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산자락에 사는, 한 학생의 소통 창구는?
2011. 10. 24. 13:08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존 굴드는 겨우 10분 사이에 그 어떤 강의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저명한 미국 작가인 스티븐 킹은 고등학생 시절 신문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물론 존 굴드의 정체는 기자다. 자신의 첫 기사가 굴드에 의해 무참히 그어 내려지는 것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그는 ‘어째서 영어 교사들은 이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마저 가졌다고 한다.
스티븐 킹이 신문을 통해 경이로운 글쓰기를 경험했다면, 나는 매일 아침 세상과의 경이로운 만남을 경험했다. 아무리 글로벌 교육을 표방해도 우리 학교는 동두천 산자락에 위치한 고립된 곳이다. 바깥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학교만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단조로운 생활이 반복됐다.
신문은 그 지루한 흐름에 숨을 불어넣는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인터넷 접근이 힘든데다 핸드폰은 물론 TV도 없고, 라디오 전파마저 잘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아날로그 매체인 신문만이 세상과 우리를 잇는 끈이 되어 주었다. 소홀하기 쉬운 정치, 국제, 환경 지면까지 꼼꼼히 챙겨보는 버릇도 그때부터 생겼는데 덕분에 나는 다양한 세상의 더 깊은 이면을 볼 수 있었다.
일명 정보화 시대를 사는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정보 매체들이 존재한다. 이는 정보 접근 방식의 다양화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을 확률이 더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보름 만에 집에 돌아갔다가 인터넷 서핑에 휘말려 귀중한 주말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고 왔다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필요에 의해 정보 검색을 시작하더라도 끝내 불필요한 정보들 사이에서 한참 방황하게 되는 것이 정보화 시대의 모순이다.
반면 신문은 각 분야의 선별된 정보들만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잘 차려진 영양 만점의 만찬과 같다. 무엇을 먹더라도 몸에 나쁠 것이 없다. 스티븐 킹처럼 글쓰기 실력을 기를 수도 있고, 논리적 사고와 배경 지식, 시사 이슈에 대한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묶어내는 통찰력까지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선 신속성과 시각 효과를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와의 병행과 그래픽 기술의 향상 등의 대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손님을 끌기 위해서는 사이드 메뉴가 아닌 메인에 집중해야 하는 법이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원만하게 하고자하는 애초 언론의 소임에 걸맞은 유의미한 정보란, 단순한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이다. 이는 시간과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것이지, 신속성 경쟁의 결과물이 아니며 현란한 그래픽의 산실은 더 더욱 아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전파를 타고 쏟아져 나와도 이를 가치 있게 엮어내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줄 아날로그 매체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아침에 신문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만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으로 매일 아침 세상과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신문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사이에 나는 세상을 배웠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동상 고등부 수상작 신혜연 님의 ‘신문, 아침 정찬으로 만나는 세상’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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