라고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흥미를 유발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다른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접해보면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정말 깊은 지식으로 책에 대해서 술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진행자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오히려 청취자나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나는 이 책이 재미있었는데 너도 한번 읽어봐’라고 권합니다. 다만 재미 없으면 다른 책을 읽도록 다독이는 거죠. 

최동민: 메인 코너로 목요일에 방송되는 ‘나무로 만든 필름’이라는 코너가 있는데요. 책이 원작인 영화들을 소개하는 코너예요. 영화라는 매체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책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코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창작으로 진행하는 서브 코너의 경우에는 작가들이 전부 만들어가고 있어요. 창작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저희 성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코너도 있습니다. 

지금 가장 돋보이는 코너는 수요일에 방송하는 ‘그렇지만 이건’ 이라는 동화입니다. 이 코너는 사람들이 잘 아는 동화를 약간 현대식으로 각색하거나 다른 재미를 추가해서 패러디 느낌이 나면서 교훈도 줄 수 있는 양식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뭔가요? 


신지영(작가): 일단은 재미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가 책을 선정할 때 스태프들의 자체 추천을 받아서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꾸준히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최동민: 쉬운 책이든 어려운 책이든 저희가 재미있게 소개해 드릴 수 있는 책을 고릅니다. 생각해보면 자기가 읽고 재미있었던 책에 대해 말을 해줘야지 읽고 재미없었던 책에 대해서는 아무리 포장을 하고 꾸며봐도 듣는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느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즐겁게 읽었던 책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오프라인을 통한 청취자들과 만나는 기회도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최동민: 네, 마치 이벤트처럼 지금 하는 방송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서 할 때도 있죠. 그리고 청취자와 함께 낭독회도 진행하는데요. 

이중에는 ‘라디오 음악 드라마’라는 조금 특이한 프로그램도 있어요. 공개방송인데 성우들이 라디오 드라마를 하듯이 직접 이야기를 꾸며가고, 인디 뮤지션들이 배경음악을 담당해서 라이브로 음악도 들려주면서 복합문화 형식의 공개방송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고, 더 다양한 오프라인 만남을 계획 중에 있어요. 독서 토론회나 퀴즈쇼 같은 것들도 만들 생각입니다. 온라인도 중요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 만남도 정말 중요하겠죠. 


이런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을 것 같은데요. 각자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있나요?


한지훈: 이병률 시인의 <끌림>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전도사라고 할 만큼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에요. 내용을 보면 ‘사람이 사랑을 해야 사람이 된다’, ‘사랑을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라는 구절이 있어요. 

사랑을 하려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하잖아요.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들을 이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사랑’이라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책을 주변에 아무 말 없이 선물로 주면 나중에 받은 사람들도 저와 같은 것을 느끼더라구요. 

이 책에는 이런 ‘마음을 움직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사물, 사람, 환경 우리 주변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동민: 저도 항상 추천하는 책이 있는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추천해요.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긴 하지만 전 개인적인 경험이 있던 책이거든요. 

이 책에는 꿈을 향해서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잖아요. 주인공도 꿈 하나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버리고 나아가고 있거든요. 그 움직이는 과정 자체가 꿈이 있고, 행동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평소에 굉장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렇게 책 읽는 라디오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 바로 연금술사예요. 방황하는 젊은 세대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성공은 나중 문제라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김성연(엔지니어): 최근에 읽고 있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라는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을 추천해요. 책 속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정말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수녀님이 썼다고 종교적일 거라는 선입견은 버리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한장씩 읽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책입니다.

신지영: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카렐 차페크의 <도룡뇽과의 전쟁>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1930년대 소설인데 그 속에서 그리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지금과 차이가 없을 만큼 잘 표현하면서 냉철한 사회 풍자도 하고 있는데요. 도룡뇽에 비유해서 인간의 탐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죠.


끝으로 각자 앞으로 꿈꾸고 있는 포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지훈: 저는 진행자를 맡고 있는데 아무래도 라디오에서 진행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책 읽는 라디오>의 입 역할을 담당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따뜻한 진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청취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진행자가 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저의 목표입니다. 

최동민: 나중에 <책 읽는 라디오>가 커졌을 때를 생각해봤어요. 요즘은 책의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인터넷을 이용하잖아요. 그래서 훗날 책 관련 정보를 얻고 싶을 때면 저희를 찾을 수 있는 그런 라디오 방송이 되고 싶습니다. 정보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창작 콘텐츠도 제공할 수 있고, 직접 참여해서 같이 놀 수 있는 그런 방송을 만들고 싶어요. 

김성연: 청취자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조금 부족하지만, 이런 음향에 대해 공부를 해서 좋은 소리를 들려줘야 하는 것이 저의 의무이자 목표겠죠. 

신지영: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라디오의 목표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책 읽는 라디오> 방송이 새로 올라왔다 하면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는 그런 방송이 되는 거예요.




“독립방송도 앞으로 크게 키울 수 있고,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최동민 PD의 말처럼 <책 읽는 라디오>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독립방송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가을 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따뜻하고 편안한 DJ의 목소리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들이 들려주는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책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 


책 읽는 라디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ttp://www.bookdio.com
트위터: @twbookdio,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book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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